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여행과 고양이 - 최병준의 여행공감
최병준 지음 / 컬처그라퍼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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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니다보면 여행지마다의 이야기 말고도 그냥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큰 줄기는 잡아놓았는데 글로 풀어낼 시간 여유가 없는 것이 아쉬운 참이었는데, 딱 그런 느낌의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책과 여행과 고양이>는 경향신문에서 여행전문기자로 15년을 일하면서 여행을 즐겨온(?) 최병준 기자님이 여행경험을 정리했다고 합니다. 물론 일로 여행을 가는 것과 그저 쉬러 가는 것과는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일단은 부럽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책과 여행과 고양이>에는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을 시작(공항, 호텔, 관찰), 풍경(개, 고양이), 체험(미술관, 건축, 사진), 친구(커피, 맥주, 담배), 여정(걷기, 열차, 택시와 버스), 아름다움(밤, 백야, 로맨스), 즐거움(에티켓, 패스트푸드, 슬로푸드), 가르침(종교, 탐험가, 우주여행) 등의 주제마다 세 꼭지씩의 관찰대상을 나누어 담았습니다. 그 가운데는 저도 생각했던 관찰대상과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도 많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다녀본 곳이 저보다 훨씬 많고 여행경험 역시 저보다 많은 까닭에 다양한 관점이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개인의 취향도 무시할 수 없는 점이겠구요.

문장은 한 마디로 끝내줍니다. 여행경험만 많은 것이 아니라 영화면 영화, 책이면 책, 다양한 영역에서의 앎의 내공이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책 읽는 흐름도 참 좋습니다. 여행지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글만으로서 풀어내다보면 많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 마렵입니다. 그래서 사진이 곁들여지면 뭔가 있어 보이고 글 읽는 재미에 작가와 함께 여행지에 동행하는 듯한 느낌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특정한 여행지가 아니기 때문인지 이 책에는 사진이 그리 많이 곁들여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진은 주제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설명이 붙어있거나 아니면 설명이 없습니다. 어쩌면 독자가 상상의 날개를 펼쳐내도록 여유를 던지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저 역시 다양한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일과 관련된 사진의 경우는 찍는 사람이 아니면 사진에 담겨진 내용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자의 경우 ‘순간을 포착한 사진은 정지된 장면 하나만 보여주지 않는다.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뇌세포들은 앞뒤 기억을 모두 꺼내 기억메모리를 가동시킨다.(…) 사진 한 장이 뇌의 회로 속에서 시작도 끝도 애매모호한, 추억의 영화 한편을 돌려준다(116쪽)’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니까 사진은 찍는 사람의 기억을 도와주는 외장하드가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자신이 찍은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왜 찍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제 경우는 여행을 하면서 보고 들은 것 혹은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대목도 스마트폰의 쓰기 앱을 이용하여 메모를 합니다. 단순한 메모 수준을 넘어서 문장이 연결되도록 느낌까지 담아서 적는 편입니다. 이렇게 적은 기록은 사진보다 훨씬 기억을 되돌리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여행기로 정리하는 작업은 여행을 다녀온 뒤로 1년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진과 메모가 여행기를 정리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는 것입니다.

영화 <터미널>의 주인공이 톰 행크스가 아니라 로빈 윌리엄스라고 적은 것이라거나, 크로아티아라는 나라가 나무젓가락처럼 길쭉하게 생겼다거나 하는 대목은 잠시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두브로브니크에 대한 인상이 낡고 허름한 느낌을 받았다는 대목도 저와는 다른 인상을 받으셨던 모양입니다. 제가 샅샅이 구경해보지 못한 대목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잘 정리되어 깔끔한 인상이었습니다. 대리석으로 된 스트라둔이 오랜 세월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에 닳아 반질반질하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스트라둔와 성벽 사이에 숨어있는 집으로 연결되는 좁은 골목까지도 깔끔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만 유고내전 당시 세르비아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곳들이 여전히 복원되지 않고 방치된 모습이 안타깝기는 했습니다.

어떻든 다양한 관점에서 여행을 돌아보고 다양한 지역에서의 느낌을 비교해 설명하는 방식의 여행기도 충분히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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