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1 - 송지나 장편소설 신의 1
송지나 지음 / 비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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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는다.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닫는다. 이제 나만의 공간. 그 오랜 세월 청소 한번 한 적이 없어도 거미줄 한 자락 늘어지는 법이 없는 내 방. 언제나처럼 방 가운데 두 팔 두 다리를 던져 눕는다. 늘 바라왔다. 이렇게 누워서 숨을 쉬고 있으면 그 숨이 천천히 잦아들고, 자아들다가 멈춰 주지 않을까. 숨이 멈춰지면 다시 일어나 문을 영 것인데. 그러면 그 문밖의 세상은 여기가 아닐 수도 있는데.

 

-P.15-

 

1.

 

 TV를 잘 안보기 때문에, 친구들이 유행하는 드라마 얘기를 할때면 괜한 소외감을 느끼곤 합니다. 최근에는 청담동 앨리스와, 학교가 대세인지 드라마가 방송되는 날에는 약속이 뜸해지고, 쉴새없이 울려되던 핸드폰도 조용해 집니다. 비단 친구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일과를 끝마치고 집에 들어올 즈음이면 부모님 역시 드라마 삼매경에 빠져 아들은 본채 만채 하십니다. 저 역시 드라마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 끝을 보기까지의 기다림이 너무 힘들어 영화나 책을 보는 편입니다.

 

 작년 하반기에 방영된 수 많은 드라마들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을 들라면 아마 '신의'를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10%대의 시청률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것은 아니지만, 매니아층을 만들며 꾸준한 인기를 이어갔던 작품입니다. 김희선, 이민호라는 주연 배우들도 마음에 들었고,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는 독특한 시점도 마음에 들어 기대를 했었는데 막상 기회가 닿지 않아 보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그렇게 잊혀지나 했지만 드라마가 아닌 책으로 인연이 닿았습니다. 드라마 원작자인 송지나 작가가 비슷하게, 그러나 다른 형태로 동명의 책을 냈는데요. 뒷내용이 궁금해 잠을 설칠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은수는 머리를 흔들며 생각을 떨친다. 그런데 이 근처에서 무슨 영화를 찍고 있나? 복장을 보아하니 사극인 거 같다. 엑스트라 하나가 길을 잃고 헤매다가 세미ㅏ나실로 들어온 것일까. 아무리 헤매도 그렇지. 그 세계와 이 세계는 전혀 다른 곳인데. 차가운 물을 틀어 손을 식힌다. 차가워진 손으로 목덜미를 주무르고 관자놀이를 누른다. 두통이 시작되면 안 되는데. 할 일이 너무 많은데.

 

-P.64-

 

2.

 

 <카이스트>, <인간시장>, <모래시계>등 어린시절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들의 극본이, 모두 송지나 작가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것은, 리뷰를 쓰기위해 조사하다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였는데요. 괜히 <신의>가 매니아층을 형성한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의 작품들은 드라마뿐 아니라 책으로도 많이 출간 되었습니다. <로즈마리>, <대망>, <태왕사신기>등의 비교적 최근 작품들은 모두 동명의 책으로 출판되었는데요. <태왕사신기>의 경우 드라마와는 다른 결말로 책만의 재미를 더했습니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닌, 비슷한듯 새로운 결말. 그것이 바로 소설 <신의>에 기대를 거는 이유입니다.

 

3.

 

 왕을 모시는 우달치 부대의 대장 '최영'은 전왕의 명에 따라 원에 끌려갔던 '공민왕'을 모시고 고국인 고려로 향합니다. 하지만 이름모를 자객들에 의해 공격을 받게 되고, 왕비인 '보슈타리'가 칼에찔려 중상을 입게되는 급박한 상황에 처하게 되지요. 자칫 잘못하면 원과, 고려의 사이가 틀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전설속 화타와 같은 명의를 찾아 왕비를 치유하는 일 뿐입니다. 우연히 찾게된 천혈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로 넘어온 '최영'은 여의사 '은수'를 만나게 되고, 다짜고짜 그녀를 끌고 과거로 돌아갑니다.

