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위한 자장가 비룡소의 그림동화 272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지음, 이지원 옮김 / 비룡소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폴란드 출신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제가 좋아하는 [두사람]과 [인어의 노래]를 쓴 동화책 작가입니다. 이번에 읽은 책 역시 그녀의 능력과 가치를 제대로 확인해볼 수 있는 동화책이라 읽는 내내 페이지를 넘기기 아까울 정도였습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콜라쥬 기법을 이용한 채색 기법을 이용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는 그림을 보여주고 있으며, 내용 역시 철학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할머니를 위한 자장가]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출간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자랑스럽습니다. 비룡소에서 출간한 이 책은 2020 볼로냐 라가치 상 new horizon 부문을 수상해서 더욱 집중되고 있습니다. 볼로냐 도서전은 세계에서 가장 큰 어린이책 도서전인데요. 그중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 작품에게 수여하는 상이 new horizon이죠. 더 반가운 소식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에 최종 노미네이트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상 역시 그림책에서는 정말 최고의 상이거든요.

이처럼 큰 상을 받은 [할머니를 위한 자장가]는 폴란드 우츠의 여자 방직공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 여자 방직공은 작가의 할머니인데요. 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며 할머니의 인생을 그림책으로 만들게 되었다는 작가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폴란드의 우츠 지역은 면방직으로 유명한 곳으로 독일인과 유대인, 폴란드인이 함께 거주하며 일하는 곳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살며 방직 일을 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아름다운 콜라쥬 기법으로 표현한 작가는 실제로 아플리케, 자수, 뜨개, 여러 종류의 천을 함께 레이아웃해 동화책을 넘어 공예책을 보는 듯한 느낌이 물씬 느껴집니다. 너무나 아름다워 하나 하나에 눈을 맞추다 보면 페이지를 넘기기 쉽지 않아요.

이 책의 주인공인 훌다가 태어나서 결혼해 어른이 되기까지 성장하는 모습과 함께 우츠 방직공장과 집안의 환경이 배경처럼 펼쳐집니다. 아기 훌다에게 자장가를 들려주듯 화자는 가슴 따뜻한 글을 이어 갑니다.

이 책은 기존의 그림책보다 큰 판형과 볼륨을 자랑하는데요. 큼직한 판형 덕분에 콜라쥬 기법으로 장식된 페이지를 잘 감상해볼 수 있습니다. 자수가 이렇게 아름다운지, 다양한 종류의 직물이 주는 멋짐이 이렇게나 좋은 지 이 책을 읽기 전엔 잘 몰랐어요.

동화책은 이국적인 사진과 그림, 다양한 천들이 주는 경쾌함에 빠져들게 하고 방직공으로 살다간 할머니의 인생 속으로 초대해줍니다. 그림만 보고 있어도 시간 가는줄 모를 정도인 이 책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을 위한 책으로도 적극 추천합니다. 특히 바느질을 좋아하는 어른이라면 더 좋겠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은 사랑 이야기 웅진 모두의 그림책 27
티아 나비 지음, 카디 쿠레마 그림,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이세상에는 짝으로 존재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짝궁처럼 말이죠. 양말도 두 개가 한 짝이고 장갑도 두 개가 함께여햐 합니다. 하나로는 제 기능을 할 수 없죠.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닌 누군가와 더불어 사는 것이죠. 부모와 형제, 배우자, 친구 모두와 함께 말이에요. 그렇게 이 책 [작은 사랑 이야기]는 벙어리 장갑 한 켤레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귀여운 소녀 트리누는 눈밭에서 놀다가 왼쪽 장갑이 주머니에서 떨어진 것도 모릅니다. 오른쪽 장갑이 애처롭게 주머니 속에서 떨어진 오른쪽 장갑을 바라보고 있어요. 그림책의 독자들은 서서히 왼쪽 장갑이 되어 떨어져 버린 오른쪽 장갑을 안타까워 하며 트리누가 알아차리길 바랍니다.

그동안 트리누와 함께 했던 빨간 장갑은 여러 일들을 떠올려 봅니다. 좋았던 기억과 나빴던 기억들을 되새기며 떨어진 오른쪽 장갑 없이 혼자 남겨진 왼쪽 장갑은 큰 결심을 합니다. 그렇게 최대한 시끄럽게 떨어진 왼쪽 장갑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소재를 잡아 동화책의 이야기로 구성한 에스토니아 출신 작가 티아 나비는 작지만 소중한 사랑 이야기에 우리를 초대했습니다. 장갑의 이야기지만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들어 주죠. 오른쪽 장갑과 왼쪽 장갑은 따로 있을땐 완벽할 수 없습니다. 그 쓸모를 할 수 없어 버려질 수밖에 없지요. 우리의 인생도 그렇습니다. 사랑은 낱낱의 나란 존재를 우리로 만들어 줍니다.

