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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 매일 흔들리지만 그래도
오리여인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4월
평점 :
인스타그램 15만 팔로워에게 작지만 단단한 위로를 전해주고 있는 오리여인의 신작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는 오리여인의 편안한 그림과 힘을 뺀 일상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5년 동안 일만 하며 살았던 시간들 때문에 소진된 오리여인은 자신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 쉼 이후 이 책을 독자에게 선보이게 된 것이지요.
책은 그림과 글이 적당하게 배합되어 맛있고 예쁜 요리처럼 독자에게 다가옵니다. 그녀의 일상 또한 나와 당신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보통의 평범한 나날임에도 그 속에서 위로를 얻고 나만의 보폭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게 됩니다. 누군가와 끊임없이 비교하며 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소진되는 것일뿐, 진정한 삶이 아님을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멈추지만 않으면 언젠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아니까'
그럼에도 삶은 때때로 우리에게 불안감을 안겨주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조바심을 내게 합니다. 나만의 보폭으로 살아가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지요. 다른 사람의 큰 보폭이 부럽기도 하고 나의 작은 보폭이 불안하기도 해서 수많은 날들을 눈물로 지새우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여유를 누리지 못하는 삶을 살다 보면 내 자신에게 시간을 주는 것에 더욱 인색하게 됩니다. 마침내 번아웃이 되고 난 후에야 비로소 쉼을 누려야 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오리여인은 식물에게도 시간을 줘야 싹이 나듯, 각자에게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주라고 말합니다.
오리여인은 30대 중반이지만 어른은 여전히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는 여러 일들이 삶 속에는 존재합니다. 어른이 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쩌면 어릴 때보다 더 못하고 살지는 않는지 되돌아 봅니다.
"쨍하게 햇빛이 들지 않는다고, 더 높이 자라지 못한다고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햇빛을 받고 쑥쑥 자란 나무는 사람에게 과일도 주고 그늘도 주는 인생이라 좋고, 질경이처럼 삶이 척박하여도 헤쳐나가다 보면 누군가에게 작은 좌표가 되는 삶도 좋다"(P71)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속 자주 등장하는 오리여인의 가족과 친구 이야기를 통해 나의 가족과 친구를 봅니다. 그녀의 집순이 삶을 보면서 나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을 느낍니다. 담백한 듯,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모습이 편안하게 다가옵니다.
오리여인 그녀의 꿈은 할머니가 되서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나의 꿈과 똑같은 그녀의 꿈을 보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내가 나를 기다려주는 것임에 공감하게 됩니다. 인생이란 길을 오래 오래 걸어야 하기에 더 많이 기다려 주고 더 많이 시간을 주어야겠지요. 나만의 보폭으로 그 길을 차근 차근 나아가야 함을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