 

 

 

그때에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몸의 병을 치료하는 것은 기술을 배우면 되지만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것은 마음을 기울이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하늘에서 받아 태어나지 못하면 이르지 못하는 경지가 있으니, 그것은 사람의 혼을 치료하는 기운이다. 오직 뱀만이 땅꾼이 내는 기운을 알아보듯, 혼이 병든 자들만이 그 기운을 알아차릴 수가 있다.

 

-P.256-

 

4.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시점은 황당하지만, 무척이나 신선합니다. '최영'이 바라본 현대의 모습은 '하늘나라'마냥 비춰집니다. 쇠로 만들어진 마차가 바쁘게 움직이며, 옷차림 역시 거추장 스러워 보입니다. 그것은 과거로 건너가게 된 '은수'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라마 세트장에서나 보일법한 옷차림의 사람들은 믿기지 않지만 현실입니다. 서로 다른 세계의 두 사람은 극적인 만남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키워갑니다. 사실 책을 읽고나서 뒷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해 드라마를 정주행 하는 중입니다. 책에서 보여진 분량이 약 4회까지의 내용인 것 같은데, 24부작인 드라마 이야기를 담아내야 하기에 6권 정도까지의 분량이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드라마와는 조금 다른 진행들이 보이는데, 과연 그 결말은 행복할 수 있을지 걱정과 기대가 동시에 됩니다. 완결이 나올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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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쫄깃 - 메가쑈킹과 쫄깃패밀리의 숭구리당당 제주 정착기
메가쇼킹.쫄깃패밀리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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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표는 단순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보고 꼭 쫄깃쎈타가 아니어도 좋으니 일단 제주도에 오고 싶도록 만드는 거였다. 많은 이들에게 제주도의 꿀매력을 알리고 싶었다. 제주도에 너무 오고 싶어서 셔플댄스를 추게 만들고 싶었다.

 

-P.56-

 

1.

 

 멀다고는 하지만, 지역의 다른 도시들보다 자주 찾게되는 곳이 바로 제주도인것 같습니다. 비행기나, 배를 이용해서 가야만 하지만, 그 이동시간에 있어서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거든요. 저 역시 수도권에 거주하지만 수학여행부터, 가족여행, 친구들과의 여행 등 많은 추억을 제주에서 만들었습니다. 유채꽃이 만발한 성산재와, 시원하게 펼쳐진 파란 바다, 눈쌓인 한라산은 무척이나 아름다운 풍경으로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쉽게 방문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뭐라고 해야할까요 마음 속 깊이 와닿는 여행에서의 울림은 적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비슷한 음식을 먹고, 같은 언어를 쓴다는 문화적 동질감이 큰 원인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주도는 매력적이지만 또 가고 싶지는 않은 애매한 존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빈틈이 많아서 무너지지 않는 돌담을 볼 때마다 사람도 저 돌담처럼 마음속에 빈틈과 여유가 많다면 그 어떤 거대한 고난과 역경의 바람이 불어와도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P.126-

 

2.

 

  하지만 이런 생각을 바꿔준 책이 있으니, 언어의 연금술사라 불리는 만화가 매가쇼킹의 <더도말고 덜도말고 쫄깃>이 그 주인공 입니다. 네이버 웹툰에 올라온 트래킹 만화를 보며 과거의 작품들까지 찾아볼 정도로 팬이 되었는데요. 어느순간 휴재를 선언하고 자취를 감추었더랬죠. 후에 이혼을 했고, 그 때문에 연재를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그토록 유쾌해 보이는 사람도 나름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구나 라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는데요. 그런 그가 새로운 책으로 독자를 만나러 왔습니다. 그런데 이 책 제가 기대했던 만화가 아니라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이 한없이 가벼워 보이는 사람이 에세이라니, 그것도 제주도 정착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를 썼다니. 궁금함에 책을 펼치고 결국 마지막장을 덮을때까지 잠에들지 못했습니다.

