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알고 있다
르네 나이트 지음, 김효정 옮김 / 북플라자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일을 목격한 두 사람이 기억하는 내용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사실 보고 기억하는 과정에서 보는 사람의 주관이 상당히 개입되기 때문에 어떠한 관점에서 상황을 보느냐의 차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문학작품을 비롯하여 미술 등 예술작품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는가의 문제도 포함될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가족에게까지도 감추고 싶은, 심지어는 스스로의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일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가족 사이에는 서로 비밀이 없어야 신뢰할 수 있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만, 역시 몰라도 좋은 일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영국 BBC방송의 예술 다큐멘터리 극작가 출신인 르네 나이트의 소설 <누군가는 알고 있다>는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 요소를 잘 버무린 소설입니다.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심리소설이라고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 경우는 소설의 독후감을 쓰는 일이 참 어렵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이야기의 서사를 어느 선까지 정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참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의 경우는 특히 전개는 물론 반전까지도 너무 극적인 데가 있어서 이야기의 흐름을 조금이라도 보이는 것이 적절치 못한 것 같습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같은 사물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와 감추고 싶은 비밀을 누군가 지켜본 듯이 소설로 써서 주변 인물들에게 이를 읽도록 강요받는 그런 상황이 너무 끔찍할 수도 있다는 상황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알고 있다>는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잘 알아야 하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아이에 대한 막연한 사랑과 믿음이 다른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세상을, 사물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연습을 당장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주어진 상황 가운데 자신에게 불리한 요소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거나 혹은 인지를 했더라고 굳이 무시하는 경향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연습을 꾸준하게 한다면, 하고 있는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사실 이런 생각은 <누군가는 알고 있다>에 이어,에이미 E. 허먼의 <우아한 관찰주의자>를 읽고서 정리한 내용입니다.

이 소설의 독특한 점은 이야기를 끌고 가는 화자가 두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두 사람이 끌어가는 이야기가 어느 시점에선가 만나게 되는 구조입니다. 그러니까 두 가정이 엮인 불행한 사건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데서 새로운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었던 것인데, 마지막 순간에 사건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 진실을 밝히므로서 파탄으로 치닫는 상황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속도감 있는 전개가 이어지다가 놀라운 반전으로 끝을 맺는다’, ‘매혹적이고, 교묘하며, 중독성 있는 이 소설은 훌륭한 스릴러의 삼박자를 모두 갖추었다’라는 평가를 받아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식이 먼저 죽으면 부모는 평생 그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산다고 말합니다. 19살에 사고로 죽은 아들이 남긴 사진을 받아든 부모가 소설가라면 어떨까요? 아들의 유품을 바탕으로 소설을 써내려가지 않을까요? 그 소설을 발표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문제는 유품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하는 문제가 남을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지각의 편향성을 배제할 수가 있겠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또 다른 화자가 사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으니 자업자득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을 것 같습니다. 어찌되었건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하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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