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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위의 인문학 - 지도 위에 그려진 인류 문명의 유쾌한 탐험
사이먼 가필드 지음, 김명남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한
장의 종이안에 무수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이야기는 글로 되어 있지 않고 오직 그림과 기호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그 속엔 엄청난 이야기와 사실, 허구가
담겨져 있다.
그
세계로의 여행을 떠나볼까?

멋진
지도가 그려져 있는 두툼한 책인 [지도 위의 인문학]은 제목부터 심하게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도가
무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지도와 관련된 인문학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가 될지 궁금하기도 했다.
지도를
통해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고 어떻게 지도가 변천해왔으며 지도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 사고까지 총망라해서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어릴적 보물지도를
열망하던 동심의 세계가 자꾸 오버랩되어 흡입력있게 책 속으로 빠져 들게 하였다.
위의
지도를 보면 아름다운 오로라같기도 하고 얇은 선으로 세밀하게 그린 지도같기도 하다.
놀랍게도
이것은 페이스북의 지도였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사람들의 관심사와 사건을 알아볼 수 있는 페이스북 유저들의 위도와 경도
좌표를 연결해보니 이렇게 거대한 세계지도가 완성이 된 것이다. 물론 실제 지도와는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이토록 비슷하게 지도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것은 인간관계가 맺은 또 하나의 지도의 결과라는 사실이다.
현대사회가
되면서 과거 우리의 삶 속에 없어서는 안될 물건들이 점점 없어지거나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것들이 많아지는데 그 중의 하나가 지도였다. 이젠
종이지도 대신 휴대폰을 손에 쥐고 여행을 간다. 자동차를 타고 낯선 곳을 갈때도 우리는 네비게이션이라는 장치를 이용한다. 그렇다면 지도는 그렇게
영영 우리의 곁을 떠나 사라지는 것이 될까?
지도라는
것의 첫 모습은 예상대로 팩트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기 보다는 다른 목적과 이익,이해 관계가 얽혀져 있는 신앙과 같은 결과물이었다. 왜냐하면
지도는 무언가를 보여주고 알려주며 정복해야 할 대상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처음
만들어진 지도의 목적은 실제로 사용하려는 목적보다는 철학적, 정치적, 종교적, 백과사전적, 개념적 관심사를 진술하는
지도였다.
그래서
지도를 보면 전혀 상관없는 그림이나 글들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나 흥미로웠던 점은 19세기까지도 여전히 지도의 제작방식은
'미학, 습관, 빈 공간을 메우는 충동같은 것과 같은 비논리적인 요인들에게 의지했다는 것이다. 19세기까지도 말이다.
우리는 지도라는 것이 사실만을 말해주기를 당연하게 바란다. 왜냐하면 지도를 보는 사람은 그것 외에는 그 어느 것에도 의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도가 잘못된 사실을 말해준다는 것을 전혀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지도는 사실에 대한 집착 뿐 아니라 또 다른 어마어마한
역할을 감당한다. 바로 '미지의 영역'을 다루는 것이다. 우리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하고 본 적 없는 곳을 지도는 자세하게 상세하게 알려 준다.
그점이 바로 인간을 흥분되게 만드는 요소이다.
이 책에서 흥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전설의 콩 산맥이다. 영국의 지도 제작자 레넬이 발명한 산맥인 콩 산맥, 물건도 아니고 산맥을
지어내어 지도에 실은 간 큰 남자가 바로 레넬이었다. 전체가 가짜였다면 오히려 덜 충격이었겠지만 다른 건 다 사실인데 이 산맥만 거짓이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곳을 탐험해야지만 알 수 있었던 그 사실이 지금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시대엔 충분히 그러고도 남겠다는
생각에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의 지도이야기를 시작으로 하여 구글 맵스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구글맵스가 우리의 삶 속에 깊이 침투하여 삶이 편리해진것 같이 느끼는 요즘, 우리는 사생활침해라는 또
다른 난제를 가진채 살아가고 있다. 지도가 종이로 우리의 곁에 있었다면 이런 문제로 고민할 필요가 없겠지. 지도 한 장으로 삶이 바뀌고 역사가
달라지고 정복으로 피를 불렀던 이야기를 읽으니 지도가 달라 보인다. 아마 지도가 말하는 무수한 외침에 귀를 기울이니 들리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지도의 외침에 귀 기울이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