 

 책은 에세이지만 무척이나 새롭습니다. 작가 특유의 언어유희가 쉴새없이 터져나와 배를잡고 웃어대다가도, 어느순간 마음 한쪽을 찡하게 만드는 단상에 같이 생각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책은 그가 제주도로 향한 이유부터, 그 과정, 쫄깃 패밀리의 탄생 비화등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가 제주도에 정착한 일년동안 거쳐간 사람들, 그가 제주도에서 느낀 감정들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구요. 이러한 과정은 사진과 어우러져 더욱 제주도를 그립게 만듭니다. 아니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는 표현이 맞을것 같습니다.

 


 

 

 

물건도 추억이 아니냐고들 한다. 물건으로라도 추억을 남기고 싶지 않냐고 한다. 그런데 이제 난 물건으로 남는 추억보다는 나의 마음속의, 나의 머릿속의 추억들이 좋다. 잊히면 잊히는 대로 내버려 두기로 했다. 추억과 미련을 확실히 구분하며 살기로 했다. 카메라로 정신없이 석양을 찍고, 좋은 카메라들을 모으는 것보다는 조용히 또 천천히 석양을 눈에 담는 바로 그 순간의 느낌이 더 소중하다. 굳어있던 나의 혀에 맛있는 음식들로 맛있는 추억을 남겨주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냥 썩혀 버릴 온갖 식재료로 냉장고를 포화 상태로 만드는 것은 싫다.

 

-P.263-

 

3.

 

 그가 제주도에 정착한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행복한 삶. 자기 스스로를 따뜻하게 다독여줄 수 있는 삶, 진심으로 내 주위 모든 사람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삶을 살아가고 싶어서 였습니다. 누구나 원하는 삶이지만,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삶.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그가 진정으로 부러웠습니다. 아니 어쪄면 그런 용기와 배짱을 부러워 하면 안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비커 밖으로 나갈 엄두는 못내고, 기껏해야 비커 너머로 비치는 풍경을 바라 보고만 있었으니까요.

 

 책을 읽고 그의 게스트하우스에 꼭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주도를 방문하고 싶은 하나의 이유가 생긴 것이죠. 무언가를 얻어간다는 마음보다는, 비워간다는 마음으로 충분한 여유와, 휴식을 즐기고 온다면 저 역시 지금과는 다른 모습의 사람이 되지 않을까요? 때론 웃기게, 때론 감동적으로 지친 일상에 쉼표같은 책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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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데레사 111展 - 위로의 샘
김경상 외 지음 / 작가와비평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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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탁월하거나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고, 마더 테레사 수녀님은 늘 말씀하셨습니다. 지치지 않고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씀하셨지요. 수녀님이 돌아가신 후에도 여전히 그곳에는 지치지 않는 지극한 사랑이 남아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있습니다. 아니 고난 받고 핍박 받는 수천 수만의 예수님이 사랑으로 보살펴지고 있는 것입니다.

 

-P.5-

 

1.

 

 많은 인도관련 책들을 소개하며, 제가 인도에 다녀왔던 부끄러운 이야기를 끄적이곤 했습니다. 이번 책에서도 책 자체의 이야기보다는, 책을 읽으며 생각난 그때의 추억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마더 테레사 하우스'가 위치한 콜카타는 인도내에서도 가장 빈부격차가 심하며, 많은 이들이 가난에 헐덕이고 있는 도시입니다. 처음 그곳을 찾았을때 시각보다는 후각이 먼저 반응을 했습니다. 무언가 썩어가는 듯한 시궁창 냄새와 향신료 냄새는 인도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느끼게 했지요. 그리고 적선을 요구하는 수많은 아이들과, 거리의 사람들은 두려움과 동시에 내가 이곳에 왜 왔을까라는 후회까지 남겼습니다. 제게 콜카타의 첫 인상은 그렇게 거칠었습니다. 나와는 맞지 않는 도시라고 생각했지요.

