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중해식 인사
이강훈 글.그림 / 열린책들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그리스하면 웅장한 모습의 파르테논신전을 비롯한 그리스 건축예술이 떠오릅니다. 그리고는 파란 쪽빛 바다가 생각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와는 달리 고대 그리스문명이 남긴 유적보다도 섬에서 보는 환상적인 풍광과 그리고 그리스 사람들과의 만남에 더 관심이 많은 분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의 지중해식 인사> 역시 시로스, 산토리니, 낙소스, 미코노스 그리고 사모스 등, 주로 에게해에 흩어져 있는 섬을 돌면서 그리스사람처럼 느리게 살아본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얼마 전에도 섬을 돌면서 자연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은 박은경 작가의 <야사스! 그리스; https://blog.naver.com/neuro412/221356305436>를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의 지중해식 인사>는 일러스트레이터 이강훈님이 처음 그리스를 찾아간 여행기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섬을 찾아 섬의 자연환경, 사람들 사는 모습, 심지어는 섬에 사는 고양이들과 어울려 지낸 이야기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영화의 엑스트라로 출연하는 드문 경험까지도 해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출판사에서는 그리스 섬여행의 정보나, 역사적이거나 문화적인 지식과 정보 등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이 책을 읽는 이들은 실망할 것이라고 아예 대놓고 말합니다. 다만 여행의 즐거움이나 여행의 참맛을 느껴보시라고 권합니다. 뚜렷한 목적 없이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여행이라면 우리나라 섬에서도 충분히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버릴 수 없는 저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물론 자연환경이나 만나는 사람들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같이 놓고 비교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그리스 섬에서 만난 그리스 사람들 혹은 그리스 섬을 찾은 외국인 등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얻은 느낌을 두고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한 것은 분명 색다른 여행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딱히 정해진 것 없이 무작정 떠나서 긴 일정으로 살아보는 것을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전에 보고 싶은 곳이 많아서 여전히 생각만 하고는 있습니다만, 얼마 전에 그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어서 생각보다는 일찍 경험해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나누어주면서 가까이 하다가 훌쩍 떠나버리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충분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물론 작가 역시 나중에서야 그런 문제를 고민한 흔적을 적기는 했습니다. 그렇게 돌보던 고양이들을 이어서 돌볼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추운 겨울을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그리스 섬의 겨울이 정말 춥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옛날 미국에서 영어를 공부할 때 일이 생각났습니다. 겨울철이었는데, 만약 니스에 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답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바닷가에서 모래찜을 하고 싶다고 답변을 했더니 선생님이 놀라던 것을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산토리니와 같은 지중해의 섬에서 보내는 겨울은 한마디로 낙천적인 사람들마저도 염세주의자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스 섬에서는 겨울에 접어들면 우기가 시작되는데, 기온은 점점 떨어지고 바람은 점점 세차게 불고 비는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하고,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겨울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영하의 날씨로 떨어지는 날은 그리 많지 않지만 체감온도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지중해의 겨울이 혹독한 것은 그만큼 찬란한 여름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니까 아름다운 여름을 다시 맞을 수 없다면 지중해의 섬에서 겨울을 보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겠지요.

작가는 그리스 섬의 풍광을 단순한 사진으로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공을 살려 일러스트레이션을 접목한 사진작품을 보여주는 것도 다른 여행기와는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스의 섬에서 만나는 그리스 사람들에게 야수!하고 인사를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무뚝뚝해보이는 그리스 사람들의 속에는 따듯한 마음이 숨어있다는 점을 간직하고 찾아가볼 생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