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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Duran Duran - Greatest
듀란듀란(Duran Duran) 노래 / 이엠아이(EMI) / 1998년 11월
평점 :
황인용의 영팝스세대인 나는 10대 시절에는 듀란듀란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지금도 그렇게 좋아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난 그들의 내한 공연에 대해 꽃들에게 희망을님이 쓴 리뷰를 읽고, 갑작스레 시간을 달려 십대시절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 80년대는 흔히 지금은 명반이라고 불리우는 반젤리스의 Heaven & hell 이나 블랙 사바스의 Heaven & hell 같은 음악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던 시대였다. 10분짜리는 물론 20분짜리의 프로그레시브음악이나 클래시 메탈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흘러나왔던, 팝의 황금기이자 김기덕, 황인용, 박원웅, 김광한 같은 팝 전문 디제이들의 전성기였다고 할 수도 있었다. 물론 AFKN에선 케이시 케이슴과 울프맨 잭의 전성기였기도 하고.
80년대의 팝음악은 질적이나 양적으로 넘쳐 흐르던 시기였다. 당연히 듀란듀란같은 꽃미남들로 구성된 구룹은 음악성이 월등한 쪽에 끼기 보다는 얼굴로 한 몫 본다는 시각이 더 우세했고 그들의 경쾌한 팝 음악은 하이틴 특히나 여자아이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지금 다시 그들의 save a prayer 나 오디너리 피플을 들고 있으면, 꽃미남이라는 이유 때문에 음악적으로 덜 평가된 구룹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긴 든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70년대를 이어서 80년대 뮤지션들의 실력이 쟁쟁했다는 점이다. 70년대에 시작된 메탈이나 프로그레시브음악을 하던 실력이 탄탄한 많은 뮤지션들이 80년대에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팝화되던 시절이므로, 듀란듀란의 음악실력으로 빌보드 차트 상위까지 오르고 앨범은 플래티늄을 받을 지언정, 당시에는 그들보다 덜 팔리고 덜 알려진, 더 뛰어난 뮤지션들이 날고 기었다는 사실일게다.
세월이 흘러, 2008년 4월, 중년의 불은 몸으로 대한민국의 봄과 함께 그들이 왔다. 사실 난 꽃님의 포스팅을 보기 전에는 듀란듀란이 한국에 내한했는지도 몰랐다. 꽃들에게 희망을님의 <아줌마의 추억>를 읽으면서, 번쩍하며 불러 들인 나의 10대 시절의 팝음악의 얽힌 파노라마가 계속해서 상영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가장 친하게 지냈던 한 친구가 이 듀란듀란의 사이먼 르 봉을 열렬하게 좋아했다. 자신이 사이먼의 아내라면서, 당시 사이먼이 사귀였던 여자 모델 야스민(?)에 대한 엄청난 질투를 불사르며 자신은 미국을 꼭 가서 사이먼을 만날 것이라고 다짐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듀란듀란의 모든 테프를 구입한 것은 물론이요(사실 그 때는 지금처럼 인기 있다고 해도 그들의 앨범 전체가 레코드로 나오지도 않았다). 그 친구네 집에 가는 도중에도 그리고 그녀의 다락방에 부쳐놓은 듀란듀란 특히나 사이먼의 사진을 보면서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러했으니, 내 어찌 듀란듀란을 잊을소냐!
듀란듀란, 당시에는 남자치고는 얼굴들이 이쁘다보니 음악쪽으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 했을지라도 이 정도의 음악이라면 팝음악사에는 길히 남을 만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기억하기로는 데뷔 초기곡이자 빌보드 차트 상위에 오른, 드럼이나 기타음보다는 신서사이저를 앞세우며 가볍고 경쾌한 hungry like the wolf나 wild boy,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girls on flim 이나 활동중반기, 좀 더 성숙한 음악적인 변화가 보인 히트곡 notorius, a view to a kill ,ordiary people, save a prayer등이 실려있다. 이 음반을 훑으면서, 중력의 법칙을 새삼 확인했다. 높은 정상에 있고 싶어하는 욕망을 자꾸 끌어내리려고 하는. 해체 시기만해도 음악이 신통찮다. 음악에 대한 열정보다 음반이 가져다 준 수입을 어디에 쓸 것인가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지난 번에 남동생하고 같이 듀란듀란 음악 들으면서 "누나, 듀란듀란은 확실히 음악이 저 평가 되었던 것 같아"라는 말이 다시 귓등에 울린다. 상대평가겠지! 당시에 음악적으로 실력있는 구룹이나 아티스트가 많았으니깐. 듀란듀란이 낄 자리는 없었잖아."라는 말로 되맞았지만, 지금 현재 2008년에 들어도 손색이 없다는 것은 그들의 음악이 어느정도는 앞섰다라고 할 수도 있겠다. 2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들의 음악을 다시 편견없이 듣고 싶고 정당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며 경쟁 치열한 팝의 역사에서 지금껏 살아 남은 것으로 봐서 그들의 음악이 후진 것은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아마 그 아줌마도 이 시디를 사서 예전 10대 시절 몸살을 앓았던 첫 사랑 존을 떠올리지 않을까나. 요즘 파는 시디들을 훑어보면 정규앨범이 사라졌다. 대부분이 히트곡 모음집들 뿐이니. 아쉽다. 예전에는 정규 앨범 일러스트가 거의 예술적 경지였는데........음악이 죽었다라는 말을 실감한다. 요즘 그나마 에이브릴 라빈이 괜찮던데.
덧붙여 : 10대 시절 난 듀란듀란보다 히어로나 차이나 걸을 부른 데이빗 보위와 리버를 부른 브루스 스프링스틴을 좋아했고 80년대가 거의 끝날무렵, 락음악이 거의 죽다시피 해 그 대안으로 나온 너바나의 얼터네이티브 락과 메탈리카의 트래쉬메탈 사이에서, 난 메탈리카을 선택했다. 20대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방황도 많이 했던 시기여서 그런지 라스 울리히의 드럼이 시원하게 들렸던 것이다. 지금은 메탈음악 들으라고 해도 저절로 클래식 특히나 아리아쪽을 선호하지만 나도 예전에는 락이나 메탈을 들었었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