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무님 페이퍼 읽다가 생각난 일화
친정엄마 연세가 80이시다 보니 주변 지인들도 이제 칠팔십 언저리이시다. 그분들 중에 한 노부부가 몇년 전 오래된 은평구 단독단층주택을 팔고(문정부때 집값 많이 나갈 때니 운이 좋으신 편), 작은 아파트를 사 기거하시면서 집판 돈 일부는 자식들에게 일정부분 증여하시고 비상금 정도 가지고 계시는데,
어느 날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이제 밥하지 말라고 나가서 사 먹고 들어오자고 하셨단다. 나라에서 연금이 나오니 그걸로 밥 사 먹고 마트에서 아침겸 점심으로 간단하게 먹을 거나 사 놓고 저녁은 근처 식당에서 해결하자고 말이다.
죽을 때까지 연금 나오는데, 자식에게는 해줄만큼 해 줬으니, 연금은 먹는데 쓰자고 할멈은 이제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래서 두 분이 아침 겸 점심은 마트에서 사 온 걸로 드시고 오후에는 간단히 밖에서 걷기 운동 하신 후 5시쯤 밥 사 먹고 집에 들어오시는 게 하루 일과라는 것이다.
친정 엄마말로는 할머니가 밥하기 귀찮아서 싫다는 말 안하고 몇년 째 두분이 그렇게 사신다고, 할머니가 밥 안 해서 편하다고 하셨다는데, 난 할머니가 아무 말 없이 할아버지 의견을 따라 밥 사 먹는 게 이해가 된다.
내 나이에도 밥 하는 거 귀찮은데, 그 연세에 매일 삼시세끼 차리는 게 얼마나 귀찮을까? 나 혼자라면 대충 김치나 김 하나 놓고 먹기라도 하지, 집식구 한명이라도 있으면 일어나 뭐라도 하나 만들게 된다. 설거지는 또 어떻고. 이 생활을 몇십년째 되풀이해서 하고 있다.
나이 드니 살림이 더 귀찮다. 복에 겨운 생각일지 모르겠다만, 나도 나이 팔십 넘어서까지 매일매일 밥 차리는 수고를 하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