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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왜 조바심을 내는가?
톰 버틀러 보던 지음, 홍연미 옮김 / 그린페이퍼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나이를 먹을만큼 먹어본 사람들의 입에서는 여유롭고 평화로운 말들이 쏟아진다. 소위 '살아보니' 이렇더라 식이다.
살아보니 별거없더라, 살아보니 그렇더라. 살아보니.... 하고싶은 일 하면서 살아라. 꼭 이 대목에서 이야기는 시작하고 멈추게 된다. 내 나이도 그만큼의 살아보니의 나이가 되면 그런말 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아직도 늦지 않았구나 하는 위로를 받는 책 한 권을 만났다. 솔직히 나이들어간다는 건 어떤 시작을 하기엔 많이 조심스럽고 두배로 신중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바심을 내는게 아닌가 싶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들 열심히 뛰는 것 같지만 정년이 지나고나면 노후의 편한 삶으로의 닦여진 길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열심히 살았기에 즐기는 일들이 마치 삶의 존재감인것처럼... 하지만 요즘의 장수시대를 어떻게 버틸것인가를 생각한다면 좀 다른 쪽으로 눈길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나이에 뭘할 수 있을까 생각할 때 누군가는 시작을 하고 십년, 이십년 후엔 성공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충분한 리드타임의 시간을 가졌고 도전에 성공한 사람들이다. 나이는 그냥 살아온 세월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경험하고 또 준비한 시간이라는거다. 이 리드타임(최초로 아이디어를 낸 시기와 철저히 수행하기 시작하기까지 그 사이의 시간 -p82 본문에서)을 거쳐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맞는 말인것 같다.
몇년전 영화로 나왔던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은 다빈치 코드가 나오기전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었단다. 하지만 실패를 거듭했고 우연히 시드니셀던의 소설을 읽고 책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 다빈치코드가 나왔고, 댄브라운의 이름으로 인정받기까지의 기나긴 시간이 필요했다. 맥도날드 설립자 레이 크록은 자신이 파는 멀티믹서가 팔려나간 요즘말로 대박가게를 찾아가 햄버거를 사려고 줄을 서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는 맥도날드 형제를 만나 전국에 맥도날드가 생겨나는 모습을 그렸고, 그 꿈을 이루게 된다. 레이 크록이 단지 멀티믹서만 많이 팔려고 생각했더라면 지금의 맥도날드를 볼 수 없었을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52세가 되어서야 맥도날드를 시작했으며 하루아침에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놀란다. 그러나 나는 몇해를 두고 조용히 기능을 연마해 오다가 어느 날 갑자기 기회를 잡아 대성공을 거둔 쇼 비즈니스계의 많은 인물들과 비슷할 뿐이다. 자고 일어나 보니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잠을 잔 것은 30년이라는 기나긴 밤이었다." -p248 본문에서
많은 떡갈나무는 50년이 지나야 생산력이 생겨 그때부터 비로소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p183 본분에서
생산적인 나이가 20에서 80이라고 한다면 벌써 이나이가 아닌 아직도 많은 생산적인 시간이 있음을 알고 지금 무언가를 시작해도 늦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제목에 어울리는 표지의 시계앞에 서 있는 신사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처럼 보인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요즘의 시대에 조금 느긋한 맘으로 뒤도 돌아보고 앞으로 펼쳐진 미래를 위해서 곰곰히 생각하는 시간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을 담아놓은 책이었던 것 같다. 잡스가 애플을 떠나서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돌아와 지금의 애플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중년의 나이는 충분한 리드타임을 거친 알짜배기 산물이 터져나올 수 있는 그런 나이임을 한번더 생각해본다. 어떤 시작의 중심에서 지금의 나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음을 보여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