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 아닌 것이 이렇게 흡입력이 있다니...
한번 손에 잡고 끝까지 쭈욱 읽을 수밖에 없었다.
오~ 그렇지 그렇지 재밌네 하다가, 예상치 않은 곳에서 눈물 콧물이 터졌으니 바로 8장 착한 딸에서였다. 그 전 6장 혼자여도 괜찮은 사람에서 나는 왜 혼자여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었는데, 그 마음이 8장에서 터져 버린거다.

작가의 아버지는 내가 우리 아빠에게 원한 딱 그런 모양으로 작가를 사랑해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결국 혼자가 괜찮아지고, 결혼을 하고,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 수 있었던 건, 그렇게 믿어주고 사랑해 주는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이 나이들어 부모 탓하는 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여태 혼자인 걸 두려워하고, 마음 깊숙이에선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을 거라 믿고, 어디에서나 쉽게 긴장하며, 나이 많은 남자들을 매우 불편해 하지만 한편 그들의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 된 건 다 한 번도 사랑을 표현해 주지 않은 아빠 탓이다.(탓해버렸네;;;;) 그만큼 아빠의 사랑이 너무 받고 싶었던 거다. 그냥 자식이기에 받는 무조건인 사랑말이다. 하여, 작가에 대한 부러움인지 나에 대한 연민인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뭔가가 차올라 눈물 콧물 쏟으며 한참을 울었다. 야심한 시각에 이게 뭐하는 짓인지, 원.. (이 책에도 언급됐듯이 맘껏 울 수 있는 나의 공간이 있다는건 정말 감사하다. 대한민국의 대출 시스템과 은행에 감사를...)

딸 둘이 이미 태어났고, 아들을 너무 기다렸던 아빠는, 태몽으로 용꿈까지 꾸신 후, 셋째는 아들이라는 백프로의 확신을 갖고 나의 탄생을 기다리셨다 한다. 그러나 용꿈을 비웃기라도 하듯, 나는 딸이었고, 아빠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리라...
태어나면서부터 환영 받지 못한 존재. 그게 나의 자존감이 낮은 이유라는 걸 알아내는 데도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안다고 나아지면 참 좋으련만... 그게 그렇지가 않아서 난 늘 누군가의 사랑을 집요하게 바랐고, 이래도 사랑할래? 이래도? 하면서 그 사랑을 시험했다. 사실 이건 이래도 제발 나를 사랑해줘 하는 처절한 몸부림이었지만, 질린 상대는 도망가기 마련이었고, 이봐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어라는 내 안의 믿음은 더욱 견고해져 갔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생각해 봤다. 나에게 아빠는 무서운 사람, 언제 화를 낼지 몰라 불안하고 피하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아빠에게 나는 어떤 딸이었을까?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유행열반인 2021-02-02 06: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이 글 특히 끝에서 두 번째 문단 제가 쓴 줄...그런데 아빠에게 나는 어떤 딸이었을까 하는 물음은 저는 해본 적이 없는데, 붕붕툐툐님 물음 보면서 같이 궁금해졌어요.

얄라알라 2021-02-02 11:58   좋아요 4 | URL
저만 그 질문 안해봤던 게 아니네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늘 궁금한 게 ,
과연 부모가 자식 모두 똑같이 예쁠까? 다섯 손가락 깨물면 다 아프시다고들 하는데, 다 똑같이 아프신걸까?

유치한데, 지금도 그게 그렇게 궁금합니다. 실은 답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붕붕툐툐 2021-02-02 19:14   좋아요 2 | URL
이땅의 딸부자집 딸들은 둘째부터도 이런 분들 많을 거 같아 마음이 아프네용~ 열반님도 동지시군요.. 흐엉~~

반유행열반인 2021-02-02 19:15   좋아요 2 | URL
저는 첫째지만 남아선호 상관 없이 그냥 나쁜 아빠의 자식이었어요 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2-02 19:15   좋아요 3 | URL
북사랑님, 저도 답을 알듯 합니다..ㅠㅠ

붕붕툐툐 2021-02-03 12:22   좋아요 1 | URL
아닛, 열반님, 나쁜 아빠 밑에서 이리 멋지게 크셨다니!! 더 멋짐. 그리고 저 첫째 좋아해욤~훗훗😻😍

미미 2021-02-02 09: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무룩..하다가 은행에 감사에서 뿜었어요ㅋㅋㅋㅋ(팔스타프님 견제하시는거 아녜요?ㅋㅋㅋㅋ)정희진님 추천이라 언젠가 봐야지 했는데 그런 내용도 있군요~리스트 상단으로 쭉쭉 올려야겠네요♡

붕붕툐툐 2021-02-02 19:17   좋아요 1 | URL
ㅋㅋㅋ미미님 리스트가 워낙 길어서 위로 올라가는게 쉽지 않겠지만, 가볍게 후루룩 읽기 좋아욤^^ 팔스타프님 유머 수준까지 따라 갈겁니다!!ㅎㅎ

scott 2021-02-02 10: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책에 작가님은 행복한 대구 유년시절 유복한 가정환경 조부에 사랑 듬뿍,,,
이런삶이 가능했던건 엄마에 엄청난 희생 대가족에 희생물인 엄마,엄마 ㅜ.ㅜ

붕붕툐툐 2021-02-02 19:18   좋아요 2 | URL
스콧님은 엄마가 많이 와 닿으셨군요.. 아, 근데 또 스콧님이 읽으신 책이었어;;;;;😄

페넬로페 2021-02-02 11: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붕붕님!
그 어렵다는 용꿈태몽의 주인공이신거예요? 붕붕님 머리 뒤쪽에 아우라가 펼쳐질 것 같아요^^ 붕붕님이 감동한 이 책 읽으면 저도 여러가지 생각이 날 것 같아요 **

붕붕툐툐 2021-02-02 19:19   좋아요 2 | URL
ㅋㅋ반사판 좀 붙이고 다닐까봐요~ 넹~ 유년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어요~~^^

얄라알라 2021-02-02 11: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세째따님이면 미모가^^

저 역시 역으로의 질문, 내가 어떤 딸이었을까? 딸일까? 나이 들어가며 하게 됩니다.

붕붕툐툐 2021-02-02 19:2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그건 천덕꾸러기 셋째딸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만~ㅎㅎ

바람돌이 2021-02-02 14: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토닥 토닥.... ^^ 툐툐님 아버님의 마음을 제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제는 아버지 마음쯤 몰라도 된다고 큰소리 치세요. 저는 친정아버지가 살아계신데도 묻고싶지도 않더라구요. ㅎㅎ

붕붕툐툐 2021-02-02 19:22   좋아요 1 | URL
와~ 너무 좋은 자세예요!! 몰라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