아름다운 그림은 붉은 색을 제외하면 사물과 배경이 흑백필름처럼 배제된 색으로 펼쳐져 더욱 더 붉은 색의 강렬함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벙어리 장갑 한 켤레를 통해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작은 사랑에 초점을 맞춰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줍니다. 글과 그림이 서로 어우러져 멋진 한 권의 예술작품을 만들어 내는 듯한 그림책이에요.

'디자인이 훌륭한 어린이책'으로 에스토니아에서 수상받은 이 책은 그림만 감상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린이들에게는 자신의 물건에 대한 책임감을 키워주는 내용으로도 접근해볼 수 있습니다. 함께 있어야 빛이 나는 관계, 우리 주변에 있죠, 그런 관계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느껴보게 해주는 이 책,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 작은 가게를 기획합니다
김란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작은 가게가 늘어나고 있다. 테이블 두 세개 뿐인 식당, 큰 방 한 칸 만한 동네서점, 주로 테이크아웃을 많이 사가는 한 평 카페처럼 우리 주변엔 작고 임팩트한 나만의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반대로 공장창고를 개조해 만든 카페, 건물 하나를 다 쓰는 매장도 많이 눈에 띤다. 이처럼 공간은 창업의 기본이다. 공간에 따라 분위기도 매출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빈 공간을 대여해주는 곳도 많아졌다. 나 역시 토요일마다 그런 곳을 빌려 그림 작업실로 이용하고 있다. 사용료를 매달 지급하고 빌려쓰는 공간을 보며 '나도 이런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공간 창업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공간 창업자가 놓치면 안되는 여러 포인트를 공간 디자이너 김란 전문가가 조언하고 지적하는 이 책은 공간 창업을 생각하고 계획하고 있다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란 생각이 든다.


김란 공간 디자이너는 무리하게 큰 공간을 임대하지 말고, 인테리어에 너무 치중하지 말며, 나만의 콘텐츠를 갖춰 지속가능한 공간 창업이 중요함을 말한다. 저자가 맡았던 동해안 공간 기반 청년 창업자 지원 사업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면서 만났던 사례들로 소개된 동해안의 작은 가게를 창업한 희나리, 뮤지엄 홀리데이, 위크엔더스, 브로큰하츠클럽, 묵호사진관, 고구마쌀롱의 창업과정을 자세하게 비포 앤 애프터 사진으로 볼 수 있었던 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실제로 공간 창업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작은 것부터 큰 것에 이르기까지 실제적인 조언을 해주고 있다. 공간 창업을 할 때는 운영자의 눈으로 관찰할 뿐 아니라 소비자의 눈으로도 관찰해야 한다는 것, 작은 가게의 사업계획서 쓰는 법, 어떤 사전 준비를 해야 할 지 알려주는 파트는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 김란은 공간 창업을 말리은 일부터 시작한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조언부터 하는 전문가기에 어찌보면 더 믿음이 가고 신뢰가 생긴다.


공간 창업을 해볼까? 잠깐 망설인 적이 있었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포기하고 싶어졌다. 너무 많은 걸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에 섣부른 판단이 아니었나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 많이 알아가고 배운 후 다시 생각해보고 싶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충분한 사전조사를 해야한다. 특히 실패한 사례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야함을 알게 된다. 이 책은 꼭 공간 창업을 하고 싶어하는 이들이라면 참고서처럼 읽어야할 책이다.

#책속한줄

'언제가 만들 내 공간'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계속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도란 지음 / 원앤원북스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직업의 성격이 다채로와졌다. 예전엔 회사원과 사업, 자영업처럼 몇 개 안되는 그룹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분류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나 다양한 양상을 띄어 그렇게 분류한다는 게 큰 의미가 없어졌다. 1인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 유튜버, 블로거 등 예전엔 아예 직업인으로 생각지 못했던 영역들이 직업의 영역 속으로 포함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삽니다]는 여러 직업군 중 프리랜서로 사는 저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나 또한 프리랜서 근로자로 살아가고 있기에, 이 책에서 나오는 많은 이야기들이 내 이야기처럼 와닿았다. 말이좋아 프리랜서지 프리랜서만큼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도 없다. 프리랜서지만 프리하지 않다는 것은 프리랜서들은 다 공감한다. 언제나 마감이 있고 마감 후에 원고 수정을 요청받을 수 있고, 의뢰인의 일정에 내 일정을 맞춰야 하고, 출퇴근이 자유로운 반면 어디서도 일해야 하며 업무시간이 결코 끝이 없다는 것 또한 프리랜서의 특징이다.

