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기와 거주하기 - 도시를 위한 윤리
리차드 세넷 지음, 김병화 옮김, 임동근 해제 / 김영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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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과 도시화 연구의 세계적인 석학인 리처드 세넷은 '호모 파베르 프로젝트'로 세 편의 책을 썼다. 호모 파베르(Homo Faber)는 '도구의 인간'이란 뜻이다. 그의 호보 파베르 프로젝트는 [장인], [투게더], [짓기와 거주하기]로 나눠지며 완결편인 [짓기와 거주하기]를 통해 '도시는 인간에게 무엇이고 어떻게 지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박한 지식으로 전달하고 있다.

 

책에서 처음 접해본 물리적 도시를 나타내는 빌과 정시적 도시 시테를 비교하며 시작하는 이 책은 '사는 것'과 '지어진 것', '빗장 공동체' 등 용어적 정리를 해가며 그 개념과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2부 거주의 어려움에서 소개된 상하이의 이야기는 내가 살았던 도시여서 그런지 더 와닿았다. 상하이를 부흥시키기 위해 365만 평방미터라는 어마어마한 지역의 낡은 주택이 헐렸고 전 세계 콘크리트의 55%와 철강 36%가 소모되는 대륙의 스케일을 선보였다. 이것은 '창조적 파괴'라 불렸다. 책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구글플렉스의 이야기도 언급된다.

 

24시간 모든 서비스를 회사 내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람들이 일에 방해가 되는 신경 분산을 최소화하고 직장 생활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한 수단이다. 여기서도 빗장 공동체라는 말이 등장한다. 우리나라의 삼성 역시 사옥 안에서 병원과 맛사지, 식당, 은행 등을 이용할 수 있어 회사를 들어오면 개인적 볼일로 나가지 않아도 되도록 시스템화되어 있다. 즉 노동과 거주 사이의 시간을 바짝 묶는 것이다.

 

구글플렉스는 개인주의적인 특권의 아이콘으로 타인의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다양한 사례를 예로 들며 시대와 장소의 맥락을 짚어가는 독서는 쉽지만은 않다. 많은 사상가들과 이론, 사례들이 줄지어 나오며 길다면 긴 시간여행과 세계여행을 떠나야 한다. 저자는 도시의 윤리를 강조하며 도시를만들고 참여하는 전문가들에게 윤리를 강조한다. 갖가지 도시문제 속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을 놓치지않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도시는 인간에게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지어져야 하며 어떠한 모습으로 인간과 공존해야 할 지 큰 그림을 보여주는 [짓기와 거주하기]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그의 메시지를 여러 도시의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윤리가 도시 설계의 형태를 결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 독자에게 깊게 사유하도록 해주는 이 책은 도시 속 인간에게 많은 물음을 던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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