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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이 내려오다 -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어
김동영 지음 / 김영사 / 2019년 12월
평점 :

다양한 일을 경험해왔던 작가 김동영, 생선으로 더 많이 불리우는 그가 신작 에세이 [천국이 내려오다]를 독자 앞에 선보였다. 인도 바라나시를 시작으로 일본의 야세, 라오스의 시판돈, 중국의 시창, 대한민국의 신촌을 거쳐 무수히 많은 국가의 도시를 흘러 미국의 네바다에서 이야기를 끝맺음하는 이 책은 그의 여행에서 마주한 천국이 내려온 순간을 공유하고 있다.
그가 여행한 국가의 도시는 처음 들어보는 곳부터 누구라도 익숙한 도시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었고. 떠났다 되돌아오기를 20년 동안 반복했던 그의 나날들의 기록을 읽을 수 있었다.
여행은 여행자에게 수많은 기억의 잔상을 선물한다.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이 교차하지만 어느 순간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 기억들은 서로 중첩되며 나쁘지 않게 묘사되기도 하고 더러는 과장되어 잊고 싶은 기억이 되기도 한다. 누구든지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어 한다. 그것은 쉼이 될 수도 있고, 안식이 될 수도 있으며 욕망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모두가 원하는 때에 여행을 갈 수 없기에 누군가의 여행 기록을 읽으며 대리만족을 하고 다음 여행지를 버킷리스트 작성하듯 메꾸기도 한다. 작가 김동영의 신작 에세이 [천국이 내려오다]는 아직 가보지 못한 그곳의 풍경과 사람들을 대신 만나준 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 대신 먼저 그곳에 가본 작가의 시선을 따라 문장 속에서 유영하듯 여행을 떠났던 시간이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행운처럼 많은 곳에 가봤고 거기서 천국을 맛보았다. 막상 천국같았던 여행지들의 이야기를 길게 썼지만 그는 책의 말미에서 늪 같은 창전동 내 집이 천국임을 아이러니하게 고백한다. 결국 작가에게 천국은 내가 사는 일상 속 익숙한 집이었고, 한번도 가보지 못한 어느 타국의 쓸쓸한 도시 한 켠이 되기도 했다.
책을 읽다보니 천국은 어딘가에 있는 존재가 아닌 내가 느끼는 그 곳이었다. 31개의 도시에서 건져낸 그의 천국이야기에 나의 여행지 목록은 늘어만 갔다. 그가 만났던 안개 속 사슴, 올혼섬, 미국의 95번 국도, 인도의 바라나시를 내 눈으로 보러 가고 싶다. 그가 찍은 사진과 그린 지도를 보며 어느새 나는 그 곳에 서있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