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있어 오후는 대체로 '나른함'이나 '무료함'으로 묘사된다.  그것은 비단 문학에서만 그런 것도 아니요 미술이나 음악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현대인에게 있어 오후는 아직 해가 지지 않은, 나른함을 이겨내고 열심히 업무에 매진해야 할 그런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불행힌 일이지만 현대인이 오후의 '나른함'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날은 일 년 중 얼마나 될까.

 

오늘은 주말과 연휴가 이어지는 첫날입니다.

내일도 편히 쉴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이죠.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휴일 아침에는 다른 날보다 더 일찍 잠에서 깬다는 사실입니다.  학창시절에도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졸리면 아무때나 잘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가 환한 대낮에 잠으로 시간을 축내는 것도 딱한 노릇입니다.  평일과는 다르게 휴일에는 오후에 잠깐이라도 자고 싶다는 유혹이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집니다.  그것 참 이상하지요.

 

날씨가 참 좋았습니다.

청명한 하늘이 마치 가을 하늘 같았어요.  햇살은 따가웠지만 알맞게 부는 바람이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는 그런 날이었죠.  고속도로의 정체가 심하다는 인터넷 기사를 보니 집에서 그저 책이나 읽으며 시간을 소일하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더군요.  그렇다고 연휴 내내 이럴 수는 없겠지요.  '어린이 날'이라는 복병도 있으니까요.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두어 권 쌓아놓고 이 책 저 책 번갈아가면서 읽고 있습니다.  마스다 미리의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와 레이먼드 챈들러의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정여울의 <마음의 서재>가 그것입니다.  이따금 창밖의 하늘을 쳐다봅니다.  꽤 많은 시간이 흐른 듯한데 아직도 해가 지려면 두어시간이나 남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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