 

 그렇지만 한국으로 돌아갈수도 없는일. 그렇게 저는 그곳 콜카타의 '마더 테레사 하우스'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주일이 채 안되는 짧은 기간이였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그 때. 제가 배정을 받은 곳은 '사랑의 선물'이라는 뜻의 '프렘 단' 이였죠. 빨래를 하고, 노인분들의 자리를 청소하고, 크리스마스 장식을 도우며 열심히 일을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불편하고 짜증나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잠시 앉아 쉬고있을때, 한 할아버지가 말을 걸습니다. 자신을 바브라고 소개한 할아버지는 다짜고짜 서툰 영어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뱅갈어와 영어가 뒤섞인 문장속에 간신히 알아낸 건, 자신이 기독교 신자기 때문에 전통적인 힌두사회의 가족 구성원에게 배척당했다는것과, 그것을 후회하진 않지만 가끔 무척이나 슬프다는 내용이였습니다. 타국에서 온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저 역시 저의 고민을 함께 이야기 했습니다. 내 꿈과 이런저런 문제들에 대해서 말이죠. 그렇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우린 친한 친구가 되었고, 숙소로 돌아가는 나에게 바브는 "You're present is present" 라는 다소 상투적인 말로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저는 숙소 근처 제과점에서 바브에게 줄 작은 컵케익을 하나 샀습니다. 무척이나 예쁘게 포장된 빵은 콜카타의 풍경과는 무척이나 대조적이였지만, 새로운 친구 바브를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잠이 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프렘 단을 찾았을때, 조금은 낯선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흰색에 천에덮혀 건물 밖으로 옮겨지는 무언가가 보였습니다. 담당 수녀님은 밤새 기온이 많이 낮아져, 체력이 많이 떨어진 노인들 몇 분이 세상을 떠났다고 말씀해 주시더군요.

 

 

1952년에 문을 연 임종의 집 '칼리가트'는 원래 무슬림의 죽음의 여신 칼리의 신전이었다. 콜카타의 대표적 빈민가이자 사창가인 이곳은 길가에서 노숙하는 이들이 수없이 많다. 방글라데시 및 뱅골 주의 모든 유민들이 몰려드는 콜카타는 총 인구 천만 명의 10분의 1인 약 백만 명 이상이 집 없이 거리에서 살아간다.

칼리 신전 앞에서 죽기 직전의 여자 환자를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목욕을 시키고 조용히 임종을 지키던 마더 테레사는 "하느님께서 만드신 사람을 더러운 도랑 속에서 저렇게 비참하게 죽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죽어 가는 사람들이 안락하게 죽음을 맞이하도록 보살펴 주기로 했다. 그렇게 지어진 집이 칼리가트, 임종의 집이다.

 

-P.74-

 

2.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을 살아왔지만 여행에서는 항상 영화와 같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믿기지 않았지만 그 하얀천에 덮여있던 시신들 중 한구는 바로 내 친구 바브였습니다. 전날까지 나에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며 후회하지 않는다 말하던 내 친구 바브요.

 

 특별히 춥다고 느낄수도 없었던 밤이였습니다. 평소처럼 나는 반팔을 입고 잠이 들었는데, 나는 깨어났고 그는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참으로 불공평한 일이죠. 하긴 공평한 삶이였다면. 내가 바브를 그곳에서 만날 수도 없었겠네요.

 

 가끔 저는 생각합니다. You're present is present"라 말했던 바브의 '사랑의 선물'을요. 나는 봉사란 이름으로 그들에게 대단한 것을 해준다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 큰 선물을 받은건 저였습니다. 현재라는 소중한 선물을 바브에게 받았으니까 말이죠.

 

 

3.

