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 뒹굴며 읽는 책 2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이상경 옮김 / 다산기획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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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시노 게이노의 <회랑정 살인사건> 겉표지 등장인물들의 눈동자 없는 허연 눈을 보면서, 자켓디자이너가 작중인물들의 눈동자를 어떻게 그려야할 줄 몰라서, 자신이 없어서 공백상태로 놔 둔  것인지 아니면 미스터리물 답게 누가 범인인가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공백의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사실 조잡하고 뜨악해 보였다. 

실지로 눈, 특히나 눈동자의 위치는 그리기 쉽지는 않다. 대체로 인물 표정을 위해 눈의 형태, 입이나 눈썹을 다양하게 그림으로써 인물들의 감정을 풍부하게 나타내는데, 윌리엄 스타이그만큼  눈동자의 위치를 통해 인물의 생생한 표정을 포착한 경우도 드물지 않나 싶다.

젋은 시절  카툰니스트로 활동하며 카툰의 왕이라는 호칭을 얻은 그는 이순의 나이에 그림책 세계에 뛰어 들면서  독특한 카툰스타일의 그림과 역발상으로 아이들을 사로 잡았다. 같은 시기에 비슷한 나이로 데뷔한 레오 리오니의 도덕적이고 우화스러운 그림책과는 달리, 스타이그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이분법적인 결말에서 탈피하여 전복적인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의 사고를 하나의 이데올로기 틀에 가두는 것이 아니고  사물을 입차원적으로 볼 수 있게 그리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그런 면에서 그의 <슈렉>은 그림책 역사에서 한획을 긋는 기념비적인 작품이 될 지도 모르겠다(아, 헐리웃이 망쳐놓은 슈렉이여!) 

윌리엄 스타이그의 그림은 카툰스타일이라서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나 또한 처음엔 그의 카툰 스타일에 시큰둥했으니깐. 사실 스타이그의 카툰의 매력을 알려 준 것은 아이들이였다. 큰 애는 그의 <슈렉>과<자바자바정글>,<엉망진창 섬>을, 작은 애는 이 그림책을 하루에도 3,4번씩 읽라고 가져오면서 그림을 찬찬히 뜯어볼 수 있었고, 그의 캐릭터의 얼굴 표정이 여타의 그림책 등장인물들보다 더욱더 생생하다는 느낌을 받고 부터, 그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하기 시작했다. 수십번을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나서 그게 무엇인지 알았다. 등장인물들의 눈동자 위치가 다 틀리다는 것. 그리고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눈동자의 점 하나가 인물의 표정을 생생하고 풍부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특히나 이 작품 실베스터가 사라지자 동네 개들이 그를 찾기 위해 언덕에서 끙끙거리는(?) 장면에서 개의 눈동자의 위치가 다 틀리다는 것을 알아채는데 한참 걸리지 않을까 싶다.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워서, 잘 그린 그림이라는 느낌조차 못 받는다. 떼 지어 있는 개의 눈을 이렇게 다양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특히나 바바라 쿠니여사의 캐릭터의 희멀건 눈과 비교하면 스타이그, 그가 얼마나 뛰어난 카툰니스트인지 알 것이다.)

이 후부터 그의 그림책을 읽으면서 캐릭터을 훑어보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어쩜 이 모든 것이 자신이 원하는 그림이 나오기 위해서 수 십번씩 다시 그린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보다 더 그림을 잘 그리는 다른 그림책 작가도 그리기 힘든 그의 천부적인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 사실 난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을 읽고 그림책에 뽕 간 건데.... 어째, 레오 리오니를 갑갑한 사람으로 묘사해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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