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교실 살아있는 교육 이호철 선생의 교실혁명 4
이호철 지음 / 보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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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을 믿지 않는 사람이 참 많다. 나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유 없이 믿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돈과 비리에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선생님들을 많이 보고 듣기도 했거니와, 내가 어렸을 때 나에게 상처를 준 몇몇 선생님들에 대한 아픈 기억 때문이다. 그네들이 나에게 상처를 준 이유는 오로지 하나, ‘돈’이었으니까. 돈 때문에 어린 아이들 마음에 대못을 콱콱 박아대는 사람들, 그들은 ‘선생님’이란 이름을 달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알고 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것을.

이호철 선생님에 대해 잘 알고 있지는 않다. 그냥 아이들 교육에 많이 신경 쓰는 선생님 정도로 더러더러 신문에서 보았을 뿐이다. 그런 내가 ‘살아 있는 교실’을 산 것은 그냥 뭔지 모를 강한 이끌림 때문이었다. 어쩜 책 표지에 나온 ‘살아 있는 교실’이란 글씨가 너무 강렬해서였는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이 책은 오랫동안 내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선생님에 대한 ‘불신의 벽’을 무너뜨리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됐다. 왜냐면 정말로 아이들을 사랑하는, 진실된 마음을 갖고 있는 한 선생님의 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 해 동안 가르쳤던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호철 선생님은 이런 걱정을 한다. “너무 내 식으로만 가르친 것은 아닌지, 이 녀석들이 다른 환경에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나와 함께 마음 밭에 일구고 가꾸어 거둔 소중한 씨앗들을 아주 조금이라도 쟁여 두고 있을까?” 이 생각들이 너무 놀라웠다. 이런 걱정을 하는 선생님도 있구나, 그 동안 나를 가르쳤던 선생님들도 나를 떠나보내며 이런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을까. 궁금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새 아이들을 맞이할 때 이호철 선생님이 갖는 마음 준비 또한 가슴 찡하게 다가온다. “이제는 아이들 스스로 참된 문화를 만들고 가꾸도록 힘을 길러 줄 수밖에 없겠다. 교사는 그 아이들을 도와야 한다. 잘못된 어른 문화나 아이들 문화를 비판해서, 물리칠 것은 물리치고 살려 나갈 것은 살려나가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이 진정한 우리 겨레의 삶과 마음으로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이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맞이하는 선생님들이 아주 많다면 우리나라 교육이 얼마나 아름다워질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실제 학급을 운영하는 이호철 선생님만의 방법들을 죽 읽다보면 어느새 내가 그 반의 학생인 듯, 또는 내가 그 반의 선생님인 듯 이리저리 착각이 들곤 한다. 너무 흐뭇하다 못해 글 속에 동화되는 것이겠지.

 

선생님이 싸우는 아이들을 화해시키는 모습에서는 괜시리 눈물까지 났다.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너무 예쁘고 흐뭇했기 때문이다. 무릎도 탁 쳤다. 아!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 주는 방법, 글쓰기를 지도하는 내용들이 하나 같이 나를 신나게 하는 것들이었다. 글을 읽으면서 죽 이호철 선생님한테 배운 아이들이 부럽기만 했다. 나도 저런 선생님 아래서 저런 배움을 받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이젠 어쩔 수 없는 일. 지금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라도 이런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난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


난 선생님이 아니라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고통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다만 선생님을 잘 못 만났을 때의 아픔이 무엇인지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드는 생각은 이렇다. 우리나라 선생님들이 모두모두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선생님마다 자기 방식대로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겠지만 그래도 꼭 읽었으면 한다. ‘혁명’이란 말, 말하기도 글쓰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이 내 걸고 있는 ‘교실혁명’이란 말 난 아주 적당한 말이라고 장담한다. 그래, 한 선생님이 걸어온 길을 써 놓은 내용에 불과한 이 책은, 분명 교실에 혁명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런 힘을 갖고 있다.

 

이호철 선생님 같은 분이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면서 이 책을 덮는 순간, 난 이십년 넘게 가져왔던 선생님에 대한 미움과 불신, 분노를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던져 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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