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야, 너도 내 거야
올리버 제퍼스 지음, 김선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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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릴 때 소유라는 개념을 알게 되면 주변의 모든 사물을 가르키며 "내거야"를 외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집 안의 물건들뿐 아니라 여러 가지 공공의 사물들까지 모두 내 거라고 주장하는 모습을 보며 귀엽게 여겼지만 그건 그 때뿐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가진다는 것의 민감성과 중요성을 인식해야 하기에 내 것과 남의 것, 공공의 것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소유란 그런 것이다. 가지고 싶은 것과 가질 수 있는 것의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북아일랜드 출신의 올리버 제퍼스의 우화 [바다야, 너도 내 거야]는 우화이기에 결말이 충격적이다. 주인공인 파우스토는 어딘지 낯익은 이름이다. 독일의 파우스트가 연상된다. 부유하게 보이는 노신사 파우스토는 물질 만능주의의 표상이다. 길가에 꽃 한송이도 자신의 것이라 하고, 한가롭게 들판에서 풀을 뜯는 양 역시 내 것이라 우긴다. 공원의 나무도, 거대한 산도, 호수에게까지도 모두 내 소유임을 주장하는 그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사람들에게 삶의 교훈을 느끼게 해주는 우화는 동화 속 아름다운 결말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파우스토는 배를 타고 바다 한 가운데로 가서 바다까지 내 것이라 소리 지른다. 그의 끝없는 소유욕은 대상과 장소 그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더욱 확장되어 간다. 하나를 가지고 둘을 가져도 절대 기뻐하거나 좋아하지 않고 더 큰 것을 향해 시선을 뻗친다.

욕심과 소유욕은 어느새 커다란 욕망덩어리가 되어 파우스토를 바다 한 가운데로 빠지게 하고 그는 수영을 할 수 없어 결국 죽음에 이른다. 책 속 그림과 글, 여백은 상당하게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독자의 시선을 머무르게 한다. 그림도 없이 펼쳐진 넉넉한 여백, 그 사이 사이에 존재하는 큰 활자들, 한정적인 색감들의 사용으로 이 책은 간결하면서도 강한 이미지를 준다. 거기에 파우스토의 욕심과 집착을 상징하는 옷의 노란색이 더욱 부각되어 나타난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확실한 교훈을 주고 있는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 역시 실화 바탕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마무리를 확실하게 해주고 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작가 조지프 헬러와 커트 보니것은 억만장자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아 가게 된다. 커트는 조지프에게 억만장자가 가진 부에 대해 물으니 우문현답으로 답한 조지프, 그의 대답이 압권이다.

"나는 그 사람이 절대 가질 수 없는 걸 가졌지. 그것은 난 이미 충분히 가졌다는 깨달음이지"

현대인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는 내가 가진 것이 무의미하고 남이 가진 것이 좋아보인다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은 초라하고 남이 가진 것은 명품같아 보인다는 것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만 신경 쓰이고 내가 이미 가진 것은 감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감사하지 못하는 삶의 끝이 죽음이라는 잔혹한 결말을 알려주고 있다.


#책속한줄


'파우스토는 만족할 수 없어서 바다로 나아갔어요. 바다는 넓고 조용했어요'

'파우스토의 운명 같은 건 그들에게 아무런 상관도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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