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책들 위주로 다양하게 읽고 싶어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일본은 이런 자질구레한 생활 컨셉의 책도 출간하는구나, 역시 출판왕국과 기록의 나라구나 싶었다. 돈 주고 구매하기엔 좀 망설여지는 책들이다보니... 이 책들이 살 만한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집에 책도 많은데, 이런 주제의 책들까지 쌓아놓고 있기엔 이젠 책들이 버겁다.
<시골 한적한 곳에 가게를 차렸습니다>는 말 그대로 인적이 드문 시골같은 곳에 음식점, 헌책방, 카페나 꽃가게를 차려 가게를 운영해 나가는 주인장들의 이야기인데, 떼돈을 벌겠다는 목적이 아닌 뚜렷한 장사 철학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직업으로 영위하는 만족스런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보면 좋을 듯 하다.
<집의 즐거움>은 일본 여성들에게 워너비인 일본 가정식 요리사인 듯. 자신의 집, 살림살이, 요리 레시피등으로 꾸민 책인데, 깔끔하고 정갈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살림꾼이다. 요즘 흔히 말하는 집이 텅텅 비게하는,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여성인데, 나름 살림에 있어 도움이 되는 책이다. 그러나 읽다가 딱 하나 궁금한 게 이 요리사 집 거실엔 소파가 없다. 대신 식탁과 의자만 덩그런히 놓여 있던데, 불편하지 않을까. 나도 애들 키울땐 소파 없이 그냥 거실에 매트나 러그 깔고 살면서 거기서 애들하고 힘들땐 눕기도 하고 딩굴기도 했는데, 거실에 테이블과 의자의 조합이 아무래도 불편해 보인다.
<빈티지 홈> 이 책은 보슬비님의 페이퍼 읽고 흥미가 생겨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생각보다 이 책에 소개된 집의 운치가 맘에 들어 구매했다. 사는 것은 춥고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가는 집들인데, 비쥬얼이 너무 이뻐(이쁘다고 해서 세련되고 뭐 그런 게 아닌 낡고 투박하지만 정감가는) 보기만 해도 차분해지고 나도 이렇게 집을 꾸미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낡은 것에 대한 향수가 물씬 나는 책이었다.
이 나이 먹도록 김치를 맛있게 담글 줄 몰라, 도서관에서 이런 저런 김치요리책 보다 발견하고 아주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빌렸는데, 어마나 세상에!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괜찮은 김치요리책이다. 일주일 전에 빌려 읽고 나서, 다음 날 마트에 가서 요즘 값 좀 내린 배추 한통 사서 과일육수 내고 시도해 봤는데, 괜찮다. 이 작가가 자기 레시피 그대로 정량에 맞추면 절대 맛 없는 김치 안 만들어진다고 호언장담을 하는데, 호언장담할 정도로 감칠맛 나는 김치가 만들어진다. 단 이 책에선 특정한 액젓으로 맛을 내는데, 주문하는데 시간이 걸려 나는 집에 있는 까나리 액젓으로 담갔는데도 맛이 나는 거 보면, 아주 괜찮은 김치 요리책이다. 며칠 내로 이 책에 나온 깍두기와 파김치도 시도해 볼 생각이다.
가만 보면, 남자든 여자든 맛있는 요리를 할 줄 아는 것도 복이 아닐까. 요즘은 도서관에 가서 요리책 코너를 자주 기웃기웃거린다.
이 책은 몇달째 알라딘 첫화면에 걸려 있어 도서관에 신착도서칸에 있길래 빌려 왔는데, 공무원이나 행정가들이 읽어야 할 책인데, 엉뚱하게 집에서 할일 없이(?) 책이나 읽는 전업주부인 내가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일본인구가 일억이천만명선. 일본의 한 지자체가 빨라지는 노령인구와 인구 감속을 어떻게 막아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노령인구의 문제는 노동력 감속뿐만 아니라 구매력 저하까지 불러들여 주요 도시 중심지 흔히 우리가 말하는 번화가가 침체되며 공동화현상을 불러 일으킨다는데 있다. 일본의 지자체의 도지사는 이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도시 중심의 전철화와 도심중심지로 사람들을 유인하기 위해 교통비를 할인(예를 들어 2600엔하는 요금을 백엔으로 할인하는 식)하여 도시 중심부인 번화가로 불러 들여 소비하게끔 하는 정책등을 쓴다든가, 여성의 일자리 보장을 위해 보육원 제도의 정착이나 더 나아가 학교 교육의 다양성까지 시도하는 등, 우리 행정가들이 참고해야할 정책들이 많았다.
일본의 지자체들이 이 정책들을 그들 스스로 창의적으로 만들었다기보다는, 유럽의 제도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여 자신들의 마을 프로젝트로 실행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 이 책의 참고 도표를 보면 우리 나라 출산율이 일본의 출산율보다 휠씬 낮고, 고령의 노인인구 점유율이 너무 높아 우리나라 행정도 저출산율, 고령화에 맞춰 대비해야한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나도 두세해만 지나면 할머니 소리 들을 수 있는 오십에 진입하는 나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우리 세대를 시작으로 고령화의 시대가 순식간에 올 수 있다. 주변을 둘러봐도 아이들보다 나이든 세대가 많은데 정부는 아무런 대책이나 대안을 내 놓지 않고 시간 흘러보내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결국 일본의 지자체들이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지자체들은 예전의 정책 프레임을 고수하는 게 아니고 계속해서 정책 프레임을 시대에 맞춰 바꿔나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고 방식, 문화, 사상, 터전등 우리를 둘러싼 모든 주변환경 또한 우리처럼 살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염두해 두고 미래를 열어야하지 않을까. 과거 프레임에 미래를 억지로 끼어 넣어봤자 들어 맞을 리가 없다는 것을, 염두해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행정가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