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의 독서 (문고본) 마음산 문고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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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의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을 민음사의 새로운 번역으로 두 번째 읽기 시작하면서 프루스트의 책읽기에 마음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이 읽는 책은 결국 프루스트가 읽고 얻은 느낌이 담겼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프루스트의 독서에 관한 책들을 모아 읽고 있습니다. 프루스트에 관한 연구서까지 찾아 읽기에는 아직 역량은 부족하지만, 다양한 책을 어떻게 읽었는가 하는 점을 읽다보면 느끼는 바가 있지 않을까 싶기 때문입니다.

옮긴이의 설명에 따르면, <프루스트의 독서>는 3편의 서문을 모은 것이라고 합니다. 첫 번째 ‘독서에 관하여’는 그가 번역한 존 러스킨의 <참깨와 백합>에 붙인 역자서문이고, 두 번째 ‘침울한 주거지에 행복을’은 리타 드 모니의 캐리커처 모음집 <비스투리 왕국에서>를 위한 편지형식의 서문이며, ‘달콤한 비축품’은 폴 모랑의 단편집 <달콤한 비축품>에 부치는 서문이라고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특정 책의 서문으로 쓴 글이 해당 도서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참깨와 백합>의 서문에서 주로 자신의 어린 시절의 독서기억을 바탕으로 독서에 대한 사유를 펼쳐냈습니다. 어렸을 적 프루스트는 책읽기를 방해받는 것을 무척 싫어했던 것 같습니다.

그가 책을 읽는 동안 식탁을 차리던 요리사가 도움을 주겠다고 건네는 말에 대해서도 “그저 ‘괜찮아요. 고마워요’라는 대답을 하려해도 독서를 멈추고 먼 곳에서 내 목소리를 데려와야 했다. 목소리는 입안에서 달음박질을 하며 소리 없이 눈이 읽은 모든 말을 되풀이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말하려면 목소리를 멈춰 세우고 밖으로 꺼내야만 했다.(24쪽)” 그러니까 그는 눈으로 글씨를 읽으면서 입안에서는 그를 따라 웅얼거리는 방식으로 책을 읽었던 모양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병약했던 프루스트의 건강을 염려한 부모님은 그의 책읽기가 지나치다 싶으면 야단을 치거나 벌을 주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부모님이 잠자리에 들자마다 촛불을 켜고 이미 읽었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던 것을 보면 말입니다.

<참깨와 백합>은 러스킨이 1864년 12월에 가졌던 두 차례의 강연 내용을 묶은 것이라고 합니다. 첫 번째는 러숌도서관 건립을 돕기 위한 ‘왕의 보물’이었고, 두 번째는 앤코츠학교 설립을 돕기 위한 ‘여왕들의 정원’이란 제목의 강연이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책읽기에 대한 추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지만, 말미에는 러스킨의 강연내용에 대하여 언급을 빠트리지 않습니다. ‘모든 좋은 책의 독서는 책의 저자인 지난 세기 최고의 교양인들과 나누는 대화나 마찬가지다(49쪽)’이라고 전합니다.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러스킨은 독서란 우리가 주변에서 알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지혜롭고 흥미로운 사람들과의 대화라고 제시한다.(51쪽)’

프루스트는 한때 러스킨에 경도되어 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참깨와 백합>을 번역한 것도 바로 그런 시절에 했을 것입니다. 독서를 치료의 한 방편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프루스트 역시 그런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우울증 같은 몇몇 병적인 경우에는 독서가 일종의 치료법이 될 수 있고, 거듭되는 독서를 통해 게으른 정신을 정신의 삶 속으로 끊임없이 끌어들이는 임무를 질 수 있다. 그럴 때 책은 정신과 의사가 일부 신경쇠약 환자에게 하는 역할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61쪽)” 사실 정신질환이 아니라 신체적 질환에서도 독서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온다고 믿습니다. 

그의 글을 읽다가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에 대한 서술에서 제가 놓친 무엇을 발견합니다. 그곳에는 두 개의 원기둥이 있다는데, 마르코 성자의 사자는 저도 보았습니다만, 악어를 밟고 있는 테오도르 성자의 기둥은 본 기억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베네치아를 다시 가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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