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알라딘에 글을 안썼다. 솔직히 말하면 들르기는 들르는데, 서재에는 발을 거의 끊다시피 한 상태였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사실 가장 큰 이유는 하나다. 어떤 분께서 예리하게[...] 지적하셨다시피 누군가를 만났었다. 그리고 길지도 짧지도 않게 연애를 했고, 그 연애시간동안만큼이나 그녀를 기다리고, 결국에는 파국을 맞이하고, 상처를 입고, 상처를 입히고, 다시 또 혼자가 되는 이런 순환 속에서 지금에 이르러 다시금 나는 글을 쓰고 있다. 그러니까 글을 쓰기 시작한때가 슬슬 파국의 전조가 보였던 때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때는 너무 힘이 들어서 글은 쓰고 싶었는데, 답글이라던가 그런 것에 신경을 기울일 수가 없었다. 누군가를 너무 사랑하면 안된다. 이게 내 상처투성이 연애의 결론이라서, 솔직히 슬프긴 하지만, 그래도 잊을 만큼은 앓았다. 그러니 슬슬 서재활동을 다시 해볼까 한다.

 

내 닉네임은 가연이다. 가연의 뜻을 가끔 물어오시는 분이 있..기도 한데, (정말이다. 이런 마이너 블로거의 닉네임의 뜻을 물어보기도 한다.) 보통 추측을 먼저 하신다. 첫 번째 추측은 대개 여자친구의 이름인가요, 다. 두 번째 추측은 옛날 여자친구의 이름인가요, 이고 말이지. 하지만 둘 다 땡이다. 내 닉네임은 아름다울 가, 그리고 인연 연을 써서 아름다운 인연, 이라는 상당히 닭살돋는 뜻이다. 사실 나도 어둠의다크의황제, 작은나를건드리면X되는거야, 같은 멋진닉을 쓰고 싶을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 닉네임을 쓰게 된 연유가 있다. 그건 내가 옛날 인터넷 어느 곳에서 활동할때의 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거기서 법정 스님의 '귀한 인연이길' 이라는 시를 본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시를 보고 너무 감명을 받았고, 따라서 인터넷상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이, 그리고 굳이 인터넷뿐만 아니라 앞으로 만나는 모든 사람이 귀한 인연이고 아름다운 인연이 되기를, 하는 바람에서 이런 닉을 쓰게 되었다.

 

물론 지나고보니, 인터넷에서 만난 모든 사람이 다 귀한 인연은 아니었고, 이런 저런 다툼도 벌이기도 했고 사실 그럴때면 상대방이 미워지기도 했지만, 그럴때마다 한편으로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이건 현실이 아니야. 그냥 온라인에서 싸우는 거고, 이게 내 현실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해. 사실 정말로 그랬다. 그냥 욕설이 오가고, 정신승리가 오가는 정도는 현실을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다만.. 내가 그런 일들을 겪으며 꼭 유념하게 된 것은 캡쳐의 중요성이었다. 응? 이게 무슨 소리냐고? 사이버세상은 현실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단 하나를 빼고. 그 하나가 무엇이냐면.. 고소다. 그러니까 여러분, 싸울때에는 고소 안당하게 욕은 하지 말고.. 여튼 선을 지켜서 싸워야된다. 이 고소를 할때 주로 캡쳐로 증거를 모아서 하는 경우가 잦다. 그래서 내가 다니던 커뮤니티에서도 기고만장하던 네임드 몇 분이 어느 순간 사라지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어쩌다가 캡쳐이야기로 넘어갔는데, 여튼 욕이나 상대방에 대한 비난은 적당히하는게 좋다. 굳이 저런게 아니더라도 소위 말하는 '부관참시' 용으로 쓰이기도 하고 - 이게 무슨 말이냐면, 상대방이 머리에 열이 올라서 비아냥거리거나 그런 상황을 일일이 캡쳐를 해서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올린다. 그리고는 하나씩 주석을 단다. 이 사람은 이런 경우에 화가 났고 어쩌고 저쩌고.. 그리고 이제 ㅋㅋㅋㅋㅋㅋ 하며 웃는 것이다. 요즘은 트위터덕분에 이런게 정말 쉽게 일어난다. 그러니 항상 글을 쓸때는 내 글이 누군가에게 캡쳐당할수 있다고 생각하고 쓸 수 밖에 없다. 뭐,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상대방에 대해서 나쁜 말을 하면 상대방이 기분이 나쁘고 감정적인 대응을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조심하여야 된다, 가 되겠지만.

