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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 ㅣ 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 1
스티븐 프라이 지음,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19년 4월
평점 :
그리스-로마 신화는 서구의 문화에 많은 영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날에도 그리스-로마 신화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는 그리스 신화를 새롭게 해석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프라이는 케임브릿지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희극인이자 배우, 극작가, 소설가, 영화감독에 퀴즈쇼 진행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보여, 사람들이 ‘영국의 국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신화에 등장하는 신이란 상상속의 인물이 아니라 신화가 만들어지던 시대의 사람들과 함께 살던 또 다른 사람으로 일정부분 격이 다른 존재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그리스 사람들을 지배하던 이민족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작가 역시 ‘그리스 신화는 인간 생활과 문명에 대한 신들의 학대와 간섭, 폭정에서 벗어나려는 인류의 투쟁과 같은 궤도를 그린다. 그리스인들은 신들 앞에 비굴하지 않았다. 탄원과 공정을 바라는 신들의 허영심을 알았지만, 인간이 신들과 동등하다고 믿었다.(13쪽)’라고 적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이나 사람들의 본성을 보면,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야만적이며, 이성에 대한 관념 자체가 비윤리적인 사례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사실 힘을 가진 지배집단이 피지배집단을 지금의 기준으로 보아 인간적으로 대한 적은 고금을 막론하고 없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도 중동지역에서 발흥했던 IS집단의 행태를 보아도 신화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앞서 저자가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 시각에서 다시 해석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예를 들면, 아테나와 베 짜기 대결을 벌었다는 아라크네의 경우도, 지금까지는 아라크네가 자신의 베 짜는 기술이 아테나보다 나을 것이라고 떠들다가 아테나의 저주를 받아 거미로 변신하게 되었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아라크네가 자신의 베 짜는 기술에 대하여 자신은 있었지만 아테나를 자극하는 발언을 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테나와 아라크네가 베 짜기 대결을 벌인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게 설명합니다. 아테나가 신에게 도전했다가 실패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짜낸 반면, 아라크네는 제우스를 비롯한 여러 신들이 인간들을 농락했던 이야기를 짜냈던 것입니다. 즉 베 짜는 실력으로는 아테네도 인정할 정도였는데, 문제는 신들의 과오를 지적한 신성모독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베를 짤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베 짜기를 마치고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게 된 아라크네가 스스로 목을 맨 것이었고, 이를 본 아테나 역시 눈물을 흘리면서 ‘어리석고, 또 어리석구나’하면서 탄식을 했다는 것입니다. 아라크네의 베 짜는 실력을 안타깝게 생각한 아테나는 “그대의 재능은 결코 죽어서는 안된다. 그대는 평생토록 실을 뽑아 엮고, 실을 뽑아 엮고, 실을 뽑아 엮고...”라면서 아라크네의 몸이 거미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역시 <오이디푸스왕>과 <안티고네>에 등장하는 크레온 왕에 대하여 저자는 ‘크레온은 실리를 중시하는 훌륭한 통치자였다’는 저자의 생각에 저도 공감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혹여 저자가 열여섯살에 크레온왕의 역할을 연기했기 때문에 팔이 안으로 굽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크레온을 연기하면서 나름대로는 배역에 대한 깊은 성찰 끝에 나온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안티고네>라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면서 크레온이라는 인물에 대하여 나름대로는 생각을 해본 바에 따른 생각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의 목표를 ‘신화를 이야기하는 것이지 해석하거나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만, 적어도 제가 이해하기로는 충분히 새로운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요즈음의 감각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