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행복이 어떻게 세상을 구하냐고 물으신다면
콜린 베번 지음, 이은선 옮김 / 한빛비즈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어제밤 <숲속의 작은 집>이라는 예능분야의 방송을 처음 시청하였습니다. 남녀 연예인이 숲속에 있는 작은 집에서 1박2일 혹은 2박3일 머무는 모습을 담은 내용입니다.  공공 수도와 전기 없이 모든 것을 자급자족(off grid)해야 한답니다. 이미 다양한 문명의 이기 속에서 살다가 갑자기 모든 것이 사라진 세상에서 살아낸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또한 그런 삶을 모든 인간들이 영위해야 하느냐 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예능방송으로 운을 떼는 이유는 <당신의 행복이 어떻게 세상을 구하냐고 물으신다면>이라는 숨가쁘게 긴 제목의 책을 쓴 콜린 베번이라는 저자의 삶 때문입니다. 사회 변화 운동가라고 하는 그는 지구에 가하는 인간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뉴욕 한복판에서 가족과 함께 1년 동안 공산품, 플라스틱, 전기 등 환경에 영향을 주는 것들 없이 생활하고서 그 과정을 담은 <노 임팩트 맨>을 써서 주목을 받았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삶의 철학을 완성한 곳이 미국 로드아일앤드주의 프로비던스에 있는 관음선원이고, 그곳을 연 숭산대사의 가르침의 영향이 컸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관음선원에서 깨친 바는 “진정한 즐거움을 찾는 일과 세상을 돕는 일이 서로 정반대인 것처럼 느껴져 혼란스러웠는데, 사실 그 구 길은 별개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 깨달음의 원리, ‘어떻게 하면 나와 우리 가족의 행복을 추구하는 동시에 기후변화, 빈곤, 사회의 온갖 불평등 같은 고통을 완화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의문에 답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모두에 실은 ‘이처럼 나를 이롭게 하고 남도 이롭게 하는 것은 새의 양쪽 날개와도 같으니라’고 하신 원효대사님의 말씀에서 시작된 셈입니다.

서문에서 저자는 제목처럼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자신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타인의 행복의 위하여 희생하는 이타적 삶을 살 것인가 하는 내용인데, 그 두 가지 목표가 결코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설파합니다. 작가 스스로의 삶의 궤적을 보여주면서 읽는 이의 이해를 이끌어내려 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이 책이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상호계발서로 분류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서로 도와 삶의 내용을 끌어올리는 과정을 7 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합니다. 각 단계의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목만 보아도 내용의 얼개가 떠오를 듯합니다. 1. 우리에게는 행복을 위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2.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은 뭘까? 3. 행복을 위한 작은 변화, 4. 함께 갈 사람들을 찾는 방법, 5. 누구의 부모가 될 것인가, 6. 당신의 길을 걸어라, 7.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는 방법, 등입니다. 각각의 단계를 시작하면서 왼쪽에는 이 책의 원제인 ‘How To Be Alive'라는 제목을 쪽 위와 아래로 나누어 넣었고, 중간에는 물음표를 커다랗게 넣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단계별 제목을 아래에 넣고 중간에는 커다란 느낌표를 새겼습니다. 물음에 대한 답이라는 뜻이겠지요? 또 하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다음 단계에서는 무엇을 논의할 것인지를 요약하고 있는 점도 독특합니다.

감사의 글까지 무려 543쪽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이라서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이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몇 가지의 핵심으로 정리하여 작은 제목으로 달아놓고 있어 읽는 이가 따라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필요한 부분에서는 간단하게 묘사된 그림도 넣었습니다. 책을 쓰는데 상당히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합니다.

기억해둘만한 대목으로 꼽은 부분이 있습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겠느냐?”는 저자의 질문에 대한 숭산대사의 답변입니다. “나이가 들면 알 것이다. 나는 예순여섯 살이다. 내 나이가 되면 욕심이 사라진다. 성욕이 사라지고 명예욕이 사라지고 수면욕도 사라진다. 모든 욕심이 사라진다. 그러면 너희들은 어떻게 하겠느냐?” 결국 자신이 알아서 답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