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영혼을 위한 달콤한 여행테라피
질리안 로빈슨 지음, 이문희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사람들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다양할 것입니다. 제 경우는 세상을 구경하고 견문을 넓히는데 두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직장을 옮기는 과정에서 짬이 생겼을 때 여행을 떠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움이 남습니다. 세상을 구경하다보면 쌓여있던 삶의 무게도 덜고, 무언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지금 하는 여행도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지친 영혼을 위한 달콤한 여행 테라피>는 삶의 무게로 인하여 지친 사람들이 여행을 통하여 새로운 활력을 찾은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여행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질리안 로빈슨입니다. 저자는 월트 휘트먼의 시 「끝없이 펼쳐진 길」을 인용하면서, ‘낯선 세상을 향해 등을 떠미는, 더 큰 모험에 도전하라고 충동질하는 그 길을 사랑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녀는 우상으로 삼고 있는 작가들의 인생 행적으로 뒤쫓으면서 그들이 여행을 통하여 삶의 변화를 맞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얻은 생각들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여덟 가지의 주요 주제를 두고 과거의 작가들과 그들의 뒤쫓는 지금 사람들의 생각을 버무리고 자신의 생각을 더했습니다.

여덟 가지의 주제는 이렇습니다. 1. 자신감을 발견하는 방법, 2. 더 많은 모험을 하는 방법, 3. 관습을 거슬러 ‘나다움’을 즐기는 방법, 4. 속도를 늦추고 순간을 사는 방법, 5. 자연과 교감하고 자기 안의 야성을 발견하는 방법, 6. 관능을 즐기는 방법, 7. 용기를 내는 방법, 8. 그리고 삶을 풍성하게 하는 방법 등입니다. 물론 우리와는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는 만큼 오롯하게 받아들이기 쉽지 않는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저자가 주목한 과거의 작가는 카렌 블릭센, 어니스트 헤밍웨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D.H. 로렌스, 마벨 도지 루한, 등입니다.

이들 작가들은 이야기 곳곳에 등장하여 저자의 생각을 대변하듯 합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에는 그들과 닮은 지금 사람들의 경험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을 금세 깨닫게 됩니다. 각각의 주제를 마무리하면서 저자 나름대로의 여행에 관한 철학을 정리하여 붙여두었습니다.

읽어가다 보면 차마 책장을 넘기기 안타까운 대목도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여행이 끝나갈 무렵 짐과 나는 강물에 발을 담그고 나란히 서서 사진가들이 흔히 ‘마법의 시간’이라고 부르는 일몰의 순간을 지켜보고 있었다. 대협곡의 절벽들이 복숭아빛으로, 황금빛으로, 엷은 자줏빛으로, 장밋빛으로 켜켜이  빛나고 있었다. 마치 푸른 하늘에 그런 색깔의 물감들을 칠해 놓은 것 같았다. 강에서는 급류가 소용돌이 치고 그 소용돌이는 마치 캔버스 위의 두터운 붓자국 같은 흰 거품을 만들어냈다.(28쪽)”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선물 가운데 하나는) 호기심, 다음 길모퉁이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기대감 같은 거 말예요. 바로 여행이 주는 선물과도 같은 그런 호기심은 집에 올 때도 가져올 수 있죠(106쪽).”

여기에 언급되어 있는 지금 사람들의 경험은 대부분 혼자서 하는 여행이었다는 것입니다. 관계의 복잡함에서 벗어난 그야말로 맺힐 것 없는 자유로운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특별한 무엇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구조에서 불편한 점을 짚어야 할 것 같습니다. 책의 대부분에는 바탕에 다양한 색깔의 노트를 깔아두었는데, 책읽기를 방해하는 요소였으며, 한 술 더 떠서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게 글씨도 핑크색을 비롯하여 황갈색으로 되어 있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몇 점 안되는 사진은 당연히 본문과 연관이 없어 보이는 점도 불편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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