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 말리노브스키 - 인류학에서 미래를 위한 공생주의의 길을 모색하다
전경수 지음 / 눌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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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인류학을 넘어서; https://blog.naver.com/neuro412/221461194415>를 읽은 여운이 남았기 때문인지 쉽게 손이 갔던 것 같습니다. 20세기 초 들어서야 학문으로서 자리잡게 된 인류학은 새로운 학문영역이기도 하지만,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막상 인류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철학이 인간의 지혜를 탐구하는 학문이라면 인류학은 인간의 생물학적 속성과 함께 문화적 특성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말리노브스키는 1884년 지금의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태어나 인류학이라는 학문이 태동하던 20세기 초 인류학 고유의 방법론을 확립시키는데 크게 기여하였다고 합니다. <인류학자 말리노브스키>는 서울대학교에서 문화이론과 생태인류학을 전공한 전경수교수가 인류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말리노브스키의 연구성과를 종합하여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 학문에 입문해서 종사하고, 그것을 직업으로 하기 위해서는 그 학문을 일구어온 선조들의 족적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시작하는 그의 서언은 저도 공감하는 바입니다.

전경수교수는 말리노브스키가 인류학에 기여한 바를 20여년에 걸쳐 뒤쫓으면서 세 편의 학술논문을 발표했고, 그 내용을 이 책에 쉽게 풀어 담아냈습니다. 1994년에 발표한 “말리노브스키의 섹스론”, 2001년에 발표한 “말리노브스키의 문화이론: 맥락론에서 기능론으로”, 그리고 2013년에 발표한 “방법론적 혁명으로서의 토속지와 유배지의 천우신조” 등입니다.

<인류학을 넘어서>에서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인류학이라는 학문이 태동하여 발전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유럽 사람들이 비유럽사람들을 어떻게 인식하였는지에 관한 인식의 변천과정을 다루었습니다. 비유럽사람들의 사회가 유럽사회로 발전하는 중간과정으로 이해하는 측면이 컸다고 하겠습니다. 덜 발전된 사회, 즉 야만인이라는 우월적 사고를 가졌던 것입니다.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발전해온 인류학이라는 학문의 기저에 깔려있는 여러 가지 오해와 왜곡된 시각들에 대하여 전교수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이를테면, 일러두기에 밝힌 번역용어의 재정립에 관한 것입니다. 현지조사 혹은 현지작업으로 번역해온 Field Research를 야연(野硏)으로 현지조사로 번영해온 Fieldwork는 야로(野勞)로, 참여관찰으로 번역해온 Participant Observation은 관문참여(觀問參與)로, 조사지 혹은 조사노트로 번역해온 Fieldnote는 야장(野章)이라는 용어를 제시합니다. 영어로 된 인류학 분야의 단어가 나름 가치중립적으로 보이는데 반하여 이들 단어가 한자어로 표기되는 과정에서는 그렇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조사’라는 단어에는 일정한 인식의 기울기가 내재되어 있다고 보아 이를 바로잡기 위한 시도라는 생각입니다. 또한 인류학적 연구결과를 담는 Ethnography를 관에 대응하는 개념의 민속지로 번역해오던 것을 토속지라는 용어를 제시합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말리노브스키가 뉴기니 동쪽에 있는 작은 섬 트로브리안드에서 생활하면서 그들의 삶을 관찰하게 된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속한 크라쿠프에서 태어난 그가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호주에서 전쟁포로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트로브리안드섬에 유치되어 유배생활을 하게 된 것이 오히려 학문적 발전을 가져오는 기회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다만 섬주민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기록하는 그의 학문적 방법론이 인류학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트로브리안드섬의 토속사회는 개명한 현대사회에서도 주목할 점이 분명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인류학 분야의 책을 읽어온 소감은 학문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딱딱할 것이라는 선입관과는 달리 쉽게 읽히고 이해가 되는 편이더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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