 

좀 길어졌는데,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귀한 인연일지라도 쉽게 끊기는경우도 많다. 처음 한두번은 만나고 이야기하고 그러다가도 연락이 뜸해지면 저절로 끊기게 된다. 이는 인터넷에서 만나서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게 되었을때도 마찬가지인데,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안면을 트더라도, 두 세번 자기일이 바빠서 모임을 못나가면 그대로 끝나게 된다. 다시 모르는 사람이 된다고 하여야 할까. 인터넷이라는게 사람을 사귀기도 쉽지만, 사람을 잃기도 쉬운 공간이다. 우리가 현실을 살아갈때 소위 가면을 쓴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게 가면을 쓰고 현실을 살아간뒤, 인터넷 공간에서는 우리는 그 가면을 벗으며 사람을 만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우, 우리는 그 가면을 벗은 얼굴을 우리의 본모습이라고 착각하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주변 사람이 아닌 낯선사람에게 자신의 본 얼굴을 드러내게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것은 묘한 물이라서, 자신의 본 모습을 보인 사람에게는 다시 거리를 두게 된다. 헉, 내가 내 마음을 너무 많이 열어버린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에 말이다.

 

이런 경우도 있고, 남자 - 여자 쌍이 만났을때 이런 저런 문제점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이런 수많은 커뮤니티의 폭파 이유이기도 하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겠고, 주변에서 보면 저런 경우가 좀 있었다. 여튼 인터넷으로 귀한 인연이 되기가 쉽지는 않더라. 내 짧은 인터넷 생활동안말이다. 결국에는 애인은 오프라인 현실에서 사귀시고, 또 그게 맞다, 인터넷에서는 저런 허튼 생각하면 안된다, 풋. 그런데 참 웃긴게, 저런 걸 피해서 동성간에 만나거나, 정작 나이차가 많이 나는 사람끼리 만나는 것도 모임이 잘 유지가 안된다. 인터넷에서야 익명성의 베일 뒤에서 누구나 나랑 비슷하겠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만나는 순간 그런 생각이 지워지게 된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사람이 그 '가연'(이름은 예시다)이라고? 저 가연, 이 그 알라딘의 가연이라고? 무슨 여자 닉네임처럼 붙여놨는데 알고보니 산적같이 생겼다고? 게다가 나이는 왜 저래?

 

갑자기 왜 이렇게 길게 쓰냐면.. 사실 인터넷에서 만나는 것에 저런 힘든 사항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모임을 하나 만들고 싶다. 예전부터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은데, 독서모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이다. 며칠동안 생각을 해봤는데, 반년동안 한달에 책 한 권씩 읽으며 알라딘 서재에 발제나 의문을 올리고, 그런 것들을 종합해서 만나서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가는게 좋을 것 같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서 책에 대해서 적당한 시간동안 이야기하는것 말이다. 주제는.. 그래, 과학책이다. 과학책을 읽는 모임을 해보고 싶다. 한 달에 한 권 정도면 책을 다 읽고, 그 책에 관련된 것들을 가지쳐서 읽어볼만한 시간이 아닐까? 사실 이런 비슷한 독서모임이 있기는 있다. 백북스, 라고, 꽤 활발하게 조직되어있고 - 뇌에 대한 책을 펴냈던 박문호 박사가 있는 - 조직원들자체도 상당한 내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보인다. 하지만 뭐랄까, 저 모임은 너무 두꺼운 것 같고, 적당히 말랑말랑하면서도 적당히 깊이 있는 수준의 토론을 할 수 있는 모임이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해본다. 젠장, 적당히가 제일 어렵다, 풋. 그러니까, 지적호기심을 자극받아서 책을 읽기는 읽는데, 이 두꺼운 책을 읽는데 누군가와 함께였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을 대상을 하고 싶다는 말이다.

 

하지만 나 혼자 만들고 싶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정말 혹시나 수요가 있는지부터 알아보는게 우선될 것 같다. 사실 나는 나서서 사람들을 모으거나 하는 것은 정말 젬병이다. 난 2인자 포지션, 그러니까 제갈량같은 포지션이 제일 좋다. 그리고 난 돈도 없고 피곤하고 게다가 지방에 있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흥미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협력해서 딱 6개월간만 시범삼아서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래서 말인데, 여기 투표넣는 기능이 있다. 정말 만약에 혹시나 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주시길 바란다. 그러니까 6개월동안, 한 번 귀한 인연이 되어보실래요?

 

 

 

투표기간 : 2014-11-21~2014-12-05 (현재 투표인원 : 7명)

1.해볼 의향이 있다.
85% (6명)

2.그런거 없다.
0% (0명)

3.몰라, 일단 생각해보자.
28%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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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11-21 14:36   좋아요 0 | URL
와- 가연님과 과학책 읽기라니, 너무나 근사한 제안이라 덥썩 물고 싶지만, 분야가 `과학`이므로 저는 조금 생각을 해볼게요. 전 과학바보라서 따라 잡을 자신이 없거든요 솔직히. 그렇지만, 바보 탈출의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까, 이건 조금 더 고민해보겠습니다. 제 고민이 너무 길어진다면 그 사이에 만들어져서 활동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하핫. 일단, 저는 3번에 투표합니다.

