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 언제나 오늘이 처음인 우리에게 곰돌이 푸 시리즈
곰돌이 푸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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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곰돌이 푸가 국제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답니다. 디즈니 신작 만화영화 『크리스토퍼 로빈』의 상영을 중국정부가 금했다는 것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곰돌이 푸가 시진핑 국가주석을 풍자하는 소재로 쓰이는 점이 문제가 되었다는 추측입니다.

분단된 독일의 통일을 이룩하는 위업을 달성한 헬무트 콜 독일 총리는 생전에 비대한 몸매로 인하여 ‘우둔한 바로 총리’라는 이미지로 코미디의 단골 소재가 되었다고 합니다.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을 것 같습니다만 콜 총리는, ‘독일 국민이 웃을 수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바보가 되겠다’라고 했답니다. 정말 위대한 바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콜총리를 흉내 낸 대통령이 있었습니다만, 요즈음에는 그런 흉내를 내보려는 정치인은 씨가 마른 모양입니다.

독서모임을 같이 만들어보자고 의논하고 있는 동료직원의 권유로 읽게 된 것은 어쩌면 시진핑 주석도 약간 기여를 한 셈입니다. 채널을 돌리다가 곰돌이 푸의 모습을 스치듯 본 기억은 있습니다만, 디즈니 만화영화를 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읽어보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1926년 AA 밀른의 소설 『위니 더 푸(Winnie-the-Pooh)』의 주인공으로 세상에 태어났다고 합니다.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1977년에는 이 소설을 바탕으로 디즈니영화사에서 만화영화를 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곰돌이 푸의 이미지는 이때 만들어진 것으로 보아야하겠습니다.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는 곰돌이 푸 원작이라고 하고 디즈니사가 판권을 가지고 있고 옮긴이도 있으니 원본이 있을 것 같은데 자세한 설명이 없어서 성격이 분명치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프롤로그를 읽다보면 푸가『논어』를 만났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행동을 하고, 타인에게 정직하며, 현상을 단순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교훈을 전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지혜를 푸의 목소리를 빌려 이야기’한다는 것입니다.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 이야기들 가운데 첫 번째 “곰돌이 푸처럼 산다는 것은 뭘까?”를 시작하는 이야기 ‘뭔가를 배우고 그것을 실천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은 매우 즐거운 과정입니다.’는 『논어』의 「학이(學而)」1장에 나오는 공자님의 말씀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設乎)”를 풀어쓴 것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 ‘먼 곳에서 친구가 찾아오면 정말 기쁘겠지요’ 역시 학이편의 이어지는 문장,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를 풀어쓴 것입니다. 그러니까 논어를 쉽게 풀어내고 있는 것인데, 글의 뿌리를 소개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원전이 분명치 않은 글도 있는 듯합니다.

곰돌이 푸는 영리해보이지 않지만, 적어도 나쁜 일은 하지 않는, 즉 ‘지(無知)의 지(知)’의 철학이 배어 있는 삶을 보여준다는 설명입니다. 사실 곰은 아주 영리한 동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야생의 곰은 무서운 동물이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여행할 때 곰을 만나면 무조건 피하라고 들었습니다. 사우스 다코타 주에 있는 베어스 가든은 자동차를 타고 지나면서 곰들을 구경하는 것이었는데, 바짝 긴장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는 곰돌이 푸를 비롯하여 크리스토퍼 로빈 그리고 6 동물친구들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등장인물의 그림들이 글 내용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즉 글 내용이 등장인물들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분명치 않아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저 좋은 말씀을 읽는데 배경음악처럼 책의 여백을 장식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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