이 책의 저자 도란은 프리랜서 5년차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프리랜서를 꿈꾸며 퇴사한 이야기에서 프리랜서로 살면서 겪었던 사적인 이야기들이 이 책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에 담겨 있다. 회사가 아닌 다른 길을 가도 된다는 선배 프리랜서의 이야기가 주제지만, 프리랜서로 감내해야할 여러 사항들이 에피소드로 자세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프리랜서 라이프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야 한다. 일감 찾기부터 시작해 수고한 비용을 받기 까지 단계와 절차마다 스스로 관여하고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프리랜서는 매력적인 부분이 꽤 있다. 매일 반복되는 루틴에 따라 살지 않을 수 있고 내가 스스로 만들어 가는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재정적인 부분에서 자유롭지 않을수록 그렇게 되어지기 힘든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프리랜서로 방향을 전환하고 싶다면, 프리랜서의 삶이 어떤지 간을 보고 싶다면, 지금 프리랜서로 살고 있는데 제대로 사는 건지 확신이 안 선다면 이 책을 통해 프리랜서로 잘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삶을 엿보길 추천한다.

#책속구절

'프리랜서는 욕심을 내면 낼수록 일을 많이 하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 일하는 동안 성실하게 클라이언트를 대하고 내 일처럼 애착을 갖고 임하면 그 관계가 오래도록 이어진다'

'프리랜서로 사는 내내 비수기와 성수기는 수없이 교차한다. 이 삶은 늘 계획대로 흐르지 않고 예상치 못한 곳으로 가지를 숱하게 뻗어가기에 풍성한 나무로 자란다. 풍성할수록 비수기의 혹독함에 덜 흔들리고, 성수기의 고단함에 쉬어갈 수 있다'

'기자 겸 작가로 일하며 인터뷰나 취재가 필요한 현장을 다니는 건 글감을 수집하는 동시에 세상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배우고 실감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다야, 너도 내 거야
올리버 제퍼스 지음, 김선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가 어릴 때 소유라는 개념을 알게 되면 주변의 모든 사물을 가르키며 "내거야"를 외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집 안의 물건들뿐 아니라 여러 가지 공공의 사물들까지 모두 내 거라고 주장하는 모습을 보며 귀엽게 여겼지만 그건 그 때뿐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가진다는 것의 민감성과 중요성을 인식해야 하기에 내 것과 남의 것, 공공의 것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소유란 그런 것이다. 가지고 싶은 것과 가질 수 있는 것의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북아일랜드 출신의 올리버 제퍼스의 우화 [바다야, 너도 내 거야]는 우화이기에 결말이 충격적이다. 주인공인 파우스토는 어딘지 낯익은 이름이다. 독일의 파우스트가 연상된다. 부유하게 보이는 노신사 파우스토는 물질 만능주의의 표상이다. 길가에 꽃 한송이도 자신의 것이라 하고, 한가롭게 들판에서 풀을 뜯는 양 역시 내 것이라 우긴다. 공원의 나무도, 거대한 산도, 호수에게까지도 모두 내 소유임을 주장하는 그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사람들에게 삶의 교훈을 느끼게 해주는 우화는 동화 속 아름다운 결말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파우스토는 배를 타고 바다 한 가운데로 가서 바다까지 내 것이라 소리 지른다. 그의 끝없는 소유욕은 대상과 장소 그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더욱 확장되어 간다. 하나를 가지고 둘을 가져도 절대 기뻐하거나 좋아하지 않고 더 큰 것을 향해 시선을 뻗친다.

욕심과 소유욕은 어느새 커다란 욕망덩어리가 되어 파우스토를 바다 한 가운데로 빠지게 하고 그는 수영을 할 수 없어 결국 죽음에 이른다. 책 속 그림과 글, 여백은 상당하게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독자의 시선을 머무르게 한다. 그림도 없이 펼쳐진 넉넉한 여백, 그 사이 사이에 존재하는 큰 활자들, 한정적인 색감들의 사용으로 이 책은 간결하면서도 강한 이미지를 준다. 거기에 파우스토의 욕심과 집착을 상징하는 옷의 노란색이 더욱 부각되어 나타난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확실한 교훈을 주고 있는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 역시 실화 바탕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마무리를 확실하게 해주고 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작가 조지프 헬러와 커트 보니것은 억만장자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아 가게 된다. 커트는 조지프에게 억만장자가 가진 부에 대해 물으니 우문현답으로 답한 조지프, 그의 대답이 압권이다.

"나는 그 사람이 절대 가질 수 없는 걸 가졌지. 그것은 난 이미 충분히 가졌다는 깨달음이지"

현대인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는 내가 가진 것이 무의미하고 남이 가진 것이 좋아보인다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은 초라하고 남이 가진 것은 명품같아 보인다는 것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만 신경 쓰이고 내가 이미 가진 것은 감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감사하지 못하는 삶의 끝이 죽음이라는 잔혹한 결말을 알려주고 있다.


#책속한줄


'파우스토는 만족할 수 없어서 바다로 나아갔어요. 바다는 넓고 조용했어요'

'파우스토의 운명 같은 건 그들에게 아무런 상관도 없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