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인문학 - 21명의 예술가와 함께 떠나는 유럽 여행
문갑식 지음, 이서현 사진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기를 쓰고 있는 탓에 여행에세이를 즐겨 읽는 편입니다. 기회가 있을 때는 그런 여행기를 흉내 내기도 합니다. <여행자의 인문학>은 제목이 무언가 있을 듯하여 구입을 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다음번 해외여행에서 읽어볼 요량이었습니다. 목차를 들추었더니 요즈음 쓰고 있는 영국-아일랜드편의 여행기에 참고할 만한 내용이 있을 듯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21명의 예술가와 함께 떠나는 유럽여행’이라는 부제가 달려있습니다만, 내용을 읽어보면 영국과 아일랜드는 소설가의 발자취를 따라서, 프랑스는 화가와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입니다.

아마도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서처럼 여행지와 관련이 있는 사람의 안내를 받는다는 설정을 참고한 듯한데, 내용을 읽어보면 작가 및 화가 등과 함께 가는 여행이라기보다는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입니다. 21명의 예술가 가운데, 고흐, 세잔, 샤갈, 피카소, 모네 등 5명 화가를 제외하면 16명이 소설가 혹은 시인임을 고려한다면 소설가편과 화가편으로 나누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제 경우는 여행지와 관련된 작품 하나를 골라 설명하는 방식을 좋아합니다만, 이 책의 작가는 책보다는 작가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비중이 큰 경우도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브론테자매가 살던 하워스의 목사관을 찾아가는 과정이 꽤나 지루하게 나옵니다. 찾아가는 길이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네비게이션에 너무 의지해도 길찾기에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 지도를 챙겨가는 편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덕분에 하워스를 찾아가려는 생각을 접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말았습니다.

반면 베아트리체 포터가 살던 레이크 디스트릭트는 다시 찾아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글라스미어에 있는 워즈워스의 도브 코티지는 지난해 가보았는데, 가까이 있다는 포터의 집은 볼 것이 더 많았음에도 있는지조차 몰랐으니 아쉽기만 합니다. 윈더미어에서 배를 타게 되면 힐탑농장이나 캐슬농장을 볼 수가 없는 위치였던 것입니다. 역시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하는데, 윈더미어를 배로 건너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기는 했습니다.<베아트릭스 포터의 집; > 그런데 저는 이 책의 작가가 베아트리스 포터를 ‘해리 포터의 원조’라고 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저 성이 같아서였을까요?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 베아트릭스 포터와 해리 포터와의 관계에 대하여 이야기한 적이 있는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또한 베아트릭스 포터는 등장인물을 농장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동물을 의인화하여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냈지만,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은 그야말로 창작 판타지 소설이라서 분야가 다르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고른 브론테 자매, 제인 오스틴, 윌리엄 워즈워스, 베아트릭스 포터, 코난 도일, 찰스 디킨스, 루이스 캐럴, JRR 톨킨, 셰익스피어, 오스카 와일드 등은 영문학에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분들이고, 여기에 빠질 수 없는 작가 시인이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한다면 앞서 말씀드린 대로 영국만으로 국한해서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기획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작가가 이 책에서 언급한 사람들의 작품을 모두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이미 읽은 책도 다시 찾아 읽어보면 다른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고, 또 작가처럼 그들이 남긴 발자취를 찾아가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난 여름 워즈워스가 살았던 도브 코티지를 방문하고, 윈더미어 호수를 건너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인이 어떻게 영감을 얻었을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워즈워스가 남긴 시를 읽다보면 전과 다른 느낌으로 읽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