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데레사 111展 - 위로의 샘
김경상 외 지음 / 작가와비평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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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탁월하거나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고, 마더 테레사 수녀님은 늘 말씀하셨습니다. 지치지 않고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씀하셨지요. 수녀님이 돌아가신 후에도 여전히 그곳에는 지치지 않는 지극한 사랑이 남아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있습니다. 아니 고난 받고 핍박 받는 수천 수만의 예수님이 사랑으로 보살펴지고 있는 것입니다.

 

-P.5-

 

1.

 

 많은 인도관련 책들을 소개하며, 제가 인도에 다녀왔던 부끄러운 이야기를 끄적이곤 했습니다. 이번 책에서도 책 자체의 이야기보다는, 책을 읽으며 생각난 그때의 추억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마더 테레사 하우스'가 위치한 콜카타는 인도내에서도 가장 빈부격차가 심하며, 많은 이들이 가난에 헐덕이고 있는 도시입니다. 처음 그곳을 찾았을때 시각보다는 후각이 먼저 반응을 했습니다. 무언가 썩어가는 듯한 시궁창 냄새와 향신료 냄새는 인도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느끼게 했지요. 그리고 적선을 요구하는 수많은 아이들과, 거리의 사람들은 두려움과 동시에 내가 이곳에 왜 왔을까라는 후회까지 남겼습니다. 제게 콜카타의 첫 인상은 그렇게 거칠었습니다. 나와는 맞지 않는 도시라고 생각했지요.

 

 그렇지만 한국으로 돌아갈수도 없는일. 그렇게 저는 그곳 콜카타의 '마더 테레사 하우스'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주일이 채 안되는 짧은 기간이였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그 때. 제가 배정을 받은 곳은 '사랑의 선물'이라는 뜻의 '프렘 단' 이였죠. 빨래를 하고, 노인분들의 자리를 청소하고, 크리스마스 장식을 도우며 열심히 일을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불편하고 짜증나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잠시 앉아 쉬고있을때, 한 할아버지가 말을 걸습니다. 자신을 바브라고 소개한 할아버지는 다짜고짜 서툰 영어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뱅갈어와 영어가 뒤섞인 문장속에 간신히 알아낸 건, 자신이 기독교 신자기 때문에 전통적인 힌두사회의 가족 구성원에게 배척당했다는것과, 그것을 후회하진 않지만 가끔 무척이나 슬프다는 내용이였습니다. 타국에서 온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저 역시 저의 고민을 함께 이야기 했습니다. 내 꿈과 이런저런 문제들에 대해서 말이죠. 그렇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우린 친한 친구가 되었고, 숙소로 돌아가는 나에게 바브는 "You're present is present" 라는 다소 상투적인 말로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저는 숙소 근처 제과점에서 바브에게 줄 작은 컵케익을 하나 샀습니다. 무척이나 예쁘게 포장된 빵은 콜카타의 풍경과는 무척이나 대조적이였지만, 새로운 친구 바브를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잠이 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프렘 단을 찾았을때, 조금은 낯선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흰색에 천에덮혀 건물 밖으로 옮겨지는 무언가가 보였습니다. 담당 수녀님은 밤새 기온이 많이 낮아져, 체력이 많이 떨어진 노인들 몇 분이 세상을 떠났다고 말씀해 주시더군요.

 

 

1952년에 문을 연 임종의 집 '칼리가트'는 원래 무슬림의 죽음의 여신 칼리의 신전이었다. 콜카타의 대표적 빈민가이자 사창가인 이곳은 길가에서 노숙하는 이들이 수없이 많다. 방글라데시 및 뱅골 주의 모든 유민들이 몰려드는 콜카타는 총 인구 천만 명의 10분의 1인 약 백만 명 이상이 집 없이 거리에서 살아간다.

칼리 신전 앞에서 죽기 직전의 여자 환자를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목욕을 시키고 조용히 임종을 지키던 마더 테레사는 "하느님께서 만드신 사람을 더러운 도랑 속에서 저렇게 비참하게 죽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죽어 가는 사람들이 안락하게 죽음을 맞이하도록 보살펴 주기로 했다. 그렇게 지어진 집이 칼리가트, 임종의 집이다.

 

-P.74-

 

2.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을 살아왔지만 여행에서는 항상 영화와 같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믿기지 않았지만 그 하얀천에 덮여있던 시신들 중 한구는 바로 내 친구 바브였습니다. 전날까지 나에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며 후회하지 않는다 말하던 내 친구 바브요.

 

 특별히 춥다고 느낄수도 없었던 밤이였습니다. 평소처럼 나는 반팔을 입고 잠이 들었는데, 나는 깨어났고 그는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참으로 불공평한 일이죠. 하긴 공평한 삶이였다면. 내가 바브를 그곳에서 만날 수도 없었겠네요.

 

 가끔 저는 생각합니다. You're present is present"라 말했던 바브의 '사랑의 선물'을요. 나는 봉사란 이름으로 그들에게 대단한 것을 해준다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 큰 선물을 받은건 저였습니다. 현재라는 소중한 선물을 바브에게 받았으니까 말이죠.

 

 

3.

 

 익숙한 풍경들이 많이 보여서인지 달라이 라마전을 읽을때보다 더욱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때 느꼈던 소중한 감정들이 사진 하나 하나를 보며 떠올라서 참 오랜시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군대에서 군종병으로 일했지만, 웃기게도 뚜렷한 종교를 가지지도, 믿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종교에 대한 막연한 거부반응이 있다면 있을까요. 하지만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은 믿습니다.

 

 저의 짧은 봉사활동 경험으로 감히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왜 마더테레사 수녀님이 자신의 평생을 바쳐 가난한 이들을 섬겼는지 알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사라는건 누군가에게 준다는 것보다, 내가 받는것이 더 큰 것이라는걸 바브를 통해 배웠기 때문일 겁니다.

 


 

 

 

마더 테레사 수녀와 영화 <시티 오브 조이>로 인해 우리에게 알려진 기쁨의 도시 콜카타는 인도인들에게는 지독한 가난과 고통이 넘치는 도시이다. 인도의 총리였던 라지브 간디는 콜카타를 가리켜 '죽어가는 도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도시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고통을 기쁨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더 테레사 수녀가 설립한 <사랑의 선교회> 구호센터에는 종교 국적과 관계없이 자원봉사자들이 늘 땀을 흘린다. 세계 각지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은 하루에 2,000원짜리 허름한 합숙소에서 잠을 자고, 한 끼에 500원짜리 식사를 한다.

 

-P.212-

4.

 

 인간이 모두 똑같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다면, 가난하고, 아프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신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공평하게 세상을 만들어 놓지는 않았나 봅니다. 어쩌면 그래서 사람은 서로가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고 여러가지 감정을 나눌수 있는걸지도 모르겠네요.

 

 마더테레사 수녀님의 사진들을 보면 그 주름조차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를 도우며 살수 있다는건, 그 자신을 돕는 일로 치환할 수 있을겁니다. 그걸 알고있는 당신이기에 그 미소가 더욱 아름다운 건 아닐까요. 한장 한장의 사진속에서 많은 생각을 떠올리고 배웠습니다. 무척이나 소중한 책 <마더테레사 111展 : 위로의 샘> 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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