나를 위해 살기로 했다 - 죽음의 문턱에서 알게 된 것들
유창선 지음 / 사우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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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말기 암을 치료하기 위하여 개구충제를 사용하겠다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말기 직장암 환자가 펜벤다졸을 주성분으로 하는 개구충제를 복용하여 자가치료하는 과정을 유튜브를 통하여 소개하면서 세인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예인 K모씨가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있는데 통증이 줄었다고 이야기하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펜벤다졸의 항암효과는 물론 안전 여부도 실험을 통하여 입증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게다가 관련 부처의 발표에 따르면 펜벤다졸 복용에 따른 합병증으로 간암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말기암 환자가 치료방법이 없어 그저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지푸라기라도 붙들고 싶은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삶을 검증되지 않은 치료에 매달리다 보면 삶을 돌아보거나 주변을 정리할 시간이 없을 것입니다. 또한 치료로 인해 나타나는 여러 가지 부작용으로 삶의 질마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살아있는 날이 얼마 되지 않은 것을 알게 된다면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주제로 한 영화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죽음에 대한 철학을 묻는 셈입니다만, 남은 시간의 길이에 따라 가장 값어치 있게 보내기 위한 비상 기획을 준비하게 될 것 같습니다.

<나를 위해 살기로 했다>는 제1세대 시사평론가라고 하는 유창선님이 빡빡하게 잡힌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 느닷없이 뇌암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고 투병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제 경우는 몸이 보내는 이상신호에 민감한 편입니다. 병증을 놓치지 않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자의 경우는 뒷골이 쑤시고 왼쪽 손이 저리며, 몸 중심이 흔들리는 증상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다가 종합병원의 재활의학과에 갔다는 것입니다. 이는 몸이 보내는 이상 징후의 원인이 무엇인지 짚어보는 접근방식이 잘못된 것입니다. 신경과나 신경외과에서 진찰을 받아보았어야 합니다. 아니면 내과에 가셨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내과가 교통정리를 한다고 하니까요.

숨골이라고도 하는 연수에 꽤 큰 뇌종양이 있어서 수술도 하고 후속치료도 받으셨는데 재활과정이 아주 힘드셨던 모양입니다. 지금도 재활훈련을 받고 계시다니 말입니다. 뇌종양도 종류가 많습니다만, 말씀하신 위치로 보아서 별세포 종양이거나 맥락막총 종양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사실 난치병에 맞서 투병하는 과정은 고독한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치료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자의 경우는 외부세계에 관심이 많으셨던 모양입니다. 투병 과정에서 외부와의 연결을 이어갔다고 하는데 어쩌면 저자를 좋아하시는 분들로부터 받는 응원이 투병에 도움이 되실 것으로 생각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병이 무거우면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기 마련인가 봅니다. ‘좋은 글과 나쁜 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저 자신을 돌아볼만한 내용이 있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저자의 글쓰기 시작은 시국에 관한 글, 선언문 등이었다고 하는데, 공중으로 날아다니는 글이었다는 것을 늦게서야 발견했다고 합니다. 정념이 과도하게 개입되었고, 내면의 진실이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글을 대부분 허영심에 사로잡힌 결과라고도 했습니다.

저자의 투병일기에는 평소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투병과 연관시켜 담아낸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그 가운데 존엄사와 관련된 <미 미포 유>가 있습니다. 저자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존엄사 논란에 대해서는 별도로 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만, 존엄사를 시행하기 위하여 생명을 위협하는 폐렴을 치료하기 위하여 병원에 입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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