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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간호사로 살아보기 - 누군가에겐 또 하나의 꿈이 될 미국 간호사 도전기
김선호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8월
평점 :
대한민국을 떠나 외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이담북스의 기획시리즈의 하나입니다. <뉴욕에서 간호사로 살아보기>를 쓴 김선호교수님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꿈을 품었다고 합니다. 꿈을 이루기 위하여 국내에서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병원에서 일하기 전에 미국 간호사 자격증(NCLEX-RN)을 취득했다고 합니다. 서울대학교 병원의 외과계 중환자실에서 2년을 근무하다가 미국 뉴욕에 있는 자코비 메디컬센터의 준중환자실에서 근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막연하게 꿈꾸었던 미국 간호사의 꿈을 현실화하게 된 것은 한국에서 간호사로 살아가는 삶이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얼마 전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태움 문화와 관련된 것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뉴욕에서 간호사로 살아보기>는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미국에 건너가 취업에 성공하여 병원에서 근무를 하기 시작하는 엄청난 일을 혼자서 해치웠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야말로 이담북스의 기획의도에 잘 맞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부모 챤스’는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 같아보여서 더 대견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자의 따르면 미국의 병원에서 일하는 한국 간호사 선생님들이 많다고 합니다. 40년쯤 되었을까요? 우리나라 간호사들이 미국으로 가서 취업하는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습니다. 외숙모께서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그 열풍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외삼촌께서도 잘되던 약국을 정리하고 온가족 모두 미국으로 터전을 옮겼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오셨습니다. 그야말로 ‘컴백홈’이었지요. 미국에서는 약사라는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직장을 구할 수 없었던 것도 이유였고, 미국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것도 듣던 것과는 다른 점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고, 또 미국에서 직장을 구할 생각을 하고 계셨으니 영어라던가 직업관련 업무에도 숙련도를 충분히 가졌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저도 젊어서 온가족을 이끌고 미국에 공부를 하러 가면서 엄청 긴장을 했던 바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먼저 가 계시던 선배들의 도움으로 집도 구하고, 운전면허도 따고, 차도 사는 등, 쉽게 정착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받은 도움에 대하여 감사를 드렸더니 다들 그렇게 한다면서 다음에 오는 사람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고들 하셨습니다. 그때 느꼈던 점은 의과대학을 졸업하신 분들에게는 대부분 익숙할 족보가 없더라는 것입니다. 해서 새로 오시는 분들이 미리 알면 좋을 사항들을 정리하여 두었다가 전하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제가 일하던 연구실에 일본에서 온 친구가 있었는데, 그들 사이에서는 “미네소타에서 정착하는 방법”이라는 책자가 이미 만들어져 전해지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그곳에 새로 오는 사람들이 당면할 모든 상황에 대하여 구체적인 대응방안이 깨알같이 적혀있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놀라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뉴욕에서 간호사로 살아보기>는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해볼 꿈을 가진 젊은이들에게는 좋은 참고서가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일하는 병원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들은 그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임상사례에 불과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굳이 뉴욕이었어야 할까 싶기도 했는데, “나에게 뉴욕은 시계의 중심이었다. 이십대 후반에 시작한 이곳에서의 도전은 낯설고 힘들었지만, 내 가능성이 국경의 한계를 넘게 했고, 인종을 초월한 확장된 인간관계를 만들어 줬을 뿐 아니라, 내가 한국인이라는 애국심과 함께 만인은 평등하다는 인류애까지 갖게 해주었다.(17쪽)”라고 적은 소회는 약간 지나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박사과정을 이수하면서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기도 한데, 이런 과정에 끝나면 다시 뉴욕으로 돌아갈 계획을 가지고 계신 듯합니다. 꿈을 꿈에 머물게 하지 않고 현실로 가져오는 용감한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