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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마시고 마시고 - 베이징 메이트의 낮 따라 밤 따라 마시러 떠나는 여행
몽림.안정은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8월
평점 :
재미있는 책을 만났습니다. 내용도 재미있을 뿐 더러 편집도 독특합니다. 일단 내용은 ‘베이징 메이트의 낮 따라 밤 따라 마시러 떠나는 여행’이라는 부제처럼 낮과 밤에 각각 어울리는 무언가를 마실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낮 시간에는 주로 커피나 음료를 파는 카페를, 밤 시간에는 주로 주류나 음식을 파는 주점이나 식당을 소개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주제에 따라서 책을 읽는 방향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도 분명치 않지만, 일단 두 명의 저자의 서문이 있는 쪽을 앞이라 하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
저자들도 독특합니다. 몽림이라는 분은 여성인데 디자인을 공부하고 광고업계에서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데, 어느날 갑자기 베이징으로 직장을 옮기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안정은이라는 분은 남성인데 베이징에 있는 제일기획 중국법인에서 브랜드 플래너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두 분이 광고업계에서 일하고 계시는 공통점 말고는 사뭇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몽림씨가 바람을 잡아서 책을 기획하고 베이징 사정을 잘 아는 안정은씨를 끌어들여 작업을 같이 하게 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책을 읽은 이들을 베이징으로 초대하기 위하여 기본적으로 필요한 사항, 즉 북경 여행 전 알아두어야 할 정보를 소개한데 이어, 베이징 시내의 개략적 지리와 그 특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눈에 보는 랜드마크 특징’을 앞에 두었습니다. 그리고 “북경의 낮에 반하다”라는 큰 제목 아래, 낮 시간에 가볼만한 카페들을 ‘낭만 가득 분위기 좋은 카페’, ‘색다른 경험을 즐기는 테마 카페’, ‘디저트와 식사를 겸비한 카페’ 등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덤으로 북경의 공원 두 곳, 차오양 공원과 퇀지에후 공원을 소개합니다.
광고하시는 분들답게 소개하려는 카페의 특징을 소개하는 너절하지 않고 간략하게, 그리고 카페의 안팎 분위기를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사진도 넉넉하게 준비했습니다. 어쩌면 카페에 찾아왔던 분들의 초상권을 충분히 고려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었던 것 같습니다. 때로는 손님은 물론 점원까지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카페 주인의 협조 아래 특별한 시간에 사진을 찍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앞에서부터 소개하기로 한 카페에 관한 내용이 끝나면 갑자기 활자가 거꾸로 서 있는 쪽이 등장하면서 당황하게 됩니다만, 이때는 책을 덮어 뒷면부터 열어서 읽기 시작하면 됩니다. 책의 앞면이 낮을 의미하듯 하얀 바탕에 역시 하얀 벽을 가진 카페의 바깥 풍경을 담은 사진을 올린 것과는 달리 책의 뒷면은 밤을 의미하듯 까망 바탕에 불을 밝힌 카운터에 손님들이 늘어앉아 모습을 창밖에서 찍은 사진을 담았습니다.
책장을 열면 “북경의 밤에 취하다”라는 큰 제목 아래,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 ‘즐길 거리가 가득한 취향 저격 칵테일 바’, ‘예술 감각이 돋보이는 공간’, ‘조금은 특별한 밤을 보내고 싶다면’ 등의 작은 제목에 어울리는 주점이나 식당들을 소개한 다음에는 ‘장소에 따라 가보는 지도 맵’을 덤으로 넣었습니다. 읽는 중에 ‘술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酒是結束一天的最好方式)이라는 문구를 붙인 가게가 있다는 소개말에 격하게 공감하였다는 말씀을 덧붙입니.
사실 저는 10여년 전에 회사일로 베이징에 딱 한 가보았습니다만, 그때도 직원과 현지 가이드의 도움으로 이동하고 밥 먹고, 술도 먹고 그랬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이 책 한권만 들고 베이징을 간다면 책에서 소개하는 곳을 하나도 찾아가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다른 것 같습니다.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가야 할 곳을 제대로 찾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역사적 장소보다는 이야기가 있는 장소, 특히 무엇을, 왜 먹는가에 방점을 찍는 여행을 즐기는 경향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무엇을 먹기 위하여 일본을 방문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최근에 한일관계가 경색되면서 일본을 여행하는 것이 찜찜한 시점에 맞추어 베이징의 먹거리 명소를 소개한 것은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먹거리 여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