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울긴 글렀다 - 넘치지 않게, 부족하지 않게 우는 법
김가혜 지음 / 와이즈맵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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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같이 연구하던 교수님이 쓴 눈물에 관한 책을 번역한 적이 있습니다. 번역 원고를 출판사에 출판의뢰를 했지만 긍정적인 답변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번역 원고에 들어있던 내용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재연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원서의 내용이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책을 번역한 뒤로 눈물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눈물에 관한 책은 물론 관련 자료를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달에 출간된 <예쁘게 울긴 글렀다>도 당연히 제 관심의 대상이 된 책입니다.

책 표지를 보면, ‘눈물 수집가가 들려주는 달콤 쌉싸름한 35가지 눈물 이야기’라는 글이 적혀 있습니다. 눈물이 많은 작가가 자신은 물론 주변에 있는 분들까지 포함하여 살아오면서 눈물을 흘렸던 수많은 사연 가운데 고르고 고른 35가지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작가님은 눈물을 흘린 사연을 수집하고 계시고, 저는 그런 자료들을 수집하는 셈입니다.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옛날 로마와 이집트에서는 눈물을 모으는 병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만, 저는 그 눈물단지를 요르단 암만에 있는 국립고고학 박물관에서 직접 보았습니다. 이 책의 작가는 눈물단지가 로마나 이집트에서 사용되었다고 적었습니다만, 눈물단지를 사용한 사람들은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로 거슬러 올라가고 성서에도 기록이 나온다고 합니다. 고대 유대사람들은 재난을 당했거나 마음이 상했을 때 흐르는 눈물을 우리나 질그릇으로 만든 그릇에 모아두었다가 죽으면 무덤에 같이 묻어주었다는 것입니다. 이랬던 눈물단지가 디아스포라로 흩어진 유대사람들이 로마로 가져가면서 로마제국에서도 유행을 하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눈물과 관련한 서른다섯 건의 상황을 1장 천 마디 말이 모여 한 방울 눈물이 된다, 2장 우는 것도 연습이 필요해, 3장 예쁘게 웅ㄹ긴 글렀다, 4장 눈물에 눈물만 한 위로가 없다 등 4개의 제목 아래 나누어놓았습니다. 그런데 큰 제목에 들어간 글 내용이 크게 연관이 없어 보이는 경우도 없지 않은 듯합니다. 특히 글 가운데는 눈물을 흘리거나 우는 것과는 무관한 사건도 없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 역시 젊어서까지는 감정이 풍부한(?) 편이었습니다. 영화를 볼 때나 소설을 읽을 때, 슬프거나 감동을 받았을 때 눈물이 북받쳐 어쩔 줄 모르던 시절이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나이가 든 지금은 그동안 쏟아낸 눈물로 눈물샘이 말라버렸는지 눈물을 흘리는 상황이 드물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변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 편입니다. 감정이 메말라가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이 책을 쓴 작가님은 적어도 눈물에 관한한 대책이 없는 분 같습니다. 심지어는 결혼까지도 남자친구가 우는 것을 보면서 결혼을 결심했다고 하니, 타인의 눈물에 까지도 공감하는 능력을 가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되시는 분은 절대 눈물을 흘린 적이 없다고 시치미를 떼신다고 합니다. 그럼 작가분이 보신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었을까요?

책을 읽으면서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의문을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소위 영아에게 일어나는 특별한 울음으로 퍼플 크라잉(PURPLE crying)이라는 현상입니다. 제 큰아이가 어렸을 적에 한밤중에 깨어 두어 시간을 대차게 울어대는 바람에 곤혹을 치렀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던 것이 아기가 뭔가 불행한 일을 미리 알리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퍼플 크라잉은 생애 만 2개월 전후는 신생아가 가장 많이 우는 시기(Peak of Crying)로, 그 울음이 예측하기 어렵고 이유를 알 수 없으며(Unexpected), 아무리 해도 달래지지 않는데(Resists Soothing), 이때 아기는 통증이 있는 듯 고통스러운 표정으로(Pain-like Face), 최대 5`6시간 계속해서 울고(Long Lasting), 특히 저녁시간에 더 자주 그런다(Evening)는 뜻이라고 합니다. 제 아이는 저녁이 아니라 새벽녘에 깨어 울어대는 바람에 아주 힘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야 답을 찾았으니 눈물을 찾아가는 책읽기에서 덤을 챙긴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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