 

 익숙한 풍경들이 많이 보여서인지 달라이 라마전을 읽을때보다 더욱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때 느꼈던 소중한 감정들이 사진 하나 하나를 보며 떠올라서 참 오랜시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군대에서 군종병으로 일했지만, 웃기게도 뚜렷한 종교를 가지지도, 믿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종교에 대한 막연한 거부반응이 있다면 있을까요. 하지만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은 믿습니다.

 

 저의 짧은 봉사활동 경험으로 감히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왜 마더테레사 수녀님이 자신의 평생을 바쳐 가난한 이들을 섬겼는지 알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사라는건 누군가에게 준다는 것보다, 내가 받는것이 더 큰 것이라는걸 바브를 통해 배웠기 때문일 겁니다.

 


 

 

 

마더 테레사 수녀와 영화 <시티 오브 조이>로 인해 우리에게 알려진 기쁨의 도시 콜카타는 인도인들에게는 지독한 가난과 고통이 넘치는 도시이다. 인도의 총리였던 라지브 간디는 콜카타를 가리켜 '죽어가는 도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도시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고통을 기쁨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더 테레사 수녀가 설립한 <사랑의 선교회> 구호센터에는 종교 국적과 관계없이 자원봉사자들이 늘 땀을 흘린다. 세계 각지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은 하루에 2,000원짜리 허름한 합숙소에서 잠을 자고, 한 끼에 500원짜리 식사를 한다.

 

-P.212-

4.

 

 인간이 모두 똑같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다면, 가난하고, 아프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신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공평하게 세상을 만들어 놓지는 않았나 봅니다. 어쩌면 그래서 사람은 서로가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고 여러가지 감정을 나눌수 있는걸지도 모르겠네요.

 

 마더테레사 수녀님의 사진들을 보면 그 주름조차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를 도우며 살수 있다는건, 그 자신을 돕는 일로 치환할 수 있을겁니다. 그걸 알고있는 당신이기에 그 미소가 더욱 아름다운 건 아닐까요. 한장 한장의 사진속에서 많은 생각을 떠올리고 배웠습니다. 무척이나 소중한 책 <마더테레사 111展 : 위로의 샘> 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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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박수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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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와코 자신도 그 이유를 모른다. 왜 언제나 쿠로사키의 추억만 이토록 생생한 것일까. 잊히지 않는다. 과거가 되어ㅂ버리지도 않는다. 이식을 받아 몸의 일부가 되어버린 누군가의 심장처럼 언제나 콩닥콩닥 맥박치고 있다. 겨우 1년 반밖에 사귀지 않았는데도. 헤어지고 이미 8년이나 지났는데도.....

 

-P.7-

 

1.

 

 누마타 마호카루의 <유리고코로> 라는 책을 소개하며, 사랑의 다른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작품을 이해하지 못할거라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작가의 신작 <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역시 그녀의 장기인 기이한 사랑과,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잘 어우러진 책인데요. 저에게는 몇 번이나 덮어가며, 읽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 작품이였습니다. 책 자체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작가의 연륜만큼 농익은 문체는 번역된 글조차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세세한 감정표현에 있어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이야기속의 주인공들은 역겨울만치 답답합니다. 특히 여주인공 토와코는 정말 죽여버리고 싶을만큼 이해가 안되는 인물이였습니다.

 

 책의 표지에서는 "이것이 사랑이라면, 나는 사랑을 아직 모른다!" 라는 카피로 작품 전체적인 분위기를 암시했는데요. 저는 이것이 사랑이라면, 사랑을 하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암흑의 밑바닥에서 오로지 이 남자를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한순간 머리를 스쳤다. 다음 순간, 토와코의 몸은 맹렬하게 달리는 기차를 타고 돌진하는 듯한 황홀감에 빠졌다. 말의 잔해가 뒤로 사라지고 의식이 눈사태처럼 무너졌다. 의기양양하게 미소 짓는 진지가 보였다. 진흙 속에서 춤추듯이 꿈틀거리는 시커먼 미꾸라지. 이윽고 몰려오는 절정의 순간에 손쉽게 토와코의 몸을 열고, 미즈시마가 결코 풀어주지 못했던 것을 풀어주는, 미꾸라지처럼 천박한 남자 진지.....

