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1 - 송지나 장편소설 신의 1
송지나 지음 / 비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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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는다.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닫는다. 이제 나만의 공간. 그 오랜 세월 청소 한번 한 적이 없어도 거미줄 한 자락 늘어지는 법이 없는 내 방. 언제나처럼 방 가운데 두 팔 두 다리를 던져 눕는다. 늘 바라왔다. 이렇게 누워서 숨을 쉬고 있으면 그 숨이 천천히 잦아들고, 자아들다가 멈춰 주지 않을까. 숨이 멈춰지면 다시 일어나 문을 영 것인데. 그러면 그 문밖의 세상은 여기가 아닐 수도 있는데.

 

-P.15-

 

1.

 

 TV를 잘 안보기 때문에, 친구들이 유행하는 드라마 얘기를 할때면 괜한 소외감을 느끼곤 합니다. 최근에는 청담동 앨리스와, 학교가 대세인지 드라마가 방송되는 날에는 약속이 뜸해지고, 쉴새없이 울려되던 핸드폰도 조용해 집니다. 비단 친구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일과를 끝마치고 집에 들어올 즈음이면 부모님 역시 드라마 삼매경에 빠져 아들은 본채 만채 하십니다. 저 역시 드라마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 끝을 보기까지의 기다림이 너무 힘들어 영화나 책을 보는 편입니다.

 

 작년 하반기에 방영된 수 많은 드라마들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을 들라면 아마 '신의'를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10%대의 시청률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것은 아니지만, 매니아층을 만들며 꾸준한 인기를 이어갔던 작품입니다. 김희선, 이민호라는 주연 배우들도 마음에 들었고,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는 독특한 시점도 마음에 들어 기대를 했었는데 막상 기회가 닿지 않아 보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그렇게 잊혀지나 했지만 드라마가 아닌 책으로 인연이 닿았습니다. 드라마 원작자인 송지나 작가가 비슷하게, 그러나 다른 형태로 동명의 책을 냈는데요. 뒷내용이 궁금해 잠을 설칠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은수는 머리를 흔들며 생각을 떨친다. 그런데 이 근처에서 무슨 영화를 찍고 있나? 복장을 보아하니 사극인 거 같다. 엑스트라 하나가 길을 잃고 헤매다가 세미ㅏ나실로 들어온 것일까. 아무리 헤매도 그렇지. 그 세계와 이 세계는 전혀 다른 곳인데. 차가운 물을 틀어 손을 식힌다. 차가워진 손으로 목덜미를 주무르고 관자놀이를 누른다. 두통이 시작되면 안 되는데. 할 일이 너무 많은데.

 

-P.64-

 

2.

 

 <카이스트>, <인간시장>, <모래시계>등 어린시절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들의 극본이, 모두 송지나 작가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것은, 리뷰를 쓰기위해 조사하다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였는데요. 괜히 <신의>가 매니아층을 형성한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의 작품들은 드라마뿐 아니라 책으로도 많이 출간 되었습니다. <로즈마리>, <대망>, <태왕사신기>등의 비교적 최근 작품들은 모두 동명의 책으로 출판되었는데요. <태왕사신기>의 경우 드라마와는 다른 결말로 책만의 재미를 더했습니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닌, 비슷한듯 새로운 결말. 그것이 바로 소설 <신의>에 기대를 거는 이유입니다.

 

3.

 

 왕을 모시는 우달치 부대의 대장 '최영'은 전왕의 명에 따라 원에 끌려갔던 '공민왕'을 모시고 고국인 고려로 향합니다. 하지만 이름모를 자객들에 의해 공격을 받게 되고, 왕비인 '보슈타리'가 칼에찔려 중상을 입게되는 급박한 상황에 처하게 되지요. 자칫 잘못하면 원과, 고려의 사이가 틀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전설속 화타와 같은 명의를 찾아 왕비를 치유하는 일 뿐입니다. 우연히 찾게된 천혈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로 넘어온 '최영'은 여의사 '은수'를 만나게 되고, 다짜고짜 그녀를 끌고 과거로 돌아갑니다.

 

 

 

그때에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몸의 병을 치료하는 것은 기술을 배우면 되지만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것은 마음을 기울이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하늘에서 받아 태어나지 못하면 이르지 못하는 경지가 있으니, 그것은 사람의 혼을 치료하는 기운이다. 오직 뱀만이 땅꾼이 내는 기운을 알아보듯, 혼이 병든 자들만이 그 기운을 알아차릴 수가 있다.

 

-P.256-

 

4.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시점은 황당하지만, 무척이나 신선합니다. '최영'이 바라본 현대의 모습은 '하늘나라'마냥 비춰집니다. 쇠로 만들어진 마차가 바쁘게 움직이며, 옷차림 역시 거추장 스러워 보입니다. 그것은 과거로 건너가게 된 '은수'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라마 세트장에서나 보일법한 옷차림의 사람들은 믿기지 않지만 현실입니다. 서로 다른 세계의 두 사람은 극적인 만남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키워갑니다. 사실 책을 읽고나서 뒷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해 드라마를 정주행 하는 중입니다. 책에서 보여진 분량이 약 4회까지의 내용인 것 같은데, 24부작인 드라마 이야기를 담아내야 하기에 6권 정도까지의 분량이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드라마와는 조금 다른 진행들이 보이는데, 과연 그 결말은 행복할 수 있을지 걱정과 기대가 동시에 됩니다. 완결이 나올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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