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미술관 역사로 걷다 - 프랑스 혁명기의 다비드부터 자본주의 시대의 반 고흐까지
이동섭 지음 / 지식서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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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각광받고 있는 여행 가운데, ‘한 달 살기’가 있다고 합니다. 국내외 도시나 시골, 어디든지 한 달 동안 머물면서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녹아들어보거나 혹은 그 지역에 있는 여러 가지 문화들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여행 형태라고 합니다. 

저는 주로 여행사 상품으로 많은 곳을 돌아보는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만, 어느 정도 돌아보기가 끝난 다음에는 ‘한 달 살기’를 해보려 합니다. 한 달 동안 살면서 구경할만한 장소로 우선 런던에 먼저 살아보고, 그 다음은 파리를 꼽고 있습니다. 두 도시는 2박 3일 정도 머물면서 분위기마저 제대로 느껴보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파리는 루브르를 보드를 타고 달리듯 구경하고 말아 기억에 남는 장면, 혹은 작품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법도 잘 모르지만 그래도 더 많이 느껴보려고 기회가 될 때마다 전시회도 가고 관련 서적을 찾아 읽고는 있습니다.

이동섭교수님의 <파리 미술관 역사로 걷다>는 특히 프랑스 근대미술을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었습니다. 흔히 미술작품을 소개하는 책을 보면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 즉 화가의 삶과 작품의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설명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고전주의 미술에서 현대미술로 넘어오는 시기에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다양한 유형의 미술사조를 대표하는 화가들이 격동하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작품 활동을 했는지까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이런 방향을 가지고 책을 기획하게 된 것은 파리에서 사진, 조형예술(현대무용), 비디오아트, 예술과 공연미술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는 한편 프랑스 혁명을 중심으로 한 근대사에도 관심을 두었던 것이 꼬투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화가는 그림을 통하여 시대와 인간을 표현하기 때문에 그림은 시대의 초상화이자 역사의 기록물로서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있으므로, 미술작품을 통하여 역사의 흐름을 살펴보자는 생각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파리의 모습과 정신은 결국 프랑스 혁명의 결과물이며, 프랑스혁명은 정치와 사회 분야뿐 아니라 미술 분야에까지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입니다. 즉 프랑스혁명은 회화의 왕정이라 할 고전주의가 무너지고 공화정처럼 다양한 사조가 폭주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모두 12개의 장으로 구분되었는데, 다룬 화가는 모두 11명입니다. 자크루이 다비드를 프랑스혁명기와 나폴레옹의 제정기로 나누어 각각 설명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고전주의의 마지막 불꽃이라 할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비드에 이어서, 들라크루아, 밀레, 쿠르베, 마네, 드가, 모네, 르누아르, 세잔, 반 고흐를 거쳐 앙리 루소로 격변기가 마무리되면서 현대미술로 넘어가게 된다고 합니다.

저자는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의 작품 뿐 만이 아니라 다른 화가의 작품까지 가져와 비교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다양한 작품들을 인용하고 있어서 앉아서 파리의 다양한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명한 작품들을 감상하는 눈호강을 하는 셈입니다. 물론 원본 작품이 아니라서 상세한 부분까지는 아쉬움이 없지는 않습니다.

당시 화가들이 작품활동을 하면서 가진 생각들을 읽어볼 수 있는 것도 큰 수확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다비드와 같은 “신고전주의자들은 계몽주의자로서, 그들에게 그림은 도덕적인 생각을 표현하고 감상자를 교육시키는 수단이었다(47쪽)”라던가,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예술은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현실을 만드는 망치’라고 설파했다. 쿠르베에게 그림은 현실을 개조하는 망치였다(159쪽)” 등 그림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소중한 금언이 될 것 같습니다. 인상주의와 현대미술의 차이도 있습니다. “내게 현대 예술은 재미가 해석에 있다면, 인상주의는 감상의 즐거움을 준다(230쪽)” 저자의 철학 같은 것입니다만, 참고하면 미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정리를 해보면, <파리 미술관 역사로 걷다>는 근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신고전주의 미술사조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등장한 새로운 미술사조의 중심에 있는 화가들의 작품에 대한 해설을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연계하여 설명하고 있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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