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율(悉無律)을 아시는지. 

어떤 단어는 한글이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영어로는 'all - or - none law'라고 합니다.  대충 감이 오지요?   그렇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자극에 대한 반응이 제로일 수도 100%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이 법칙은 원래  신경 섬유 근섬유 따위 단일 세포체 적용되는 것으로서 생물체 가한 자극 일정한 수치 아래에서는 반응 전혀 없다가 일정한 정도 이르면 최대 반응 보이고 이상은 아무리 강도 높여도 변화 일어나지 않는다는 법칙입니다.

 

저는 가끔 우리 생활을 지배하는 확률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실무율을 떠올리곤 합니다.  예컨대 로또 복권을 사서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 5,060분의 1로서 벼락에 맞을 확률보다도 작은 수치입니다.  그러나 1등에 당첨된 사람에게는 확률 100%(all)이고 떨어진 사람에게는 확률이 0%(none)일 뿐이죠.  사실 확률이란 어떤 실행에 대한 사전 참고 자료는 될지언정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로또복권에 당첨되지 않았다고 확률만큼의 기댓값을 지급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 고등학교 동창 중에는 저와 생일이 같은 친구가 있습니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 같은 동네에 살았던 그 친구는 생일 전날이면 언제나 제게 전화를 하곤 했습니다.  지방 출신인 친구와 나는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 안에 생일이 같은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힘이 되었던 듯합니다.  사실 수학적으로는 23명 중 생일이 같은 두 사람이 적어도 한 쌍 이상 섞여 있을 확률이 50%가 넘는다고 하니 그리 신기한 일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 친구와 나에게는 100%의 확률이었던 것이죠.

 

연휴가 끝난 지금 저는 가족들과 헤어져 다시 제 숙소에 돌아와 있습니다.  연휴 동안 변덕이 심한 봄날씨 탓에 조금 고생스러웠지만 아무 탈 없이 무사히 돌아온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율은 자동차 1만대 당 2.9명이나 된다고 하는데 저는 그 확률에도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죠.  대형 사고가 많았던 요즘, 괜한 수치에도 눈길이 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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