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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자 시턴의 아주 오래된 북극 - 야생의 순례자 시턴이 기록한 북극의 자연과 사람들
어니스트 톰프슨 시턴 지음, 김성훈 옮김 / 씨네21북스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시인 안도현은 그의 저서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에서 "시인의 관찰은 과학자의 관찰에 버금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어차피 인간의 삶이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관계맺기'에 지나지 않으니 더불어 사는 모든 것들을 세세히 살피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삶을 잘 꾸리고자 하는 사람의 첫번째 임무가 되어야 하며 좋은 시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인 동물학자이자 에세이스트였던 시턴의 글을 읽었다.  화려한 치장이나 양념을 곁들이지 않은 담백하고 솔직한 글이 마치 한 편의 시를 읽고 있는 듯했다.  그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환하게 비춘다고나 할까.  아무튼 학자로서의 시턴은 그 이름의 무게에 걸맞게 글솜씨 또한 나무랄 데가 없었다.

 

"이곳은 숲의 최북단 지역으로, 숲이 끝나면서 나무들도 점차 왜소해지는 구역이다.  눈에 보이는 가문비나무들마다 이 척박한 곳에서 자라고 씨를 뿌리느라 평생 전쟁과도 같은 삶을 살아온 흔적들이 보였다.  추위와 역경 때문에 나무들이 모두 하나같이 잘았다.  하지만 그런 역경을 극복하고 살아온 결과는 무척 아름다웠다."  (P.236)

 

이 책에서 시턴은 1907년 캐나다 북서부의 삼림지대와 초원지대를 6개월 동안 카누를 타고 여행을 하며 그가 겪고 보았던 것들을 직접 그린 스케치와 더불어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이나 전의 기록이지만 그는 서문에서 시간의 흐름을 50년쯤 되돌려 1년 정도 살다 올 수만 있다면 어떤 수고인들 마다하지 않겠다고 아쉬워 한다.  한 세기를 앞서 살았고, 지금보다 훨씬 생생한 자연을 볼 수 있었을 텐데도 그 당시에 이미 사라져버린 자연과 풍경에 대해 안타까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현대를 사는 우리는 파괴된 자연을 보며 애통함의 눈물을 흘려야 마땅할 터이다.  작가는 북극 지역을 둘러본 소회를 이렇게 적었다.

 

"나는 더 주체하지 못할 때까지 내 마음이 방랑벽에 흠뻑 젖어들게 내버려두었었고, 북풍이 뒤로 남긴 자취를 따라 먼 곳을 향해 길을 나섰었다.  나는 거대한 북쪽의 숲에서 붉은 살갗의 인디언과,버펄로, 무스, 늑대들과 함께 어울렸다.  나는 인간의 발자취와 총소리가 닿은 적 없고, 대초원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던 거대한 고독의 땅을 보았다.  (중략)  이 모두가 내가 열정을 불태워 해낸 일들이다.  그러니 이제 족한가?  족하다니!  세상 그 누가 그토록 오랜 꿈을 한 번 찔끔 맛본 것으로 만족할 수 있단 말인가?"  (P.400)

 

작가에게 6개월이라는 결코 짧지 않았던 여행은 그저 아쉬웠던 하루의 기억처럼 짧게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당연한 일이지만 자연의 일부인 인간은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동화되고, 그 모든 것들과 교감할 때 지상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을 맛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 소중한 가치를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헌신짝처럼 버리고 있다.

 

오늘 아침,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제와는 달리 한결 부드러워진 바람과 개인 하늘을 보며 언제나처럼 산을 올랐었다.  산책로에 쌓여있는 잔가지와 솔잎, 낙엽 등을 밟으며 을씨년스러웠던 어제의 날씨를 생각했다.  길어지는 상념을 깨우려는 듯 청설모 한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후다닥 달아난다.  그리고 까치 한 마리가 푸드덕 공중으로 날았다.  신선한 아침이었다.  이 상쾌한 기분을 아파트에 누워 어찌 맛볼 수 있으랴.   

 

자연에 대한 꼼꼼한 관찰자이자 기록자로서의 시턴의 묘사는 그가 좋은 화가이기도 하고, 좋은 에세이스트이기도 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그가 직접 그린 스케치와 쉽고, 유머러스한 글은 아이와 같이 솔직 담백한 그의 성격과 잘 어우러져 100년 전 북극의 자연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생각해 보면 그 시대에 우리의 산천도 호랑이와 여우, 곰과 늑대가 뛰놀았던 에덴 동산이었을 것이다.  그 시대로 다시 거슬러 올라가 작가의 바람처럼 딱 1년만 살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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