 

-P.158-

 

2.

 

 이야기는 '토와코'와, '진지'라는 주요 인물들의 기묘한 동거로 시작됩니다. '토와코'는 과거의 남자를 잊지못하는 여자입니다. 하루종일 DVD를 보며, 헤어진 남자를 생각하는 그녀는 무척이나 궁상맞습니다.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 '쿠로사키'는 '토와코'를 실컨 이용해 먹고는 잔인하게 버립니다. 객관적인 시각에서보면 답답하리만치 뻔한 상황인데, 그녀 혼자서만 그 상황을 사랑이라 생각하며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런 '토와코'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자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진지'입니다. 이렇게 토와코가 일하지 않고도 삶을 영위해 나가는건 모두 '진지'덕분입니다. 토와코보다 15살 연상의 진지는 하는 짓마다 어눌하고 지저분한, '토와코'말로 미꾸라지 같은 남자입니다.

 

 이 둘의 관계과 완벽하게 역전되어 있습니다. 토와코는 진지를 혐오스러워하며 무시하는 반면, 진지는 그런 토와코에게 집요하리만치 집착합니다. 그렇게 위태로운 둘의 관계는 어느 날 토와코를 찾아온 형사로 인해 더욱 심화됩니다. 토와코가 쿠로사기에게 건 전화 떄문에 찾아왔다는 형사는, 쿠로사기가 5년 전부터 실종 상태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어쩌면 쿠로사기가 살해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무척이나 혐오하는 진지에게 말이죠.

 

 

 

진지를 사랑하는 마음-비슷한 것이- 갑자기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치밀어 가슴이 먹먹해졌다. 입가가 허무한 조소로 일그러졌다. 흉측한 미꾸라지 같은 남자인데, 광기에 사로잡힌 살인자일지도 모르는데, 다른 한 편으로는 감상적인 슬픔을 느끼다니.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자신을 스스로 비웃었다.

 

-P.267-

3.

 

 도대체 무엇이 사랑이라는 걸까요. 토와코를 향한 진지의 감정은 집착에 가까웠고, 그런 진지를 외면하고 다른 남자만을 쫓는, 그리고 자신의 위기에만 진지를 찾는 토와코의 감정은 추악한 이기심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랑이라고 하기엔 너무 한심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어쩌면 저는 몇 번이나 책을 덮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의 모습은 그 모습을 정의 내릴수 없다고 말했던 누군가의 말처럼 이것 역시 사랑이었을까요? 읽는 내내 토와코에 대한 분노를 안고 있었지만, 감상을 적어가며 문뜩 생각해봅니다. 아 정말 이렇게 찌질하고 추잡해 보이는 모습들도 결국 사랑이였을까라는 생각을요.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누마타 마호카루의 작품들은 그 사랑을 이해하느냐, 이해하지 못하느냐에 따라 그 호불호가 분명하게 나누어 질 겁니다. 전 <유리고코로>때와 달리 이해하지 못했기에 불호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한 감정을 잘 잡아내 읽는 내내 사람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은 무척이나 대단합니다. 표지의 외로워 보이는 한 여자의 모습이 왠지 후에 남겨질 토와코의 모습 같아서 괜시리 마음이 무거워 집니다. 과연 그들은 서로를 사랑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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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뱀의 해라고 하는데, 뱀띠인 저에게 더욱 의미있는 한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책도 많이 읽고, 상식도 많이 쌓는 뜻깊은 한해를 알라딘 신간평가단과 함께 시작해 보겠습니다.

 

 

 

 

 

 첫번째로 소개할 책은 <뤼미에르 피플>이라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한겨례 문학 수상작들을 좋아하는데요. <뤼미에르 피플>의 장강명 작가는 <표백>이라는 작품으로 16회 한겨례 문학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지요.

