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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 삶을 버티게 하는 가치들, 2019 12월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 2020 원북원부산 선정도서
이국환 지음 / 산지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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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이 밑줄을 긋다 못해

한 권을 통째로 외우고만 싶다는 

충동. 정말이지 오랜만이다.   

이런 책을 만났다는 건 

선물을 넘어 축복 같은 순간!


자석처럼 손에서 떨어지지 않던 책,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를 

보는 내내 감탄했고 감동했다.


살면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불안, 고통, 슬픔.

그럼에도 견디고 살아야 하는 까닭,

그러면서 나를 지켜낼 수 있는 

멀고도 가까운 여러 갈래 길. 


이토록 깊고 넓은 이야기를

이처럼 평온하고 정감 있게

전달할 수 있다니.   


다독이듯 포근하게 퍼지는 

글쓴이의 목소리는

불경인 듯 성경인 듯

내 마음에 잔잔하게 

울리고 스몄다. 

지금의 나를, 지나온 나까지도

껴안고 이해할 수 있도록 

다정하게 보듬어 주었다. 


“좋은 책은 굳어진 나를 흔들어놓고 출렁이게 한다. 그 출렁임이 다른 출렁임과 만나 더불어 출렁일 때 자신의 견고한 아집이 무너지고, 우리는 삶의 깨달음을 얻는다.”_80쪽


“좋은 글은 독자를 설득한다. 독자는 단지 머리로만 이해한다고 설득되지 않는다. 모든 글의 최종 목적은 감동이며, 감동은 온전히 설득된 자에게 밀려오는 정념이다. 진정한 감동은 내 몸과 영혼이 바뀌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이다.”_103쪽 


책에는 여는 글을 포함하여 

모두 마흔일곱 편이 담겨 있다. 

그 모든 이야기에 

온전히 설득되고, 진정으로 감동받기.

쉽게 다가오지 않을 

이 특별한 경험을 짜릿하게 맛보았다.

 

책을 보는 동안 그러했으며

다 읽은 지금도 그렇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고귀한 삶이란 타인보다 나은 삶이 아니라, 이전의 자신보다 나은 삶이다.”_100쪽

 

“삶의 의미는 내가 애써 걸어 도달하는 지점에 있지 않고 걸어가는 길 곳곳에 존재한다. (...)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성실하게 산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 불안하지 않은 삶은 이미 죽은 삶이다. 불안을 끌어안고 우리는 뚜벅뚜벅 나아가야 한다. 그 불안 속에 삶의 의미는 어두운 터널 끝의 빛처럼 또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열정은 자유롭고 자유는 불안하다. 타성과 관성이 아니라 불안과 열정이 이끄는 곳에 삶의 의미가 있다.”_ 132쪽 


한 권 책을 열며, 보며

무슨 큰 기대를 걸지는 않는다.

재밌으면 좋겠고

상한 마음 위로받길 바라기도 하지만  

그저 시간을 때울 수만 있어도 

나는 책이 고맙고 또 필요하다.   


삶과 예술, 책과 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삶을 버티게 하는 가치들을

나직하고 울림 있게 전하는 책.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는 

나에게 재미와 위로를 넘어

용기와 힘을 주었다.

 

이 책을 보기 전보다 분명,

아주 조금씩이라도 나아질 거라고. 

불쑥불쑥 엄습하는 불안을

끌어안음과 동시에 떨쳐내면서

내게 오는 하루하루를

열정으로 맞이하도록 노력하자고. 


내일 아침부터 이렇게 외치며 

힘차게 이불을 박찰지도 모르겠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산골짜기에 눈이 내린다. 

오전엔 건듯건듯 나리더니

오후가 되니 마구 흩날린다.  


산골에 눈이 쌓이면

불안할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이 늦은 오후에는

몰아치는 눈보라가 마냥 좋다.  

포근하게 나를 덮어 주고

감싸 주는 느낌이다. 

꼭 이 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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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깊고 푸른 밤
전성호 지음 / 산지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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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과 경계인, 그 사이에서 나는 

_‘미얀마, 깊고 푸른 밤’과 함께>


누군가 내게 물었다. 

산골에서 외롭지 않으냐고. 


문득문득 그렇다고 답했다.

어느 땐 외로움을 넘어

단절된 고독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다만 자주 다가오는 감정은 

아니라고 애써 덧붙였다. 


어느 노랫말처럼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하루 일 마치고 어둔 밤이 들면 

느닷없이 찾아올 때가 있다.

허전한 쓸쓸함이랄까. 

그 순간 그 누구도 만날 길 없는 

아쉬움 가득한 아득함 같은 것. 


그럴 때면 책이 말을 걸어온다.

‘내가 동무가 되어 줄게’ 하면서

살그머니 조심스럽게 다정하게도.


초겨을 추운 노동이 끝나고

삭신이 쑤시는 중에도

책을 펼친다.


<미얀마, 깊고 푸른 밤>.

시인의 가슴을 지니고 

상인이라는 현실을 딛고 사는 

한 사람이, 한 삶이 길어 올린 글.

