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쫄깃 - 메가쑈킹과 쫄깃패밀리의 숭구리당당 제주 정착기
메가쇼킹.쫄깃패밀리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2년 11월
평점 :
내 목표는 단순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보고 꼭 쫄깃쎈타가 아니어도 좋으니 일단 제주도에 오고 싶도록 만드는 거였다. 많은 이들에게 제주도의 꿀매력을 알리고 싶었다. 제주도에 너무 오고 싶어서 셔플댄스를 추게 만들고 싶었다.
-P.56-
1.
멀다고는 하지만, 지역의 다른 도시들보다 자주 찾게되는 곳이 바로 제주도인것 같습니다. 비행기나, 배를 이용해서 가야만 하지만, 그 이동시간에 있어서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거든요. 저 역시 수도권에 거주하지만 수학여행부터, 가족여행, 친구들과의 여행 등 많은 추억을 제주에서 만들었습니다. 유채꽃이 만발한 성산재와, 시원하게 펼쳐진 파란 바다, 눈쌓인 한라산은 무척이나 아름다운 풍경으로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쉽게 방문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뭐라고 해야할까요 마음 속 깊이 와닿는 여행에서의 울림은 적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비슷한 음식을 먹고, 같은 언어를 쓴다는 문화적 동질감이 큰 원인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주도는 매력적이지만 또 가고 싶지는 않은 애매한 존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빈틈이 많아서 무너지지 않는 돌담을 볼 때마다 사람도 저 돌담처럼 마음속에 빈틈과 여유가 많다면 그 어떤 거대한 고난과 역경의 바람이 불어와도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P.126-
2.
하지만 이런 생각을 바꿔준 책이 있으니, 언어의 연금술사라 불리는 만화가 매가쇼킹의 <더도말고 덜도말고 쫄깃>이 그 주인공 입니다. 네이버 웹툰에 올라온 트래킹 만화를 보며 과거의 작품들까지 찾아볼 정도로 팬이 되었는데요. 어느순간 휴재를 선언하고 자취를 감추었더랬죠. 후에 이혼을 했고, 그 때문에 연재를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그토록 유쾌해 보이는 사람도 나름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구나 라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는데요. 그런 그가 새로운 책으로 독자를 만나러 왔습니다. 그런데 이 책 제가 기대했던 만화가 아니라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이 한없이 가벼워 보이는 사람이 에세이라니, 그것도 제주도 정착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를 썼다니. 궁금함에 책을 펼치고 결국 마지막장을 덮을때까지 잠에들지 못했습니다.
책은 에세이지만 무척이나 새롭습니다. 작가 특유의 언어유희가 쉴새없이 터져나와 배를잡고 웃어대다가도, 어느순간 마음 한쪽을 찡하게 만드는 단상에 같이 생각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책은 그가 제주도로 향한 이유부터, 그 과정, 쫄깃 패밀리의 탄생 비화등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가 제주도에 정착한 일년동안 거쳐간 사람들, 그가 제주도에서 느낀 감정들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구요. 이러한 과정은 사진과 어우러져 더욱 제주도를 그립게 만듭니다. 아니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는 표현이 맞을것 같습니다.

물건도 추억이 아니냐고들 한다. 물건으로라도 추억을 남기고 싶지 않냐고 한다. 그런데 이제 난 물건으로 남는 추억보다는 나의 마음속의, 나의 머릿속의 추억들이 좋다. 잊히면 잊히는 대로 내버려 두기로 했다. 추억과 미련을 확실히 구분하며 살기로 했다. 카메라로 정신없이 석양을 찍고, 좋은 카메라들을 모으는 것보다는 조용히 또 천천히 석양을 눈에 담는 바로 그 순간의 느낌이 더 소중하다. 굳어있던 나의 혀에 맛있는 음식들로 맛있는 추억을 남겨주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냥 썩혀 버릴 온갖 식재료로 냉장고를 포화 상태로 만드는 것은 싫다.
-P.263-
3.
그가 제주도에 정착한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행복한 삶. 자기 스스로를 따뜻하게 다독여줄 수 있는 삶, 진심으로 내 주위 모든 사람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삶을 살아가고 싶어서 였습니다. 누구나 원하는 삶이지만,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삶.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그가 진정으로 부러웠습니다. 아니 어쪄면 그런 용기와 배짱을 부러워 하면 안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비커 밖으로 나갈 엄두는 못내고, 기껏해야 비커 너머로 비치는 풍경을 바라 보고만 있었으니까요.
책을 읽고 그의 게스트하우스에 꼭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주도를 방문하고 싶은 하나의 이유가 생긴 것이죠. 무언가를 얻어간다는 마음보다는, 비워간다는 마음으로 충분한 여유와, 휴식을 즐기고 온다면 저 역시 지금과는 다른 모습의 사람이 되지 않을까요? 때론 웃기게, 때론 감동적으로 지친 일상에 쉼표같은 책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