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슬쩍 미뤄놓았던 일들도 막상 주말이나 휴일이 되면 역시 하기 싫은 건 마찬가지, 한껏 게으름을 피우게 된다. 일을 미루는 것으로도 모자라 없던 일을 새로 더 만들기도 하는데 이러다 보면 더 이상 옴짝달싹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야말로 일이 목까지 차오르는 순간이 오고야 마는 것이다. 그제야 물밀듯 후회가 밀려온다. '좀 더 일찍 몇 가지만이라도 처리를 해 놓을걸...' 하는 생각과 함께 발등에 떨어진 불을 어찌 끌 수 있을까 방법을 궁리하게 되는 것이다.

 

나잇값도 못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어 마땅하지만 게으름은 삶에 대한 의욕의 저하일 뿐 나이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듯 보인다. 다음주부터 기말고사를 치러야하는 아들도 시험공부를 마냥 미루기만 하다가 지난 월요일부터 부족한 공부를 겨우 시작하더니 결국 피곤에 지쳤는지 어제는 일찍 자겠다고 깜짝 선언을 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서. 나는 무리한 공부보다 컨디션 조절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흔쾌히 허락했다. 물론 내가 허락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일찍 자는 걸 막을 수는 없었겠지만 말이다.

 

김희경이 쓴 <이상한 정상가족>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사회가 함께 도와줄 것이라는 신뢰 없이, 남을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불안으로 모두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놀지도 못한 채 일찌감치 떨려나거나 부모의 소망은 충족시켰을지언정 자기 인생을 위해서는 아무 결정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간다. 아이들에게 맘껏 놀며 자기 속도대로, 원하는 방향으로 힘껏 가보라고 격려해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가 그토록 어려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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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9-06-29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공감입니다. 이상한 정상가족 읽고 싶은 책으로 찜합니다^^

꼼쥐 2019-06-29 17:48   좋아요 0 | URL
저자는 아동 학대도 일종의 폭력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부모라면 한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닌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