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평범한 말 한마디가 사람들의 마음을 적시기도 합니다.
다들 보셔서 알겠지만 고려대 게시판에 붙었던 한 학생의 대자보가 연일 이슈가 되고 있더군요. 저도 보았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우리가 늘 듣고 말하는 <안녕하시냐?>는 한마디의 말에 저도 모르게 울컥했습니다. 왜였을까요?
8,9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저는 어쩌면 대자보 문화에 익숙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 당시에 제 주변의 친구들은 열성적으로 투쟁에 동참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그들과 의견을 나누고, 서로 위로하며, 때로는 울분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저도 이제 나이가 들고 보니 우리는 그때 어떤 사상적 연대보다는 같은 세대를 사는 젊은이로서의 일체감, '하나'가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에 더 열광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들지 않는 젊음이란, 오염될 수 없는 젊음이란 언제나 외로운 법이고, 그 때문에 더 많은 위로와 관심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우리의 젊은이들은 다들 뿔뿔이 흩어진 채, 각자의 방에서 본인의 외로움을 스스로 풀어야만 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을 이기주의라고 폄하할 수는 없습니다. 누구는 먹고 살기 힘들어서, 또 누구는 사회적 문제에 저항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리고 국가 권력과 기성세대의 무관심이 너무도 높은 장벽으로 그들을 구속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다만 외로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외로움이 임계점에 다다랐을 뿐입니다. <안녕하시냐?>는 한마디에 왈칵 울음을 터뜨릴 수 있는 것이 젊음입니다. 그 울음을 같이 보듬을 수 있는 것도 젊음입니다. 그렇게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어려운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어찌 기성세대의 눈으로 그들을 평가할 수 있겠습니까? 철부지 어린애라구요? 천만에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제 그들의 것입니다. 그들이 서로서로를 감싸주고, 때로는 연대하고, 같이 울음을 울어주지 못한다면 세상은 그야말로 사막처럼 변할 것입니다. 저는 그걸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한 학교에 붙었던 어느 학생의 자필 대자보보다 그것을 계기로 그들이 연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 힘으로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기를 또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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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어제 불과 하루만의 파업으로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다른 요구도 아닌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 이유만으로 4,213명이 직위해제된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사회적 합의 없이는 추진하지 않겠다던 그 민영화에 반대했다는 구실로 징계라니. 과거 전태일 청년이 스스로 몸에 불을 놓아 치켜들었던 '노동법'에도 "파업권"이 없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정부와 자본에 저항한 파업은 모두 불법이라 규정되니까요. 수차례 불거진 부정선거의혹,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란 초유의 사태에도, 대통령의 탄핵소추권을 가진 국회의 국회의원이 '사퇴하라'고 말 한 마디 한 죄로 제명이 운운되는 지금이 과연 21세기가 맞는지 의문입니다.
시골 마을에는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 주민이 음독자살을 하고, 자본과 경영진의 '먹튀'에 저항한 죄로 해고노동자에게 수십억의 벌금과 징역이 떨어지고, 안정된 일자리를 달라하니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비정규직을 내놓은 하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습니다!
88만원 세대라 일컬어지는 우리들을 두고 세상은 가난도 모르고 자란 풍족한 세대, 정치도 경제도 세상물정도 모르는 세대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1997~98년도 IMF 이후 영문도 모른 채 맞벌이로 빈 집을 지키고, 매 수능을 전후하여 자살하는 적잖은 학생들에 대해 침묵하길, 무관심하길 강요받은 것이 우리 세대 아니었나요? 우리는 정치와 경제에 무관심한 것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단 한 번이라도 그것들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목소리내길 종용받지도 허락받지도 않았기에, 그렇게 살아도 별 탈 없으리라 믿어온 것뿐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조차 없게 됐습니다. 앞서 말한 그 세상이 내가 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만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시냐고요.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요.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 혹시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닌지 여쭐 뿐입니다. 만일 안녕하지 못하다면 소리쳐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이 무슨 내용이든지 말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고려대 경영08 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