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란의 미식 방랑기
차이란 지음, 임화영 옮김 / 이담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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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회사에서 보내주는 해외연수의 일환으로 대만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출발에 앞서 대만여행에서 맛있는 중국음식을 많이 먹다보면 체중이 늘까 걱정이었습니다. 요즈음 혈압이 조금 높아진 까닭에 체중을 줄이기 위하여 꽤나 신경을 쓰고 있고, 어느 정도는 성과를 얻고 있는데 이런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걱정이 되었던 것입니다. 저의 이런 걱정에 작은 아들은 그래도 대만에 가서 맛있는 중국음식을 먹어볼 기회가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일단 즐길 것은 즐기고 체중이 불어나면 다시 줄이면 되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정말 대만에서 먹은 음식들은 대부분 맛이 있었고 돌아올 무렵에는 체중이 늘어난 느낌이 분명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 주일 정도 지나면서 시나브로 출발전 체중으로 돌아왔다는 것입니다. 대만에서 중국음식을 먹으면서 고민스러웠던 것은 이름을 들어도 금세 까먹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그런 고민을 풀어줄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홍콩출신 칼럼니스트 차이란이 쓴 <차이란의 미식방랑기>입니다. 저자는 홍콩의 영화계에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칼럼을 써왔고 최근에는 요식업계에도 진출하였다고 합니다. 현재 여든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활약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여행과 음식’이라는 제목으로 중국의 각지를 비롯하여 호주, 일본, 부탄, 태국, 두바이, 그리스, 터키, 폴란드, 러시아, 독일, 페루, 아르헨티나 등 세계 여러 나라의 도시들을 돌아다니면서 먹어본 음식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양한 나라로 가는 여행이 일과 연관이 있는 경우가 많겠지만, 때로는 그저 먹고 놀기 위하여 친구들과 어울려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는 이야기에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특히 세계 각지에서 특유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장소, 즉 식당을 소개하고 있는데, 평가는 냉정해서 어떤 식당은 음식이 형편 없으니 가면 안될 것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합니다. 저자의 논평을 참고하면 맛이 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아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음식의 맛이라는 것이 개인의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하겠습니다. 저자의 경우는 양고기를 아주 좋아한다고 합니다만, 저의 경우는 어떤 양고기 요리도 맛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먹은 양고기 요리는 거의 맛이 없었다고 소개할 것 같습니다. 저자는 한국에도 자주 찾아온 모양으로 한국음식에 대하여는 호의적으로 적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점입니다.

2부 ‘요리대화방’에서는 음식에 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모아놓았습니다. 어쩌면 이 부분만을 별도로 구성해도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3부 ‘영화와 여인’은 음식과 특별한 연관이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저자가 살아오면서 인연이 엮였던 여인에 관한 이이기이기 때문에 이 책의 구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저자는 스스로 미식가라고 주장합니다만, 사실일까 의문이 드는 대목도 없지 않습니다. 미식가는 입맛이 까다로우며, 맛있는 음식을 골라 먹는 편이지만 폭식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만, 저자의 경우는 입에 맞는 음식은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듯해서입니다. 또한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는 버릇이 있는 듯하며, 미식가라고 하면서도 남들이 그렇다고 하더라하는 식의 글쓰기를 하고 있어 신뢰가 떨어지는 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연세가 있기 때문에 옛날식 글쓰기 습관 때문에 오는 오해일 수도 있겠습니다. 책을 구성하면서 여행 장소 별로 나누다 보니 이야기의 선후가 섞이는 대목도 없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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