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나 365일, 챌린지 인생 문장 - 1년은 사람이 바뀔 수 있는 충분한 시간
조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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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을 아무리 정교하게 계획하고 절제하며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하루하루 나아간다고 해도 모든 게 자신이 처음 구상했던 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목표를 이루기도 전에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 변수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방향으로 우리를 인도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삶의 신비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자신의 삶을 아무런 계획도 없이 되는 대로 살라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삶이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도, 신을 원망할 필요도 없다는 뜻이지요. 살다 보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어떤 부분은 그저 운명이려니 생각하면서 툭툭 털어버릴 필요가 있음을 자연스레 깨닫게 됩니다.


집 근처의 도서관을 시간이 날 때마다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듯 번질나게 드나들다 보니 도서관에 근무하는 직원들뿐만 아니라 나와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을 여럿 알게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햇수로 십여 년 이상을 제집처럼 드나들었으니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게 더 이상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도서관에서 만난 인연들은 저보다 한참 연배가 높은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다니던 회사에서 은퇴 후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취미 생활을 하면서 소일하는 것이지요. 그분들 중 한 분은 모 은행에서 교육을 담당하셨던 분인데 지금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 자주 만날 수는 없지만 전에는 일주일에 적어도 한두 번을 만날 정도로 가깝게 지냈습니다. 그분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도서관에서 반나절을 보내곤 했습니다. 읽고 싶은 책을 꺼내 읽다가 기억해야 할 문구를 볼라치면 반드시 자신의 노트에 기록하여 간직하곤 했던 것이지요. 그렇게 모은 노트만 수십 권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와 만나기 시작했던 어떤 시점부터는 자신의 노트를 다시 읽으면서 새로운 노트에 다시 간추려 꼭 기억해야 할 문구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언젠가 자신이 세상을 떠났을 때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습니다. 인문학자 조희가 쓴 <하루하나 365일, 챌린지 인생 문장>을 읽으면서 그분 생각이 났던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문학, 철학, 경영, 자기계발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책 한 권을 저술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독서를 하고 요약하는 일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문장이 저에게 인생문장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큰 울림을 주었던 몇 문장들은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지요."  (p.4 'prologue' 중에서)


SESSION 1 '운명에 맞서 개척하는 인생, 도전의 계절', SESSION 2 '달콤한 환상 꿈같은 사랑, 열정의 계절', SESSION 3 '어떨 때는 배반하는 인생, 인내의 계절', SESSION 4 '흐르는 시간 영원한 사랑, 이성의 계절'의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읽고 발췌한 하나의 문장을 제시하고 그 밑에 저자의 코멘트를 다는 형식으로 제작되어 365개의 문장으로 꾸려져 있습니다. 말하자면 1년 365일을 이 책과 함께 하면서 결심을 굳히고 부록에서는 책에 실린 문장 중 20개를 선정하여 '나의 인생문장집'을 만드는 미션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공지영 작가의 산문집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에서 발췌한 '일어나 걷는 자는 동사하지 않는다.'는 문장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코멘트를 달았습니다.


"우리는 인생에서 주저앉고 싶은 순간을 종종 맞이합니다. 하지만 주저앉아 있으면 추운 날씨와 내리는 눈에 그대로 얼어붙어 죽고 말죠. 반면에 일어나 걷는 자는 땀이 나면서 체온이 올라가고, 그 체온에 눈이 녹아 동사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단 10분이라도 밖으로 나가 걸어보세요. 주저앉고 싶었던 마음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질 것입니다."  (p.213)


내가 도서관에서 만나 지금까지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분도 그렇게 오랜 시간 공을 들인 그분의 인생 문장집에 대해 그 노트를 물려받을 당사자, 이를테면 그분의 아들은 그것에 대해 딱히 관심이 없다고 내게 하소연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분의 아들 역시 결혼하여 슬하에 어린 아들을 두고 있지만 아버지가 했던 삶의 방식을 그대로 물려받아 자신의 아들에게도 고스란히 물려줄 생각은 없을 듯합니다. 물론 그렇게 될 리도 없겠지만 말입니다. 어쩌면 그분의 아들은 아버지의 노트에 대해 그저 고리타분한 구시대의 유물쯤으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들의 인생길이 남들보다 수월하고 편한 길이 되기를 바라는 아비의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2022년의 마지막 남은 한 주를 보내는 오늘, 새해에는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며칠 지나기도 전에 금세 잊어먹기도 하겠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새해는 언제나 설레는 마음으로 맞아야 하겠습니다. 인문학자 조희의 <하루하나 365일, 챌린지 인생 문장>을 읽었던 것도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다가오는 새해는 올해와 다를 것이라는 희망,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도 그럴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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