 

 연작소설인 <뤼미에르 피플>은 신촌 '뤼미에르 빌딩' 8층에 사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 장소를 오가는 인물들의 특별한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801호부터 810호까지의 주인공들을 통해 도시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 10편을, 작가만의 날카로운 현실 묘사와 환상적인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는데요. 익숙한 공간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사회 비판적인 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두번째로 소개할 책은 <원숭이와 게의 전쟁>이라는 작품입니다. <퍼레이드>와 <악인>등의 독특한 소재의 책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한 일본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신작인데요. 악인에서 그랬던 것처럼 거대한 권력과 싸우는 소시민의 모습이 반영된 책이라고 합니다.

 

 나이, 직업, 처한 상황, 미래의 꿈 등이 천차만별인 여덟 명의 주인공들의 공통점이라면 단 하나, 현재 사회에서 소위 '약자'라고 불리는 위치에 있거나 한때 그랬다는 것인데요. 하나의 사건을 통해 이들은 기묘하게 엮이게 되고 운명처럼 모이게 됩니다. 그리고 서로 도와 거대한 사회 권력, 기득권층에 맞서는데요. 이러한 과정이 일본의 민담 <원숭이와 게의 전쟁>과 닮아있어 제목 또한 동일하게 지어진 것 같습니다.

 

 

 

 

 

  세번째로 소개할 책은 <오늘의 요리>라는 작품입니다. 최근에는 힐링이라는 키워드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그러한 힐링 열풍과 더불어 떠오르는 것이 요리입니다. 마음과 사연이 담긴 하나의 소울 푸드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감동적인데요. 이 책 역시 요리에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밥을 먹습는다. 혼자서, 둘이서, 가족이 모여서 말이죠. 책은 누구나 먹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적인 식사 풍경을 섬세하고 정성껏 모아 낸 드라마 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매개로 23명의 사연과 그들의 추억을 들려주고 있는데요. 그 추억 속엔 음식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하는 손길,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눈 시간들,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과연 어떤 요리들이 어떤 사연을 안고 있는지 무척이나 궁금해 지네요.

 

 

 

 


 

 네번째 소개할 작품은 <열쇠없는 꿈을 꾸다>라는 작품입니다. 제목이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작품인데요. 열쇠가 없는 꿈이라는 것이 참으로 답답하면서도 암울하게 느껴져 이야기의 내용을 궁금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작품집은 츠지무라 미즈키가 결혼 후, 2011년 아이를 낳고 육아와 집필로 바쁜 와중에 처음 완성한 것으로, 연애.결혼.출산.육아 등에 대한 내용을 매우 리얼하게 그려낸 소설로 묶여 있다고 합니다. 평범할 것 같으면서도 범죄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하여 사건을 추적해가는 동안의 심리 묘사가 압권이라 하는데요. 과연 어떤 이야기가 매력적인 제목 뒤에 숨어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다섯번째 소개할 작품은 <신성한 봄>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책 역시 제목이 무척이나 매력적입니다. 아직은 찬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이여서인지 봄이 더욱 기다려지는데요. 이러한 시기에 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책의 제목은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거기에 제가 좋아하는 기행문 형식의 작품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가네요.

 

 책은 노년의 연극배우 윤미호가 로마에 있는 아들을 만나러 가기 위한 여정이 그려진 기행 형식의 소설입니다. 5년 전 간경화로 인해 간 이식 수술을 받은 윤미호는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여행을 떠납니다. 터키와 그리스를 거쳐 로마로 향하는 20여 일간 그녀는 스승, 친구, 이종사촌, 후배, 옛 연인 등 뜨거웠던 인생을 함께한 사람들에게 예술과 사랑과 삶을 고백하는 편지를 한 장 한 장 써 내려가며 한 여성으로서 연극배우로서 화두를 풀어 갑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있는 한권의 책이 더욱 애뜻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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