미얀마에서 20년 가까이 

살아온 시간이 알알이 맺혀 있는 책.  


“나는 한국과 미얀마라는 두 개의 모국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으며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 속의 삶과 이를 뛰어넘으려는 시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이를 부인할 길은 없다. 그렇다면 나는 어느 곳으로 회귀해야 하는 것일까?”_51쪽


“이 우중의 어둠 속에서도 멀리 아득하게 쉐다곤 파고다의 황금빛은 잠들지 않고 빛을 뿜어내고 있다. 20년 가까이 이곳 양곤에서 살아가고 있는데도 이런 순간이 때론 생경하고 낯설다. 마치 알 수 없는 먼 곳에 홀로 서 있는 것만 같은 외로움이 엄습한다. (...)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이곳은 무엇일까. 그저 사업을 하는 ‘기회의 땅’일 뿐일까. 미얀마에 잠시 머물고 있는 ‘경계인’에 불과한 것일까.”_143쪽


글쓴이가 이야기하는

이방인이라는 말이

경계인이라는 말도

이토록 깊게 와닿은 적이 없었다. 


대한민국 작은 땅덩어리에서

그저 조금 아래로 삶터를 옮겼을 뿐인 나는,

도시에서 살아온 시간과

산골에서 겪는 삶 그 사이에 간극이

아직도 여전히 벅차기만 한 것일까. 


“미움과 증오와 용서할 수 없는 상처의 기억을 가지고 ‘함께 그것도 이웃’에서 불편함을 견디며 공존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일 수 없다. 그렇다고 ‘혼자’ 살아갈 수 있는 방법도 없다.”_163쪽


“내가 나이면서 동시에 발을 딛고 있는 세계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사실 너무나 당연하지만 어려운 ‘사람에 대한 사랑’ 바로 그것이다. (...)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그 구성원들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자각하는 일이야말로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길이다.”_179쪽 


온 세계를 떠돌다

그곳에서 스무 해 가까이 지냈고

여전히 지내게 될 사람이 겪은 일들은

오죽이나 많고도 깊기도 할 텐데. 

나는 어쩜 이렇게 감정이입이 

막 되고 잘되기도 하는지. 


쓰는 말, 사는 자리가 달라도

그곳이 바다 건너 건너일지라도

‘서로 다른’ 사람끼리 더불어 살기란

언제나 쉽지 않다는 방증을 

이 책을 보며 절절히 느끼고 깨닫는다. 


“모든 나라가 천천히 뒤를 살피며 새로운 세계를 찾아 자본주의의 미궁을 빠져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면 미얀마를 바라다보아야 한다. (…) 그 이유는 자본이 지배하는 세계가 잃어버린 공동체 정신을 미얀마는 온전히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_49쪽


“나는 미얀마의 난마처럼 얽힌 종족 문제와 군부의 문제 그리고 초강대국들의 이해가 뒤엉킨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미얀마 사람들의 삶에 깊이 동화되곤 한다. 나는 대지와 하나가 된 그들의 웃음과 평안하고 느린 삶에서 자본주의 문명에선 발견할 수 없는 깊은 치유의 길을 보았다.”_156쪽


‘미얀마 쿠데타’로 조금, 아주 조금

내 안에 들어와 있는 곳, 나라, 미얀마. 

책을 보는 내내

이 나라가 궁금하다 못해 

그리운 마음마저 일었다.


웃음 가득한 얼굴들,

느릿하게 살아가는 걸음들,

자본주의를 비껴가는 공동체 정신까지도

하나하나 보고 싶고 만나고만 싶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미얀마의 모든 것을 사랑하되 부디 실망으로 스스로를 지치게 하지 않기를 나는 간절히 나에게 기도한다.”_161쪽 


산골 깊은 밤에 

함께 외로움의 강을 건너 주었던

<미얀마, 깊고 푸른 밤>을 내려놓으며 

나 또한 간절히 기도해 본다. 


나를 둘러싼 이곳의 모든 것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으니

이제껏 걸어온 시간을, 삶을 

실망으로 원망으로 지치게 하고

아프게 하지 않기를,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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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깊고 푸른 밤
전성호 지음 / 산지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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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쿠데타’로 조금, 아주 조금 내 안에 들어와 있는 곳, 나라, 미얀마. 책을 보는 내내 이 나라가 궁금하다 못해 그리운 마음마저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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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기쁨
박창희 지음 / 산지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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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기쁨에 사는 기쁨까지도

_행복한 길 읽기 “걷기의 기쁨”>


시골에 살면

논두렁 밭두렁이며 산길 들길 따라

걷고 또 걸을 줄 알았다. 


아니었다.


어쩌다 한낮에 걸을라치면 

논밭에서 일하는 분들이

어디 가느냐고 묻곤 한다. 

땀 흘리는 분들 앞에서

‘그냥 걷는다’ 하면 왠지 죄송하고

‘일 보러 간다’는 거짓말은 싫어서

마을 길은 걷지 않게 되었다.


서울에 살 때처럼 

어둔 밤에라도 나가 볼까 싶지만

가로등이 없거나 드문 산골 밤길은 

칠흑처럼 깜깜하다. 

