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 그 사람과의 관계가 멀고 가까움에 따라 평가는 사뭇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것이 꼭 인간성과 연계된다고는 보지 않는다. 예컨대 사물이 아닌 한 사람에 대한 평가라는 건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에 속할 뿐 객관성이라곤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허다분하기 때문이다. 명백한 범죄의 증거를 들이밀어도 고개를 외로 틀고 보려 하지 않는다거나 합리적인 추론과는 별개로 감정에 따라 믿음의 추가 기우는 경우를 우리는 얼마나 많이 봐왔던가. 그런 사람들 앞에서 상식을 말한다는 건 얼마나 허망하고 무용한 일인지...

 

어제 있었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를 보면서 질문을 하는 기자들의 수준을 떠나서 그들 안에 내재하는 감정의 중심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가 확연히 알 수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의 9할이 자신이 믿고 있는 어느 한편으로 기운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기자만큼은 일말의 객관성을 유지한 채 사실에 의거하여 기사를 쓴다고 믿었는데 그와 같은 믿음이 산산이 부서진 하루였다. 기자라는 직책을 수행하는 자들이 오히려 편협한 국민들보다 더 심하게 편향되어 있음을 눈으로 확인한다는 건 서글픈 일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보수정권에 줄을 댄 채 자신들의 이익을 편취해왔던 구린내 나는 행태를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그들은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당연하다는 듯 말이다.

 

조국 후보자의 답변이 진실했느냐 그렇지 않았느냐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인식하고 무엇보다도 먼저 바로잡아야 할 문제는 바로 언론이 권력 위에 서려한다는 것이 아닐까. 조국 후보자가 언론을 향해 자신을 둘러싼 문제를 아무리 진실되게 설명한다고 해도 믿지 않을 사람은 결국 믿지 않을 테고 미워하는 사람은 결국 미워하는 채 남을 문제이기에 후보자 본인은 속이 후련할지언정 그가 국민들을 향해 긴 시간을 두고 반복하여 답변했던 여러 의혹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한 게 없었다고 본다. 시간이 가면 잊힐 문제이고 언론도 지치면 그만둘 테니 말이다.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린다. 최초의 근대적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는 '분노와 광란이 신중함, 숙고, 선견지명을 가지고 100년 동안 건설할 수 있는 것보다도 더 많은 것을 단 30분 만에 파괴할 수 있다.'고 했다. 미친 언론과 광신적 보수주의자들이 우리 사회를 철저히 무너뜨리고 있다. 2019년의 대한민국에서 '보수의 품격'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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