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의 꿈 - 간바라 메구미의 두 번째 모험 간바라 메구미 (노블마인) 2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 쟝르문학 쪽에서 관심가는 여성 작가로는 온다 리쿠, 미야베 미유키, 그리고 기리노 나쓰오인데, 온다리쿠와 미미여사의 작품은 상당 부분 구입했고 구입한 책 대부분을 읽었지만 기리노 나쓰오의 경우 거의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구입하지는 않는다. 이 세명의 소설가는 현재 일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자신의 위치를 확고하게 다져 놓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이나 미국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온다 리쿠의 경우 아직 미국 데뷔작이 없지만, 기리노나 미유키의 경우 영역본이 꽤 많이 검색되는 것으로 보아 그들의 활동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음을 지레짐작 할 수 있겠다.

기리노여사와 미미여사의 공통점은 숨 막힐 정도로 하드하다는 것 일 것이다. 특히나  기리노의 경우 그녀의 작품을 읽는 사람이라면 기리노가 얼마나 새디스틱한 작가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녀의 작품을 읽고 있노라면, 읽는 내내 작가로부터 고문당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작품에는 미미처럼 절망적인 상황에 대해 위안 받을 수 있는 낙천적이고 밝은 결말이라고는 찾을 래야 찾아 볼 수가 없다. 기라노의 작품에 빛이라고 스며 들지 않는다. 그녀는 독자가 자신의 작품을 읽으면서 괴로워하는 것을 즐기고, 자신의 작품 주인공의 파멸의 끝까지 독자를 이끌고 간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은 나도 성격 별나!, 솔직히 읽다가 내려 놓고 싶었다. 난 남이 잘 못 되는 꼴을 보고 고소해하는 schadenfreude가 아니다. 순전히 그녀의 작품을 끝까지 읽어내려간 것은 그녀의 판타지가 결국에는 좋은 결말을 이끌어 낼 것이라는 희망때문이었다.)

반면에 미미여사는 쟝르를 넘나들며 소프트와 하드의 경계에서  왔다갔다 하고  온다의 경우 하드하다기 보다는 소프트한 면이 휠씬 더 강하다. 그럭저럭 읽을 만하다는 말이다. 일본 작가들의 경우, 그들이 내는 작품의 질적 편차가 심하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지만, 온다의  이 <클레오파트라의 꿈>도 그닥 잘된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워낙 작가의 기본 가닥이 있어서인지 형편없다고 할 수도 없겠지만서도.  어쩜 온다가 만들어낸  모험심 강한,  성적으로 모호한  메구미에게 별다른 매력을 못 느껴서 일지도 모르겠고. 모험소설의 50% 이상은 캐릭터의 힘이 아닐까 싶다. 사건 해결도 사건해결이지만 캐릭터을 얼마나 잘 묘사하고  캐릭터와 독자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메구미라는 캐릭터의 경우 똑똑하기는 한데 힘이 없다. 그는 독자에게 벌렁거리는 긴장감을 주지 못하고 사건을 힘있게 부여잡지 못하고 끌여다니기만 한다. 이 곳 저 곳 옮겨다니며 변장만 하면 다냐. 아, 정말 매력없어! 메구미 간바라가 남자주인공이라면 적어도 그에게 성적 매력이라도 부여 했어야지. 완전 몰입 불가능한, 실패한 캐릭터 같다. 인디애나 존스같은 남자 주인공이 그리워!

대부분의 일본 작가들이 연재물이 쓰고 있고 그러다보니 어쩜 작품의 편차가 심한 것일 수도 있고. 메구미의 경우 좀 더 많은 시간이 온다 리쿠에게 주어졌더라면, 매력적인 캐릭터로 탄생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다.  결국 일본 문학시스템에서책이라는 자체가 매번 하이 퀼리티를 자랑하기 보다는 읽고 버려지는 일회성의 엔터테이먼트 기능이 우선시 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들의 문학유통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문학이 전세계에 먹힐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 엔터테이먼트 기능과 급수(고급과저급)를 따지지 않는 오픈형이기 때문이다. 좋은 글만 읽는다고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포크너나 킹도 무수히 많은 펄프 픽션만 읽으면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렸으니깐. 오히려 모든 문학의 오픈성이 나중에 좋은 작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어쩌면 내가 뮤지션의 좋은 곡만 담았다는 베스트앨범은 절대로 구입하지 않는 것처럼(댄스구릅제외하고_, 이번 작품은 기대에 못 미쳐어도,  온다의 다음 작품은 이 보다는 좀 더 낫겠지하는 기대감으로  구입할 것이다. 한 뮤지션의 음악세계를 이해한다는 것, 그리고 한 작가의 작품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의 최고 작품으로 가려지는 것이 아니고 그의 전체를 보아야하고 최고 작품은 그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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