(댓글을 언어순화하여 살짝 수정했습니다 ㅎㅎ)

가연 2014-11-21 12:16   좋아요 0 | URL
정작 이렇게 말해놓고 오늘 아침에 신간평가단 신청은 소설분야에.. ㅋㅋㅋㅋㅋ 뽑힐지 모르겠지만요

에이, 이렇게 말씀하시면 어째요ㅠㅠ 저도 아는게 별로 없는데요ㅠ 그냥 다같이 읽자 이런 거에요. 다락방님께서 참여해주시면 과학에 문학의 향기를 더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멋지지 않아요? 힛. 무슨 일을 크게 벌일 생각도 없고, 한 대여섯명 정도 모이면 좋을것 같은데... 그만큼이나 모일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시작부터 너무 거창하게 하면 분명 힘들거든요...

마립간 2014-11-21 09:30   좋아요 0 | URL
http://blog.aladin.co.kr/dangdang

예전에 차력도장이란 이름으로 알라딘 마을 내에서 독서모임이 있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을 제안하시 것 같은데, 그렇다면 저는 참여가 곤란하지만 차력도장과 같은 형식으로 알라딘 온라인 모임 `과학도서` 독서모임에 참여할 의사가 있습니다.

가연 2014-11-21 12:22   좋아요 0 | URL
오프라인 모임 제안 맞아요ㅎ 아무래도 저런 독서모임 방식은 너무 힘들것 같아서 제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지금은 조그만 잎싹부터 만들어볼까, 생각중이에요. 그 잎싹도 피어날지는 잘..ㅎㅎㅎ 영 미심쩍지만 풋.

조선인 2014-11-21 11:58   좋아요 0 | URL
차력도장 운영자였던 사람으로서 잘 되기를 기원합니다. 과학은 저 역시 도전분야가 못 되긴 하지만 마립간님 말씀대로 온라인으로도 유지한다면 참여 의사가 있긴 합니다.

가연 2014-11-21 12:30   좋아요 0 | URL
아, 안녕하세요, 물론.. 일단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는... 온라인에서의 서재, 그리고 아마 페이스북 페이지 같은.. 여튼 그런 방식으로의 소통도 물론 있어야하겠죠. 다만 한 번 정도 대화를 직접 나누며 토론하는 것은 지금 생각으로는 뺄 수 없을 것 같네요. 거창하게 모임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런게 당장 뚝딱 생길리는 없을테고, 일단 혹시나 인원이 모인다면 6개월 정도 소모임형식으로 시험삼아 진행할 생각입니다만..ㅎㅎ 이거 투표라도 제대로 될지..

사실 저런 방식으로 하되.. 혹시나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모여서 토론하는 형식으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 이렇게 되면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사람만 있을테고, 오프라인으로만 참여하는 사람도 있을테니 간극이 벌어질 것 같아서... 이것 저것 복잡한 생각은 다 접고 일단 하나만 생각하려고 하는 중이에요. 여튼 관심 감사해요ㅎ

2014-11-21 13: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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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6 12: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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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2 23: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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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6 12: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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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5 06: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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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6 12: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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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4-11-26 12:00   좋아요 0 | URL
가연님 개인사에 한 획을 그으실 뻔 하였구만요 ㅎㅎㅎ어쩐대요....ㅎㅎㅎ

처음에 가연님 글과 닉 이미지로 여자분이라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요...

독서모임 좋아하지만, 과학분야라 ㅠㅠ

그래도 가연님께서 주관하신다면 멋진 독서 모임이 될 것 같습니다.

참여하도록 노력해 볼게요 ^^ ㅎㅎㅎ

가연 2014-11-26 12:29   좋아요 0 | URL
드림님께서 참여해주시면 영광이죠ㅎㅎ 안그래도 막막한데ㅋㅋㅋ 일단은.. 인원 수를 보고..ㅎㅎㅎ 투표기간까지는 기다려봐야겠어요

비로그인 2014-11-26 21:18   좋아요 0 | URL
재밌을 것 같아요~~ ♥.♥
전 가연님 포함 3명 이하일 경우 꼭 참여할게요~(ㅇ?) 음...보험 쯤?

가연 2014-11-27 08:33   좋아요 0 | URL
만세! ㅎㅎ 갑자기 서재활동을 해오길 잘했어, 하고 눈물이 주륵...ㅎㅎㅎ 감사합니다, 힛.

2014-12-01 18: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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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1 21: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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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4 15: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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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6 12: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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