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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릭스 포터의 집 - 피터 래빗의 어머니
수전 데니어 지음, 강수정 옮김 / 갈라파고스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지난해 여름 여행했던 영국의 레이크 디스트릭트에 대한 글을 정리하면서 이 지역에서 살면서 작품활동을 했던 많은 문인들을 알게 되었습니다(https://blog.naver.com/neuro412/221336525789). 그 중에는 동화 <피터 래빗 이야기>를 쓴 베아트릭스 포터가 있었습니다. 마침 도서관에 갔다가 <베아트릭스 포터의 집>이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띄었으니 당연히 읽기 위하여 빌어 왔습니다. 이 책을 쓴 수전 데니어는 내셔널 트러스트에서 잉글랜드 북부의 역사 유적 및 건축물을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책장을 펼치고 ‘베아트릭스 포터가 사랑했던 시골집의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거주자들에게’라는 헌정사를 읽으면서 그녀가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에 동참하면서 기여한 바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 보는 좋은 책읽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였습니다.
베아트릭스 포터는 1866년 런던에서 태어났습니다. 직물업에 종사하는 부유한 가문 덕분에 유복하게 자랐지만 몸이 약해서 주로 혼자서 어린 시절을 보내야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그녀는 그림을 잘 그리고, 상상력이 풍부했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각종 동물을 직접 기르면서 이들의 모습을 그려 나갔는데, 1893년 가정교사의 아들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위로하기 위하여 보낸 편지에 토끼 그림을 곁들인 이야기를 써보냈던 것이 <피터 래빗 이야기>가 탄생한 배경이라고 합니다.
그녀가 레이크 디스트릭트를 처음 방문한 것은 1882년이라고 합니다. 가족들이 친척집들을 방문하여 여름을 보내곤 했는데 레이크 디스트릭트를 여러 번 방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작은 그림책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1905년에는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의 물색에 나섰고,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니어 소리(Near Sawrey)의 힐탑에 34에이커의 땅을 사게 되었던 것입니다. 알고보 니 니어 소리는 우리가 배를 탔던 윈더미어 호숫가에 있는데 배를 타고 앰블사이드로 가면서 줄곧 바라보았던 밋밋한 언덕의 반대편에 있는 지역입니다. 니어 소리에 대한 그녀의 느낌은 “이곳은 내가 지내본 중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작은 고장이고, 사람들도 너무나 친절하며 고풍스럽다(23쪽)”라는 것이었습니다. 4년 뒤에는 니어소리에서 호수 건너편의 캐슬 농장을 구입했습니다. 두 농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면서 땅을 늘려갔는데 특히 호수지역의 개발을 둘러싸고 개발업자가 땅을 사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적극적으로 나서서 땅을 사들였고, 결국에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에 헌납하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사망할 무렵 스무채의 집을 포함하여 4,049에이커의 땅을 내셔널트러스트에 기증하였습니다.
존 러스킨 역시 코니스턴 워터 위쪽에 작고 오래된 농가를 구입했는데, 곧바로 웅장하게 증축하였다고 합니다. 베아트릭스 포터 역시 사들인 집을 끊임없이 개조하는 편이었습니다. 현지의 고용을 창출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무렵 러스킨도 동참했던 미술공예운동의 영향을 받은 탓으로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주로 작품활동과 관련하여 찾아 온 사람들을 만나는 용도로 사용한 힐탑농장과 캐슬농장 모두에서 고가구를 비롯한 다양한 장식들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베아트릭스가 남겨 놓은 집들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장식물들을 꼼꼼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베아트릭스 포터는 집 내부는 물론 정원도 열심히 가꾸어 놓고, 그것들을 그려 두었다가 나중에 새로운 그림이야기에 사용한 듯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베아트릭스 포터가 살던 집들은 물론 그녀가 남긴 각종 기록과 그림들을 광범위하게 조사하여 이 책으로 정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녀가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에 적극 참여한 것은 맞습니다만 윌리엄 워즈워스나 존 러스킨과는 다소 다른 입장이지 않았나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녀가 한창 필명을 날리던 1920년 무렵에는 힐탑과 케슬 코티지를 찾아오는 독자들 특히 미국인들이 적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다만 이들은 그녀처럼 옛날의 추억과 시골 생활의 소박한 즐거움, 낡은 농가주택, 외딴 언덕의 장엄한 아름다움이 지닌 가치를 높이 샀다는 점이 달랐던가 봅니다. 레이크 디스트릭트를 진정 사랑했던 베아트릭스 포터가 지키려했던 것들을 자세하게 볼 수 있었던 좋은 책읽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