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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1~9 완간 박스 세트 - 전9권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ㅣ 미생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8.1~8.14
<미생> 전집 후기
미생은 몇 년 전 가장 핫한 웹툰, 드라마였는데 뒷북으로 지금에야 봤다.
미생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누구든 이 만화를 본다면, 만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 중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는 캐릭터가 분명 있을 것이다.
<미생> 8권을 읽어갈 무렵, 미생 드라마를 1화부터 보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미생 드라마 캐스팅이 굉장히 찰떡같다. 어떻게 다들 그 캐릭터와 잘 어울리는지, 캐스팅을 참 잘했다. 장그래 역을 맡은 임시완 배우를 보면서 1화부터 어찌나 아련한지... 마음이 아프다. ‘26년 동안 복사는 해봤겠지?’ 그렇지만 사실... 쉬워보이는 복사도 안 하던 사람한테는 어려운 거다. 나도 예전에 인턴을 하면서 복사해오라는데 참 당황스러웠다. 복사 매뉴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처음 보는 복사기에 갑자기 복사를 해오라면... 특히나 공급용지가 없을 땐 정말 당황스럽다. 공급용지를 어디서 채워야 하나... 비품실은 어딘가... 불쌍한 장그래... (내가 어디서 동정질이냐...) 하지만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하다고... 만화에서도 그랬듯 곧 장그래는 회사에서 큰 활약을 펼치게 될 것이다.
많은 캐릭터가 등장했지만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인물은 바로 ‘박 대리’이다. <미생> 2권에서 주로 등장했던 이 인물은, 장그래의 말을 빌리자면 ‘풍경’ 같은 인물이다. 풍경은 가만히 있는데 사람들은 그 풍경을 보며 감상에 젖는다. 박 대리도 그런 역할을 한다. 별말을 하지 않아도 그 사람을 보며 주변 사람은 힘을 얻는다. 그러나 그런 박 대리는... 주변인에게 쓴소리를 못해 항상 상사로부터 구박을 받는다. 불쌍한 박 대리... 이지만 가끔씩은 후배들로부터 받는 칭찬에, 파닥파닥 날개를 펼치며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원래는 내면이 약한 인물이지만, 응원 몇 마디에도 기운을 내며 자기 일을 묵묵히 하는 인물... 왠지 나는 이 캐릭터에서 나의 모습을 보았다. 쓴 소리 못하고, 휩쓸려 다녔던, 소심했던 예전 내 모습. 박 대리를 보면서 한편의 위로를 받기도 한다.
장그래, 김동식, 오상식 (+천 과장) 영업 3팀의 케미는 정말 끝내줬다. 그러니 오 차장이 사표를 냈을 때 그들의 섭섭함은 이룰 수 없이 컸을 듯 하다. 결국 장그래와 김동식은 오상식이 이직한 회사로 들어가게 된다. 천 과장의 독백에서 알 수 있듯, 천 과장은 그대로 영업 3팀에 남는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아이들의 부모로서, 눈앞에 닥친 현실을 외면하지 못해 낭만을 쫓기 어려웠을 것이다. 좋을 때는 좋은대로, 나쁠 때는 나쁠대로, 그냥 흘러가듯이 내 역할을 하며 산다. 그도 나쁠 것 없다. 그는 그의 역할을 다한 것이고, 가족을 위한 선택을 한 것이므로.
회사는 과연 일을 하는 곳일까, 일씩이나 하는 곳일까. 그냥 일을 한 만큼 돈을 버는 곳을 넘어, 생계수단 이상으로 애정을 품고 자아실현을 하는 곳일까.
윤태호 작가님은 만화 인물들 하나하나를 살아있게 그린다. 어쩌면 만화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도, 이 만화를 본다면 그런 편견을 깨뜨릴 수 있을 것이다.
여러 도서관을 떠돌며 결국 전집을 모두 읽었다.
이제 시즌 2를 읽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