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다가 성공했다
황병일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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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학입시를 준비할 무렵에 회자되던 ‘4당5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4시간을 자는 학생은 대학에 들어가고 5시간을 자는 학생은 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셈을 해본 사람이 없으니 숫자놀음이겠습니다만 그만큼 바짝 매달려서 수험준비를 해야 합격의 영광을 누릴 수 있다는 말이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후자에 가깝지 않았나 싶습니다만, 그래도 운이 좋았는지 재수 끝에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잠을 줄여야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옛날 주장이 틀렸다는 과학적 증거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나는 자다가 성공했다>라는 책도 나오는 모양입니다. 이 책의 저자 황병일님은 메모리폼 베개라는 대박상품을 개발하여 좋은 잠을 잘 수 있도록 기여하신 분입니다. 사업만 잘 하시는 것이 아니라 책 쓰기도 잘 하시는지 벌써 5번째 책을 쓰고 한권의 책을 번역하여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물론 수면과 관련된 책들입니다.

제가 주목한 것은 첫 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기 위한 저자가 얼마나 노력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초고와 출판기획서를 무려 150여 곳에 보냈다는 것입니다. 완곡하게 거절의 뜻을 보내오는 곳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뜻을 접을 만도 한데 거절을 거절하는 집념을 보였다고 합니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를 거듭한 끝에 책을 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조금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100일 정도 매달려서 쓴 초고를 3곳의 출판사에 보냈는데, 두 곳에서 거절의사를 보내왔지만, 마지막 한 곳에서 당장 계약하자는 제안을 받아 원고를 넘겼던 것입니다. 치매에 관한 책이었는데, 초판이 4쇄를 찍었고, 두 차례에 걸쳐 개정판을 내서 20년 동안 만3천권을 내는 건강 서적 부문에서는 손에 꼽히는 책이 되고 있습니다.

저자가 지난해에 내놓았던 <잠 좀 잤으면 좋겠다>를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저자의 책에서 아이디어를 훔쳐(?) 제가 작년에 냈던 책에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저자가 이번에 낸 <나는 자다가 성공했다>는 저자가 겪은 사업실패담을 바탕으로 실패를 극복하는 비결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두 차례 창업을 시도했는데, 첫 번째 사업은 IMF파동을 넘지 못해 실패했다고 합니다. 좌절하지 않고 남은 돈을 털어서 일본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 숙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메모리폼 베개를 기획하여 두 번째 창업을 시작하였다는 것입니다.

메모리베개 사업은 독특한 아이디어로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어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 대박상품이 되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저가로 치고 들어오는 업체에 물량을 빼앗기면서 시작된 자금압박으로 부도의 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파산신청을 하고 빚잔치를 할 수도 있겠지만, 좋은 상품을 그렇게 사장시킬 수 없었던 것과, 함께 해온 직원들을 생각해서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무려 8년의 각고 끝에 법정관리에서 벗어나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업이라는 것이 냉정한 면이 있는지 결국 대표자리를 내놓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사업을 일으키는 것보다.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더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잘나가는 순간 위기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사업이 위기를 맞았을 때 좌절하지 않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 등, 저자가 경험한 것들을 배울 수 있겠습니다. 저야 사업적 재능이 없어서 그저 직장인으로 일하고 있습니다만, 사업이 위기를 맞으면 ‘내가 왜 사업을 시작했지?’하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다니던 직장을 걷어치우고 창업을 할 때의 심정과 관련해서는, 저 역시 직장을 여러 차례 옮긴 전력이 있기 때문인지 남의 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한때는 그런 결정을 후회한 적도 있습니다만,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일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으며, 일곱 권 째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써놓은 원고는 열대여섯 권의 분량입니다만, 출판시장이 어려워서 책으로 내놓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잠을 잘 자는 일에 관심을 둔 덕분에 지금에 이르렀다는 황병일님의 인생행로에서 얻을 것이 많아 보입니다. 잠을 잘 자야 성공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무언가가 있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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