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타래처럼 풀리는 게 시간이라고 다들 말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잘못된 생각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어둠 속에 있는 누군가와 내가 시간의 밧줄을 사이에 두고 줄다리기를 하듯 팽팽하게 당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정신과 육체가 온전할 때, 나는 내 쪽으로 시간을 최대한 끌어당겨 오롯이 나의 삶을 살게 되지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못할 때, 이를테면 어느 한쪽이 무너졌을 때, 그 시간 동안 도대체 내가 어찌 살았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나의 시간이 어둠 속의 존재에게 하릴없이 끌려갔거나 완전히 빼앗겼던 게 아닐까. 그렇게 나는 시간의 밧줄을 어둠 속의 누군가와 서로 밀고 당기다가 힘이 다하여 나도 모르게 툭하고 놓쳐버리거나, 시간의 밧줄이 닳고 닳아 제 수명을 다한 듯 맥없이 끊어지는 순간 나의 삶도 끝이 나는 게 아닐까.


이미 예상한 일이지만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었다. 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는 대통령이다. 나의 아들도 7월에 공군 입대가 예정되어 있기에 순직한 채상병의 일은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부모 된 입장에서 입대를 막을 수만 있다면 막고 싶은 심정이다. 군대에 보낸 아들이 이유도 모른 채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군의 통수권자라는 자가 사병의 사망 원인을 낱낱이 밝히기는커녕 지휘자의 잘못을 덮기 위해 자신이 가진 재량권을 남용한다면 대한민국의 어떤 부모가 제 자식을 군에 보내고 싶겠는가. 부동시나 담마진 판정을 받아 군 입대를 면할 수만 있다면 뭔 짓인들 마다하겠는가.


굥교롭게도 일명 줄리 혹은 김명신이라는 자도 자신을 수사하던 수사부를 전면 교체하자마자 공식 활동에 나서고 있다. 보란 듯이 말이다. 국민들에게 어떤 해명이나 사과도 없이. 그동안 자숙했던 것만으로도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대가는 다 치렀다는 듯 거침이 없다. 일말의 양심도, 일체의 두려움도 없는 것은 부부가 서로를 빼다 박은 듯 닮아 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버닝썬 사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썩었는지 실감했다. 그것도 결국 권력자와의 유착 관계에서 비롯된 도덕성 상실의 결과였다. 작금의 대통령실도 다르지 않다. 자신의 권력을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용했다면 그 결말은 버닝썬 사건처럼 만천하에 드러나고야 말 것이다. 구린내를 풍기면서 말이다.


요즘 보도되는 뉴스를 보면 '세상은 겉보기와는 참 많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개통령이라고 불리던 사람도 온갖 구설에 오르내리고, 민주당의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초등학교 반장 선거인 양 국회의장을 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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