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6 - 게르망트 쪽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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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망트쪽’의 후편은 할머니가 요독증에 빠지면서 건강이 나빠져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상세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프루스트 시대의 프랑스 의학이라고 해도 현대의학의 수준과 비교해보면 대증적 치료에 머무르는 수준이었을 터라서 할머니의 병이 회복될 가능성은 별로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환자진료에 임하는 의사의 태도였습니다. 왕진요청에도 불구하고 상공부장관 댁 만찬에 가야한다는 이유로 거절하고 있는데, 요즘 같으면 인터넷에서 난리가 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주치의의 요청이 없는 왕진이라는 점에서 직업상의 윤리문제가 있다는 점은 분명히 했고, 응급상황에 빠진 할머니를 모시고 갔을 때는 외출을 미루면서 환자를 진찰하는 성의는 보였다는 점에서는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외출과정에서 발작을 일으킨 할머니를 의사에게 모셔가는 과정에서 당시 프랑스 사회의 죽음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어쩌면 보통 때는 죽음 특유의 기이함 때문에 그 공포에 시달리던 이들은 이런 종류의 죽음에서-처음으로 맞이하는 죽음과의 접촉에서-그것이 우리가 아는 일상의 친숙한 모습을 띤다는 사실에 오히려 어떤 안도감 같은 느낄지도 모른다(12쪽)”는 대목을 읽으면 고통스럽게 맞을 죽음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도 있는 한편, 일상에서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데서 안도감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할머니가 투병하는 과정에서 화자의 어머니와 가정부가 최선을 다하여 간병하는 모습은 요즘 우리사회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할머니가 임종을 맞는 과정에서 친척과 가까운 친지들이 문병을 온다거나 조문을 하는 모습도 당시의 프랑스 사회의 풍습을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화자는 물론 화자의 어머니가 할머니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하는 과정은 지극하다는 느낌이 들어 오늘날 우리사회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소원했던 알베르틴이 화자의 집에 찾아왔을 뿐 아니라, 이전에 찬바람이 돌던 관계가 발전하여 입을 맞추고 애무를 하는 단계까지 발전하게 되는 것은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애도가 마무리되었다고 하더라도 조금은 생뚱맞아 보이는 바가 없지 않습니다. 앞으로 알베르틴의 동성애적 성향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그렇습니다.

여성에 대한 화자의 관심이 조석변인 것도 특이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 여인에가 관심을 쏟을 때는 주변 정황을 따져보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하는 모습인데, 그렇게 정열을 쏟아도 좋은 결말에 이르지 못하면 대부분 중간에 접고 마는 것은 젊은이답지 않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무렵 화자의 필명이 사교계에 어느 정도 알려진 듯합니다. 한동안 마음을 쏟았던 게르망트부인이 살롱에 초대하는 것을 비롯하여 화자 주변에 꽤나 인지도가 있는 살롱에 출입을 권유받거나, 혹은 초대를 받아내려 애를 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화자가 게르망트 부인이 게르망트씨와 주고받는 재치 있는 말을 인용하는 것은 당시 살롱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화자가 게르망트 부인의 초대에 응하게 된 것은 “매력적인 말들과 친절한 행동과 진정한 내적인 풍요로움으로 부양되는 온갖 언어적인 우아함 때문이었다.(399쪽)”라고 했는데, 아마도 작가로서의 관심이 작용한 것도 있을 것 같습니다.

후반부에서는 샤를뤼스씨와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는데, 아마도 이어지는 ‘소돔과 고모라’에서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하여 미리 포석을 깔아두는 것으로 보입니다. 민음사에서 내놓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새로운 번역판은 처음보다 번역하신 분이 붙여놓은 각주(脚註)가 더 많아지고 충실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차이가 있어 보이는 느낌이 들어서 완역이 되면 국일문화사판과 비교해서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민음사의 번역판이 번역이 진행 되는대로 출간되고 있어 이야기가 끊기는 느낌입니다. 다만 세부의 장이 시작되는 부분에 전개되는 이야기를 짧게 요약한 것도 좋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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