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탁이나 의견에 있어 오직 '예스(yes)'만 남발하는 사람이 자신은 성실하며, 책임감이 강하고, 윗사람을 존중할 줄 알며, 희생정신이 강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한편 사교적이며, 아랫사람에게는 모범이 되는 사람이라고 말할 때 역겨움을 느낀다.  게다가 '노(no)'라고 말하는 사람에 대해 거만하며, 성격이 까칠하고, 독선적이며 배려할 줄 모르고, 이기적이며, 예의가 없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고 비판한다면 나는 역겨움을 넘어 인간 이하로 본다.

 

사실 우리나라와 같은 서열 중시 문화에서 성장한 사람 중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노(no)'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 나름의 용기가 필요했을 터이다.  그 말을 겉으로 표현하기까지의 심리적 갈등과 불안 심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개중에는 어떠한 갈등도 없이 내키는 대로 내뱉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어린애가 아니라면 말이다.

 

나는 사람들이 '노(no)'라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를 그 사람의 게으름과 비겁함으로 판단하고 있다.  예컨대 어떤 부탁에 대해 '노(no)'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이미지나 이해득실에 타격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면 장황한 설명이나 변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그런 상황이 싫은 것이다.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사실 그게 편하다.  또는 어떤 논리에 대해 '노(no)'를 외칠 경우 분명한 근거로 상대방을 납득시켜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다거나 혹시 상대방으로부터 괜한 미움을 받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대부분 '예스(yes)'라고 말하게 마련이다.  영혼도 없이 말이다.

 

나도 이제는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고 누군가에게 지시를 내려야 할 위치에 서 있지만 무턱대고 '예스(yes)'만 외치는 사람을 나는 신뢰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의사가 분명한 사람이 '예스(yes)'라고 말할 때 그 사람의 진심과 정성이 담길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우리나라의 서열 중시 문화가 하나의 원인이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야말로 떼거리 문화, 온정주의 비리를 혁파할 수 있는 방패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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