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놓치고, 천사를 만났다
백은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여행기를 쓰다보면 다른 여행 작가들의 글도 많이 찾아 읽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쓰고 있는 여행지에 대한 앎을 넓히는 글쓰기의 구조를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다녀온 곳에 갈 계획이 있으시거나, 혹은 다녀온 분들과 앎을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쓰는 글이며, 또한 나중에 기력이 떨어져 여행에 나서지 못했을 때, 되돌아보기 위하여 쓰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기차를 놓치고, 천사를 만났다>는 독특한 멋이 있는 여행서적입니다. 글쓴이가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고, 글도 쓰는, 그야말로 다재다능함이 어우러지는 까닭이라고 보았습니다. 작가님은 “에프엠적인 정보는 없지만, 어디어디 가시라고 말할 순 없지만,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 경험하는 모든 시간을 다 여행이라고 여기고 그 모든 실수와 우연까지도 다 여행이라고 공감”한다면 이야기를 들어보라는 주문입니다. 일방적인 듯하네요...

독일의 노이스-홀츠하임에서 두 개의 미술관을 구경한 일과 프리드리히사펜이라는 작은 도시에 사는 한국여성의 집을 방문한 이야기, 체코의 프라하, 스페인의 바로셀로나, 프랑스의 파리, 그리고 미국의 산타페,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등 여덟 개의 도시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여덟 개의 도시를 어떻게 엮어서 다녀왔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어떤 도시는 같은 여행에서 또 어떤 도시는 서로 연결하여 다녀온 것으로 보입니다. 각각의 여행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 없이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혹은 여행지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이야기 중간에 다른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까지 대방출하듯 묶음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시고 국내외에서 전시도 하시다보니 불가피하게 여행을 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만, 찍은 사진을 보면 감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라면 흘려보냈을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거나 혹은 저라면 지워버렸을 흔들린 사진까지도 버리지 않고 활용하시는 것을 바고 깨달은 바가 큽니다. 사진을 많이 챙기다 보니 본문의 양이 적어서 쉽게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수많은 사진들에 꼼꼼하게 설명을 붙여두었기 때문에 사진설명을 읽는데 시간을 써야 했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찍은 사진인지 기억을 다하시는 것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하시는 부분은 어쩌면 짬짬이 기록을 해두었던 것을 이용하여 살을 붙이는 방식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사진도 그렇고 이야기도 그렇고 작가님은 여행을 하면서 모든 감각을 사방으로 열어놓고 이야기를 사냥하는 듯 긴장한 모습으로 여행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술관 혹은 박물관에서도 전시된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고, 구조라던가 사람들 이야기의 비중이 더 큰 것 같았습니다. 그 점에 관하여 작가님은 이 책을 통하여 정보를 얻을 생각은 아예 하지 말라고 못을 밖은 것으로 끝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기차, 서점, 미술관에서 사진 찍기와 같은 몇 가지 화두를 붙들었습니다. 제가 요즈음 수필쓰기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에 기회가 될 때마다 이야깃거리를 챙기고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나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글감을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옛날 같으면 작은 수첩이라고 쥐고 다녔을 터이나 요즈음에는 스마트폰에 들어있는 메모기능이나 워드 기능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기차를 자주 타는 편입니다만, 대체적으로 출발시간보다 훨씬 일찍 정거장에 나가는 스타일이라서 기차를 놓치는 법은 별로 없는데, 딱 한번 예약한 차를 타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동생이 예약하고 같이 고향에 가리로 한 것인데, 출발시간을 착각하는 바람에 차를 타지 못하였습니다. 기차역이 집에서 멀지 않으니 조금 일찍 연락을 주었더라면 충분히 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경험과 책읽기를 묶어서 저의 글로 써내려 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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