안 그래도 겁 많은 나는

혼자 나설 용기를 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산이라도?

에고야, 산골짜기랑 잇닿은 산길은

사람 발길이 거의 없는지라

야트막해도 험하디험하다. 

거친 길이야 헤쳐 나갈 수 있다지만

멧돼지라도 만날까(확률 높음!) 겁나서

도저히 홀몸으로 오를 자신이 없다. 


혼자 걷기를 참 좋아했던 나는

천혜의 자연에 둘러싸여 살면서도

자의 반 타의 반 ‘걷는 행복’에서 

멀어졌다. 안타깝게도, 슬프게도.  


그런 내게 뚜벅뚜벅 다가온 책 한 권,

<걷기의 기쁨>.


“걷는다는 것은 살아 있음의 박동이다. 두둥, 두 발이 지구북을 두드린다. 심장이 뛴다. 살아 있다. 걸어야겠다._(15쪽)” 


머리말 마지막 글귀가, 

이 짧고 간결한 문장들이

내 심장을 톡톡 건드린다.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걷고 싶은 마음이 생기니

난 정말 걷고 싶긴 했나 보다.   


“내가 걸어온 길이 잘못 걸어온 길이 아닌데도, 마음 한구석이 늘 아쉽고 허전하며 외로운 것은 웬일인가. 내가 꿈꾸었던 나의 모습, 나의 꿈에 닿지 않았음인가. 그럼에도 가야 하는 것이 삶의 길이다._(64쪽)”


“걷기는 글쓰기와 닮은 데가 있다. 뚜벅뚜벅 한 땀 한 땀 온몸으로 스스로 다독이면서 나아가야 하는 것이 그렇다. 걸어간 궤적과 지나간 자취를 스스로 갈무리해야 하는 것도 닮은 꼴이다._(92쪽)”


‘걷기의 기쁨’이라는 제목은 

그 품이 참 넓다.  

걸음마의 비밀부터 길의 어원과 역사, 

천태만상 걸음걸이, 돌아가는 길 황천길, 

영혼의 순례길, 살아가는 길, 

걷고 싶은 온갖 아름다운 길….


‘걷기’라는 짧은 말 속에

이토록 깊고도 너른 이야기가 

담겨 있다니, 담을 수 있다니.

재미와 놀라움과 흥미를 안고

‘책 읽는 기쁨’을 마음껏 즐겼다.  


“길에는 노래가 있다. 노래가 있어 길은 길다워진다. 노래는 길을 파고들고, 길은 노래를 불러낸다._(76쪽)”


6장 ‘길의 노래, 길 위의 시’은 물론이고

장마다 노래와 이어진 글이 많은 것도

마음에 아주 쏙 들었다.

(술 한잔 들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나니^^)


사는 ‘길’에 늘 있었고 꼭 있어야 하니까,

노래는! 그걸 놓치지 않고 ‘글’로

붙잡아 준 글쓴이에게 고맙다.


“우보천리(소 걸음으로 천 리를 간다)라 했다. 어슬렁어슬렁, 뚜벅뚜벅 가다 보면 어딘들 못 갈까. 우보천리는 우시호행으로 이어진다. 소처럼 신중하게 관찰하되, 결정을 내리면 호랑이처럼 단호하게 실행에 옮긴다는 뜻이다. 말을 뒤집어 호시우행이라 하면 어떤가. 호랑이의 눈빛을 간직한 채 소걸음으로 간다! 이거다. 호랑이의 날램에도 소의 덕성을 겸비하면 안 될 일, 못 할 일이 없을 것이다._(64쪽)”


“그렇게 사는 거다. 주저하고 머뭇거리고 갈팡질팡할 필요 없다. 자기의 보폭만큼, 걸을 수 있는 만큼, 가슴이 뛰는 대로. (152쪽)”


2022년은 소의 해. 

급하지 않고, 쫓기지 않으면서

무겁지도 서투르지도 않게

어슬렁어슬렁 소처럼 천천히

걷고 싶다, 살고 싶다. 


책을 덮으며  

노래 하나가 무척 당긴다.

이 책에서 무려 3쪽에 걸쳐

이야기가 펼쳐진 god의 ‘길’.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ㅠㅜ” 


첫 소절이 흐르자마자 

뜨거운 눈물방울이 뚝뚝 뚝.  

술 한 모금 얼른 털어 넣고

몸에서 빠져나간 액체를 채운다. 

바로 눈물 뚝!

더 울면 서러워진다. 

여기까지가 딱 좋다, 

마음을 비우는 맑은 눈물은.

 

노래를 부르고 술을 부르고

잘 걸으며 잘 살고 싶은 마음까지 

한 아름 불러일으켜 준 책. 

<걷기의 기쁨> 덕에 책 읽는 기쁨을 넘어

‘사는 기쁨’까지 누렸다. 

역시, ‘책 속에 길이 있다’

그리고 ‘책 속에 기쁨도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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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기쁨
박창희 지음 / 산지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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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기쁨> 덕에 책 읽는 기쁨을 넘어 ‘사는 기쁨’까지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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